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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日 메이저 대회 제패 16세 이효송 “바람이 말 거는 대로 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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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지금도 실감이 안 나요. 강풍이 정신없이 몰아치는데 바람이 말을 거는 것 같았어요. 우승 아니면 아무 의미 없다고 생각하고 오직 홀을 향해 샷을 하기만 했어요.”

이제 만 15세 하고도 177일. 전날 우승 감격을 뒤로하고 6일 오후 귀국한 이효송(마산 제일여고)은 경남 창원 집에서 전화를 받았다. 목소리가 가라앉아 격전의 피로가 느껴졌지만 들뜬 감정은 숨기질 못했다. 고교 1년생 16세에 불과한 그가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 살롱파스 컵을, 그것도 마지막 날 7타 차를 뒤집는 대역전승으로 제패하자 일본 언론들이 난리가 났다. JLPGA투어 최연소 우승 기록을 한국인이 작성한 점도 주목을 받았다. “그렇게 많은 기자분 앞에서 인터뷰한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어요.”

일본 소바(메밀국수)를 좋아하고 일본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일본어를 배우고 있다는 내용도 빠지지 않았다. 전 세계 랭킹 1위이자 일본 여자 골프 전설 미야자토 아이(39)는 “16번 홀 보기를 하고 바로 버디로 만회하는 정신력을 지녔기 때문에 마지막 홀에서도 이글을 잡을 수 있었다”며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이번 대회에는 아버지·어머니 대신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골프의 길로 이끈 할아버지 그리고 고모와 동행했다.

조선일보

그래픽=백형선


그는 중학교 2학년이던 2022년 강민구배 한국여자아마추어선수권에서 우승해 지난해 이 대회 초청을 받았다. “처음 큰 일본 프로 대회에 나가서인지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고 컷 탈락했어요.” 그리고 지난해 강민구배를 2연패하며 올해 다시 기회를 잡았다.

“이번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이틀 만에 집에 가지는 말자고 다짐했지만 첫날 3오버파 공동 71위로 출발하고 말았죠.” 당황할 법도 했지만 지난해까지 아마추어 대회에서 43차례나 개인전 트로피를 들어 올린 승부 근성이 꿈틀댔다. 되레 공격적으로 나갔다. 2라운드와 3라운드에서 각각 3언더파를 치며 공동 10위(3언더파)로 뛰어올랐다. 그런데 마지막 날 엄청난 강풍이 불며 드라마가 펼쳐졌다. “지난 3월 뉴질랜드에서 퀸 시리키트컵에서 우승할 때도 엄청난 강풍이 불었거든요. 강풍이 불면 계산보다는 느낌이 중요해져요. 마지막 날 제 느낌대로 치는데 거리와 방향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거 있죠.”

16번 홀 보기를 하고 순위표를 보니 1위와 3타 차. 이효송은 17번 홀(파3)에서 7번 아이언으로 살짝 드로를 걸어 홀 2m에 붙여 버디를 잡았다. 18번 홀(파5)에선 235야드를 남기고 친 3번 우드 샷이 홀 3m에 붙었고 1타 차 우승으로 연결되는 이글 퍼트에 성공했다.

일본에선 “한국에선 18세가 돼야 프로 전향을 할 수 있지만 일본에서는 원하면 바로 프로 자격을 줄 수 있다. 빠르면 2주 후 브리지스톤 레이디스 오픈에도 뛸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에 대해 이효송은 “프로 데뷔는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며 “대한골프협회와 상의해서 결정하겠다”고 했다. 그가 세계 1위가 되고 올림픽에 나가 박인비 언니처럼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했다. 이번 우승으로 그 꿈은 막 가속 주로(走路)로 들어서는 분위기다.

[민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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