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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0%의 기적’ 푸른 장미 준 팬과 약속 지켰다…‘허웅 MVP’ 부산 KCC 챔프전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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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이라는 꽃.’

프로농구 부산 KCC의 전창진 감독은 지난달 1일 2023∼2024시즌 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한 팬에게 꽃을 받았다. 푸른 장미였다. 팬은 “꽃의 이름을 아시나요?”면서 “푸른 장미의 꽃말은 ‘기적’이에요”라고 말했다. KCC가 봄 농구 들어서 기적을 일으키기를 바라는 진심 어린 응원이었다.

세계일보

5일 경기 수원시 수원 KT 소닉붐 아레나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 수원 KT 소닉붐과 부산 KCC 이지스의 경기에서 88대 70으로 승리해 우승을 차지한 KCC 허웅이 KT 허훈과 포옹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즌 초반 예상과 달리 KCC는 기적이 필요한 팀으로 추락했다. 최준용, 허웅, 라건아, 송교창 등 국가대표급 라인업을 꾸려 ‘슈퍼팀’ 소리를 들었지만 5위(30승 24패)로 정규시즌을 마감하며 초라한 성적표를 안았기 때문이다. 선수들의 줄부상이 있었어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결과였다. 베테랑 지도자인 전 감독이 “부끄럽고, 창피하다”고 고개를 숙일 정도였다. 실제 역대 정규리그 5위팀은 단 한 번도 챔피언결정전 트로피를 들지 못했고, 결승에 오른 적도 없었다. 하지만 전 감독과 KCC 선수들은 팬들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절치부심했다. 그리고 부상 선수들이 복귀해 완전체를 이룬 팀의 전력에 대한 자신감도 가득했다. 전 감독도 PO 시작 전 “선수들이 이타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면 우리를 이길 상대는 없다. 반드시 챔프전 우승컵을 들어 올리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똘똘 뭉친 KCC는 PO 무대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6강 PO 서울 SK를 상대로 3전 전승을 거뒀고, 4강 PO에선 정규리그 우승팀 원주 DB를 3승 1패로 압도하며 슈퍼팀다운 면모를 뽐냈다. 정규리그 5위팀이 챔프전에 진출한 건 1997년 프로농구 출범 이후 KCC가 처음이었다. 대망의 챔프전 상대는 정규리그 3위 수원 KT. 프로농구 최고 인기 스타인 ‘허씨 형제’ 형 KCC의 허웅과 동생 KT 허훈의 맞대결로도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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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원KT소닉붐아레나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 수원 KT와 부산 KCC의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한 KCC 선수들이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뉴스1


전 감독이 이끄는 KCC가 KT를 제치고 챔프전 트로피를 들며 마침내 팬과 약속한 0%의 기적을 이뤄냈다. KCC는 5일 수원 KT소닉붐아레나에서 열린 2023~2024시즌 프로농구 챔프전(7전 4승제) KT와의 5차전에서 88-7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시리즈 4승 1패를 기록한 KCC는 정규리그 5위팀 사상 처음으로 챔프전 우승을 거머쥐었다. 2010∼2011시즌 이후 13시즌 만의 우승이자, 구단 통산 6번째(1997∼1998, 1998∼1999, 2003∼2004, 2008∼2009, 2010∼2011, 2023∼2024시즌) 챔프전 정상 등극이다. 정규리그 5위로 아쉬움을 삼켰던 KCC는 봄 농구 들어 12전 10승 2패라는 압도적인 기세로 슈퍼팀의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또 올 시즌을 앞두고 부산으로 연고지를 옮긴 KCC는 1997년 프로축구 대우, 프로농구 기아 이후 부산 연고 프로 스포츠팀으로 27년 만에 정상을 밟았다. KT는 창단 이후 첫 챔프전 우승을 정조준했으나, KCC의 벽에 가로막혔다.

개인 통산 4번째 챔프전 우승을 지휘한 전 감독은 명장의 커리어에 이력을 추가했다. 그는 과거 동부(현 DB) 사령탑 시절에 3회 우승을 이끈 바 있다. 2019~2020시즌부터 KCC 지휘봉을 잡은 전 감독은 부임 4년 만에 우승을 일궜다. 허웅은 ‘형제의 난’에서 승리하며 생애 첫 챔프전 우승 반지를 꼈다. 허웅은 챔프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는 영예까지 안은 뒤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2∼5차전 풀타임을 뛸 정도로 고군분투한 허훈은 첫 우승의 영광을 형에게 양보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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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원KT소닉붐아레나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 수원 KT와 부산 KCC의 경기에서 부산 허웅이 슛을 넣은 후 기뻐하고 있다. 뉴스1


봄 농구에 접어들며 스타플레이어들의 팀워크가 물이 오른 KCC는 챔프전에서도 고른 활약 속에 KT를 압도했다. 반면 KT는 ‘득점왕’ 패리스 배스와 허훈 ‘원투 펀치’를 앞세웠으나, 한계가 명확했다. 체력적인 부담 탓에 경기 막판 집중력이 저하됐고, 동료들의 득점 지원 없이는 KCC를 상대로 승리를 따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날 5차전도 KCC는 허웅(21점 4어시스트), 라건아(20점 9리바운드), 최준용(17점 7리바운드), 알리제 존슨(12점)이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해 승리를 이끌었다. KT는 허훈이 29점을 퍼부었지만, 하윤기(10점)·문성곤(3점)·문정현(2점) 등이 부진한 게 뼈아팠다.

장한서 기자 jh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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