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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벤치에서 수첩 필기하는 야구선수?…NC 하트 “공부해야 살아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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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3월 23일 프로야구 개막전으로 열린 창원 두산전에서 쉬는 시간을 이용해 수첩 필기를 하고 있는 NC 카일 하트(왼쪽 사진). 오른쪽 수첩 위 두산을 뜻하는 ‘Bears’라는 단어가 보인다. 이날 선발투수로 나온 하트는 7이닝 동안 5피안타 5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하고 NC의 4-3 승리를 이끌었다. 사진 KBSN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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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NC 다이노스는 지난해 깜짝 돌풍을 일으켰다. 개막 전까지만 하더라도 하위권으로 분류됐지만, 20승을 달성한 에이스 투수 에릭 페디(31·미국)를 앞세워 플레이오프까지 올라섰다. 그러나 NC와 페디의 동행은 오래가지 못했다. 페디를 눈여겨본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영입 전쟁을 벌였고, 페디는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계약하면서 NC를 떠났다.

MVP를 차지한 페디와 결별한 NC는 20승 에이스를 대체할 적임자로 왼손 투수 카일 하트(32·미국)를 점찍었다. 페디와 비교해 메이저리그 경력은 떨어지지만, 구위와 제구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내리고 하트와 계약했다.

신장 196㎝의 큰 키에서 내려찍는 구위가 인상적인 하트는 기대대로 NC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 올 시즌 7경기에서 3승 1패 평균자책점 3.48을 기록 중이다. 아직 많은 승수는 쌓지 못했어도 하트가 나온 7게임에서 NC는 5승을 거두면서 상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NC와 KT 위즈의 맞대결이 비로 취소된 7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만난 하트는 “미국에서 뛸 때 KBO리그 소식을 많이 접했다. 2020년 NC의 통합우승 멤버였던 마이크 라이트를 비롯해 여러 동료들로부터 ‘한국은 선수가 뛰기 정말 좋은 나라다. 야구 환경과 수준이 뛰어나고, 무엇보다 팬들의 열정이 대단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한국행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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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카일 하트가 7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손가락 하트를 그려보이고 있다. 수원=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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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특히 NC는 유망한 젊은 선수들이 많다고 들었다. 실제로 보니 이준호와 이용준, 한재승 등 재능이 뛰어난 유망주들이 많더라. 또, 이용찬과 이재학처럼 중심을 잡아주는 베테랑들이 있어 마운드가 탄탄하게 지켜지는 느낌”이라고 했다.

2016년도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보스턴 레드삭스의 19라운드 지명을 받은 하트는 빅리그 경력이 많지는 않다. 2020년 4경기에서 1패 평균자책점 15.55를 기록한 것이 전부다. 그러나 마이너리그에서 선발투수로만 119경기를 소화한 점이 높게 평가받아 NC의 선택을 받았다. 시속 140㎞대 후반의 직구와 투심 패스트볼,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터 등 다양한 구종을 구사할 수 있다는 점이 무기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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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외국인투수 카일 하트. 사진 NC 다이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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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구만큼 변화구를 많이 던지는 하트는 “미국에서 뛸 때 내 평균 직구 구속은 평균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러면서 변화구를 많이 구사하면서 경기를 풀어가게 됐다. 한국에선 아직 내 구위를 시험 중인데 직구가 통한다고 생각하면 빠른 공의 비중을 높일 계획이다”고 했다.

하트는 올 시즌 시범경기에서부터 독특한 습관으로 화제를 모았다. 자신의 등판 경기 도중 벤치에서 수첩으로 무언가를 적는 장면이 자주 포착돼 궁금증을 일으켰다. 잠시 휴식을 취하기에도 바쁜 이닝 중간에도 수첩 필기를 빼놓지 않는다. 하트는 “최근 들어 생긴 습관이다. 공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등판 중간에도 수첩으로 필기하게 됐다”면서 “내 투구 복기와 상대 타자의 반응 등을 적는다. 나로선 아직 KBO리그 타자들의 정보가 많지 않아서 꼼꼼하게 저장해 놓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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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외국인투수 카일 하트(오른쪽)와 포수 박세혁. 사진 NC 다이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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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에겐 올 시즌 개막 전부터 페디라는 이름이 뒤따라 다녔다. 지난해 페디가 워낙 강렬한 인상을 남겨 적지 않은 부담감이 생겼다. 그럼에도 하트는 “압박감보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미국에선 ‘압박감은 네가 신경 쓰고 있다는 뜻’이라는 말이 있다. 부담감은 접어두고 내 공을 믿으면서 NC를 가을야구로 이끌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하트의 영어 이름은 심장과 마음, 사랑을 뜻하는 ‘Heart’가 아닌 ‘Hart’다. 그러나 발음이 비슷해 어릴 적부터 심장과 관련한 별명이 ‘조금 과장해서’ 100개는 붙었다고 한다. 하트는 “NC팬들의 심장을 뛰게 하는 선수가 되겠다”면서 손가락 하트를 그리며 이날 인터뷰를 마쳤다.

수원=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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