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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日 골프 역사 바꾼 ‘강심장’ 이효송 “우승 보이길래 냅다 이글 노렸죠”[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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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메이저 최연소 우승한 15세 이효송 인터뷰

18번홀에서 우드로 투온 성공한 뒤 3m 이글 ‘홀인’

“지금까지 한 퍼트 중 가장 떨리는 퍼트였어요”

승부처에서 공격적으로 변모하는 ‘강심장’

“강민구배 3연패·KLPGA 투어 우승 꼭 하고 싶어”

이데일리

이효송이 지난 5일 일본 이바라키현 이바라키 골프클럽에서 끝난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메이저 대회 월드 레이디스 살롱파스 컵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주)스포츠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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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선두와 2타 차니까 마지막 홀을 잘하면 우승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두 번 만에 그린에 공을 올리는 전략으로 이글을 노렸습니다.”

마지막 18번홀(파5). 선두와 불과 2타 차. 이효송은 ‘모 아니면 도’라는 마음으로 승부했다. 티샷은 페어웨이 중앙에 잘 올렸다. 남은 거리는 215m. 잘하면 이글을 노릴 수 있지만 그린 주변에 까다로운 벙커 2개가 있어 타수를 잃을 수도 있었다. 이효송은 망설임 없이 3번 우드를 꺼내 들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곧게 날아간 공이 핀 3m 앞에 붙었다.

손 떨리는 이글 기회. 이효송은 침착했다. 마치 경험 많은 베테랑 선수 같았다. 퍼터를 떠난 공은 천천히 굴러 홀 안으로 떨어졌다. 이글을 잡고 공동 선두가 된 이효송은 연장전을 준비했다. 퍼트 연습을 하면서 울컥한 마음이 들면서 긴장감이 커졌다. 그때 뒷 조에서 경기하던 경쟁자들이 차례로 타수를 잃었고, 이효송이 그대로 우승을 확정했다. 우승을 차지한 이효송은 언제 울컥했냐는 듯 생글생글 웃는 모습으로 우승을 만끽했다.

지난 5일 일본 이바라키현 이바라키 골프클럽(파72)에서 끝난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메이저 대회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 살롱파스 컵(총상금 1억2000만엔, 약 10억6000만원). 한·일 골프계는 깜짝 놀랐다. 최종 4라운드에서 이글 1개를 포함해 5타를 줄였고, 최종 합계 8언더파 280타를 기록한 아마추어 이효송 때문이었다.

대회 출전 선수의 면면도 쟁쟁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상금왕 이예원(21), JLPGA 투어 상금왕 야마시타 미유 등 쟁쟁한 프로들이 모두 참가했다. 이효송은 프로 언니들을 제치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그의 나이는 만 15세에 불과했다.

15세 176일, JLPGA 투어 최연소 우승 ‘신기록’

이효송은 이번 대회에서 각종 기록을 작성했다. 먼저 JLPGA 투어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을 새로 썼다. 이효송은 만 15세 176일의 나이로 우승했다. 종전 기록은 2014년 가쓰 미나미(일본)의 15세 293일이었다. JLPGA 투어 메이저 대회 사상 최다 타수 차 역전 우승(7타 차) 기록도 세웠다. 이어 2012년 김효주에 이어 두번째로 한국 아마추어 선수의 JLPGA 투어 우승 기록을 썼다. 한국 선수가 JLPGA 투어 메이저 대회를 제패한 것도 2019년 12월 리코컵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배선우 이후 4년 5개월 만이다.

최종 4라운드 시작 전에는 우승 문턱은 높아 보였다. 단독 선두 이예원과 7타 차 공동 10위였다. 전반을 보기 없이 버디만 2개로 마치면서 반격을 시작했다. 12~16번홀에서 버디와 보기를 2개씩 맞바꿨다. 이후 17번홀(파3)에서 버디를 낚으며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다. 18번홀(파5)이 승부처였다. 과감하게 친 두 번째 샷이 그린에 올라갔고, 이어 이글 퍼트까지 떨어뜨리며 공동 선두로 경기를 마쳤다. 우승 경쟁을 벌이던 이예원과 야마시타, 사쿠마 슈리가 차례로 보기를 적어내면서 이효송은 연장전 없이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아마추어 신분이라 우승 상금(2400만엔, 약 2억1000만원)은 받지 못했다.

이효송은 우승 후 이데일리와 전화 통화에서 “15번홀에서 버디를 기록한 뒤 리더보드를 봤더니 선두와 2타 차밖에 되지 않았다. ‘잘하면 우승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효송은 ‘강심장’으로 통한다. 평소에는 침착하고 안정적으로 플레이하지만 승부처에서는 공격적으로 샷을 하는 것이 이효송의 강점이다. 이효송은 “마지막 퍼트는 지금까지 한 퍼트 중 가장 떨렸다. 그렇지만 속으로 떨더라도 겉으로는 당당해지려고 노력했다”면서 “최연소 우승 기록은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제가 그런 대단한 기록을 세웠다는 게 조금 놀랍다”고 밝혔다.

할아버지가 집 마당에 연습장 지어 뒷바라지

이효송은 초등학교 때부터 각종 전국 대회를 휩쓸며 일찌감치 골프 신동, 제2의 박인비로 불렸다. 1년에 13개 대회 우승을 석권한 적도 있다. 이효송이 본격적으로 주목받은 건 지난해부터다. 6월 아마추어 메이저급 대회인 강민구배 한국여자아마추어 골프선수권대회 2연패를 달성하며, 30년 만에 대회 다승자가 돼서다. 이외에도 2023년 세계아마추어 팀 챔피언십 우승, 올해 아시아퍼시픽 여자 아마추어 챔피언십 준우승 등 국제대회에서 활약했다. 이같은 활약 덕분에 한국프로골프의 큰 후원사인 하나금융그룹의 후원도 받고 있다.

그의 성장에는 할아버지 이승배 씨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다. 이승배 씨는 손녀딸을 위해 집 마당에 직접 미니 골프 연습장을 만들었다. 이번 우승도 할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이뤄냈다. 이효송은 “원래 무뚝뚝하신데 이번에는 잘했다고 해주셨다. 할아버지한테 오랜만에 듣는 칭찬이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지난주 한국에서 열린 국제 대회 네이버스 컵에서 우승하면서 흐름을 탔다”며 “이시우 코치님에게 배우면서 팔로만 치던 샷을 몸통 스윙으로 바꾸고 있다. 통증을 겪던 손목 상태가 점점 좋아지면서 좋은 샷 감이 이번 대회까지 이어졌다”고 자평했다. 이어 “아마추어 대회에서는 항상 성적이 좋았는데 프로 대회에 출전하면 부진했다. 이번만큼은 정말 잘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우승하게 돼서 너무 기쁘다”고 밝혔다.

이효송은 6월 열리는 강민구배 한국여자아마추어 골프선수권대회 3연패를 정조준한다. KLPGA 투어 무대에서 우승하는 것도 꿈이다. 그는 “장래 희망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무대에 가서 꼭 세계랭킹 1위를 하는 것”이라고 당차게 말했다.

한편 JLPGA 투어는 비회원이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면 다음 시즌까지 출전권을 준다. 다만 이효송은 나이 어린 아마추어 신분이어서 JLPGA 이사회를 통해 규정이 정해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효송은 대한골프협회, 가족과 향후 진로에 대해 논의해보겠다고 했다.

이데일리

이효송(사진=대한골프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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