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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이정후 미스터리는 계속… 4푼4리는 다 어디로 증발했나, 불운과 실력 사이 '알쏭달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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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는 아직 메이저리그에서 표본이 많이 쌓이지 않은 선수다. KBO리그에서 최고 레벨에 오른 성공한 타자지만, KBO리그에서의 기록과 메이저리그에서의 기록은 엄연히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투수들의 수준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정후의 기록은 KBO리그와 메이저리그의 차이 못지않게 흥미로운 대목들이 많다. 이게 불운인지, 아니면 실력인지 알쏭달쏭한 것이다.

6일(한국시간) 경기에서도 그런 지표를 뒷받침하는 장면이 나왔다. 이정후는 6일 미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 시티즌스뱅크파크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경기에 선발 1번 중견수로 출전해 5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전날에 이어 두 경기 연속 5타수 1안타로 연속 경기 안타 행진의 발판은 마련했지만 타율이 깎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정후의 시즌 타율은 종전 0.246에서 0.244로 소폭 하락했다. 시즌 출루율은 0.302에서 0.299로 하락해 3할대가 깨졌고, 시즌 장타율도 0.317에서 0.313으로 떨어졌다.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인 OPS는 0.612다.

최근 경기에서 안타를 못 친 경기보다 친 경기가 더 많다. 그럼에도 타율이 계속 하락세를 그리고 있는 건 멀티히트가 없기 때문이다. 이정후는 4월 27일 피츠버그전부터 이날 경기까지 총 9경기 중 7경기에서 안타를 기록했다. 무안타 경기는 두 번밖에 없었다. 그러나 안타를 친 7경기 모두 1안타 경기였다. 한때 3할을 깰 것 같은 페이스로 올라갔던 타율이 멀티히트 경기의 부재 속에 0.244까지 떨어진 것이다. 최근 8경기에서 볼넷이 하나도 없어 출루율도 3할 벽이 깨졌다.

그런데 이정후의 성적을 보면 한 가지 재밌는 대목이 있다. 바로 ‘스탯캐스트’에서 집계하는 기대 타율(xBA)이다. 타율은 결과다. 하지만 기대 타율은 타구 속도와 비거리, 코스 등을 계산해 컴퓨터가 자동적으로 이 타구의 기대 안타 확률은 얼마가 되는지를 계산한다. 자연히 타구 속도가 빠를수록, 비거리가 길수록 이 기대 타율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잘 맞은 타구, 안타성 타구가 잡히는 경우를 최대한 감안해 선수 고유의 타격 능력을 측정해보자는 시도로 탄생했다.

이날 경기까지 이정후의 기대 타율은 올해 0.288이다. 실제 타율(.244)과 4푼4리나 차이가 난다. 꽤 큰 손실폭이다. 실제 6일 현재 리그에서 타율 0.240 이상을 기록 중인 선수 중 기대 타율의 마진이 이정후보다 더 큰 선수는 6명에 불과하다. 메이저리그에서는 기대 타율보다 실제 타율이 낮은 선수들은 타구질을 꾸준하게 유지한다는 가정 하에 타율이 서서히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정후도 그런 유형의 선수인데, 좀처럼 타율이 잘 오르지 않는다. 어쩌면 지금은 인내가 필요한 시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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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경기에서도 그런 장면이 있었다. 이날 필라델피아 선발 투수는 우완 타이후안 워커였다. 이정후는 너무나도 당연한 듯 선발 1번 중견수로 경기를 시작했다. 첫 타석에서는 1B 카운트에서 2구째 커터를 받아쳤으나 좌익수 정면으로 가는 타구에 그쳤다. 타구 속도(87.6마일)가 빠르지 않아 이 타구의 기대 타율은 0.140으로 사실 안타가 되기는 어려운 타구였다.

두 번째 타석에서는 안타를 신고했다. 1-1로 맞선 3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2B-2S 승부에서 6구째 들어온 한가운데 커브를 잘 받아쳐 우전 안타를 날렸다. 타구 속도는 102마일가 빨랐고, 우익수가 커버할 수 없는 영역이라 이 타구의 기대 타율은 0.560으로 높게 찍혔다. 그리고 실제 안타가 됐다. 이정후가 두 경기 연속 안타를 이어 가는 순간이었다.

세 번째 타석 타구가 아쉬웠다. 올해 기대 타율과 실제 타율의 괴리가 큰 이정후 타격 스타일이 잘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이정후는 1-5로 뒤진 5회 2사 1루 상황에서 세 번째 타석을 맞이했다. 초구 볼을 바라본 이정후는 2구째 포심이 바깥쪽 높은 코스에 들어오자 이를 밀어 쳐 좌익수 방면으로 좋은 타구를 보냈다. 타구 속도 99.5마일의 빠른 타구에 비거리는 347피트였다. 맞는 순간 안타를 기대할 만했다. 하지만 이 공은 좌익수 브랜든 마시의 글러브로 들어갔다. 마시가 타구 판단을 잘했고 침착하게 공을 잡아냈다.

‘스탯캐스트’가 계산한 이 타구의 기대 타율은 0.520이었다. 두 번째 타석 안타의 기대 타율과 그렇게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럼에도 좌익수 뜬공으로 둔갑하고 말았다. 기대 타율 자체는 높였지만, 실제 타율 자체는 떨어진 셈이다. 이정후는 올해 이런 타구들이 제법 많이 나오고 있다.

이정후는 7회 네 번째 타석에서는 2루수 뜬공, 9회 마지막 타석에서는 우익수 뜬공에 그치며 이날을 5타수 1안타로 마무리했다. 팀도 경기 막판 추격했지만 4-5로 져 아쉬움을 남겼다.

그렇다면 이정후의 기대 타율과 실제 타율은 왜 리그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차이가 나는 것일까. 기대 타율은 기본적으로 타구 속도가 중요하다. 타구 속도가 빠를수록 수비수들이 대처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아예 야수 정면으로 가지 않는 이상 안타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정후의 올해 평균 타구 속도는 89.7마일로 리그 평균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여기에 하드히트(95마일 이상의 타구)가 꽤 많다. 이정후의 하드히트 비율은 메이저리그 상위 31% 수준이다. 이정후가 장거리 거포가 아니라는 것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수치다.

이렇다 보니 이정후의 기대 타율 자체는 높은데, 실제 타율과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 시즌 초반에는 땅볼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최근에는 발사각이 점차 높아지는 반면, 타구 속도가 떨어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컴퓨터가 봤을 때는 잘 맞고 멀리 날아가 타율이 높다고 생각한 공들이 정작 야수들의 수비에 걸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좌익수 방면으로 날아간 타구의 속도와 타율이 썩 좋지 않다. 그렇다고 강한 타구를 날리기 위해 무리하게 잡아당기자니 그것은 이정후의 타격 스타일과 어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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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는 KBO리그보다 구속이 훨씬 빠르다. KBO리그에서 이정후는 빠른 공도 잡아놓고 받아칠 수 있는 타자였다. 정확한 포인트, 원하는 포인트에서 맞힐 수 있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는 물리적인 구속이 그보다 훨씬 더 빠르다보니 이정후의 타이밍이 조금 늦는 모습들도 드러나고 있다. 이 속도의 차이를 만회하기 위해 배트를 더 빨리 돌린다는 느낌도 있다. 그러다보니 맞는 순간 임팩트를 잘 주지 못하고, 특히 좌측 방향 타구들이 날카롭지 않다. 기대 타율과 실제 타율의 괴리가 생기는 지점이다.

결국 이정후가 이겨내야 할 지점이다. 타격폼을 시즌 중에 바꿀 수는 없는 만큼 다른 방면에서의 해법은 필요하다. 이정후는 이미 시즌 중 발사각을 높이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보이고, 실제 최근 경기에서의 발사각은 시즌 초반보다 많이 높아진 게 기록으로도 들어온다. 이정후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는 증거다. 발사각과 강한 타구를 모두 잡을 수 있을 때, 이정후의 실제 타율은 기대 타율까지 치고 올라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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