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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이슈 손흥민으로 바라보는 축구세상

손흥민 '후반기 부진' 이유 있었다...지칠 만한 기록 '수비 가담률 세계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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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손흥민이 이번 시즌 후반기에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다.

손흥민은 체력적 부담을 꾸준히 안고 뛰는 상황에서도 수비에 가장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공격수였다. 공격에만 집중해도 체력이 부족할 판에 수비까지 하려니 천하의 손흥민조차 지치는 게 당연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산하 연구기관인 국제스포츠연구소(CIES)는 9일(한국시간) 전 세계 30개 프로축구 리그에서 뒤는 공격수들의 수비 가담률을 분석해 공개했다.

수비 가담률의 기준은 CIES는 수비 과정에서 시속 25km 이상으로 질주한 거리와 신체 접촉 혹은 볼 터치 없이 상대에게 압박을 가한 횟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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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ES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수비 가담 정도가 가장 높은 선수는 다름아닌 토트넘 홋스퍼의 주장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CIES의 두 기준을 합산한 결과에서 종합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손흥민은 수비 복귀 과정에서 빠른 속도로 질주한 거리 부분에서 월등한 활동량을 자랑해 1위(100점)에 올랐고, 압박 횟수에서는 전체 7위(86.6점)를 차지했다. 범위를 유럽 5대리그로 한정하면 질주 거리와 압박 횟수가 모두 1위였다.

공교롭게도 손흥민에 이어 2위를 차지한 선수는 손흥민의 토트넘 동료인 히샬리송이었다. 히샬리송은 유럽 5대 리그로 한정했을 때 질주 거리에서 89.9점, 압박 횟수에서 76.8점을 받아 모두 2위에 오르며 종합 2위를 차지했다.

CIES는 손흥민과 히샬리송이 나란히 1위와 2위에 오른 점을 두고 "토트넘의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수비 상황에서 공격수들에게 높은 수비 가담을 요구하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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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ES의 분석처럼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토트넘에서 공격수들에게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지시한다. 이는 스트라이커나 측면 공격수로 출전하는 손흥민과 히샬리송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토트넘의 경기를 보면 이런 점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시즌 포스테코글루 감독 체제에서 토트넘은 높은 강도의 압박을 자랑하는데, 이 부분에서 손흥민을 비롯한 공격수들의 헌신적인 수비 가담을 무시할 수 없다.

토트넘 선수들은 특정 위치에서 공을 빼앗기거나 상대가 빌드업을 할 시 순간적으로 전형을 좁혀 상대를 압박한다. 당연히 상대방과 공의 위치에 따라 압박에 가담하는 선수들의 구성과 인원도 달라진다. 상대가 후방에서 공을 돌리면 공격수들도 자연스럽게 압박을 시도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한 토트넘의 공격진은 상대방의 후방 빌드업을 최대한 저지하는 역할도 맡는다. 이번 시즌 손흥민이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한 경기를 보면 상대가 후방에서 빌드업을 시작할 때 손흥민이 스프린트를 하면서 상대의 빌드업을 방해하는 걸 볼 수 있다. 스프린트를 하는 선수 외에 주변 선수들은 함께 압박을 하거나 패스길을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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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내내 스트라이커로 출전하는 경우가 많았던 손흥민이 수비 가담 정도에서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다. 또한 손흥민을 대신해, 혹은 손흥민과 함께 출전할 때 최전방 공격수로 배치되는 히샬리송이 손흥민에 이어 해당 부문 2위에 오르는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다만 손흥민의 나이를 생각하면 수비 가담률이 높다는 점이 걱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1992년생 손흥민은 어느덧 30대에 접어들었고, 여름이 지나면 만으로 32세가 된다. 선수로서 체력 문제를 겪을 수 있는 나이다.

게다가 손흥민은 평소에도 타이트한 경기 일정을 소화하는 선수 중 하나다. 소속팀 토트넘에서는 주장이자 팀의 핵심 공격수로 거의 모든 경기에 출전하면서 풀타임을 뛰고, 국가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로 절대 빠질 수 없는 선수가 바로 손흥민이다. 여기에 영국과 한국, 아시아를 오가는 장거리 비행 일정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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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손흥민은 이번 시즌 체력 문제를 겪었다.

시즌 초반에는 전반적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아 선발로 출전하더라도 후반전 중반이 넘어가면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손흥민을 벤치로 불러들이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당시 손흥민은 자신의 역할을 끝내면 벤치로 들어와 휴식을 취하고는 했다.

이런 와중에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까지 출전했다. 이 대회에서 손흥민은 조별리그부터 한국이 탈락한 4강 요르단전까지 전경기 선발 출전과 풀타임이라는, 체력적으로 부담이 없는 게 이상할 일정을 소화했다.

손흥민은 대회 첫 경기였던 바레인과의 조별리그 1차전부터 4강 요르단전까지 모두 선발로 출전해 90분은 기본, 유독 길었던 추가시간을 포함하면 매 경기 100분 전후의 시간 동안 그라운드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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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한국이 16강 사우디아라비아전과 8강 호주전에서 연장 혈투 끝에 극적으로 승리를 챙겼기 때문에 손흥민은 두 경기에서 120분을 뛰어야 했다.

한국이 아시안컵에서 탈락한 뒤에도 손흥민은 쉬지 못하고 토트넘으로 복귀해 브라이턴 앤드 호브 앨비언과의 리그 경기에 교체 출전하며 곧바로 경기에 투입됐다. 말도 안 되는 일정을 소화했던 손흥민이다.

이는 손흥민이 이번 시즌 전반기에 비해 후반기에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까지 리그에서 17골 9도움을 올리고 있는 손흥민은 전반기에만 12골 5도움을 기록했다. 토트넘의 상승세에 맞춰 주장 손흥민의 활약도 점점 좋아졌다. 전반기 내내 기세를 유지했던 손흥민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PL) 전반기 베스트 일레븐에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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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시안컵에서 돌아온 시기를 기점으로 경기력과 기록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공격수 중 수비 가담률 1위에 오를 정도로 평소에도 체력적인 부담을 안고 있을 손흥민이 시즌 도중 아시안컵 일정까지 소화하고 온 탓에 벌어진 일이었다.

손흥민은 후반기 들어 5골 4도움을 추가로 기록했지만 단순 퍼포먼스를 비교하면 전반기에 비해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다. 물론 토트넘이 전반기와 비교했을 때 잘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이 있겠으나, 손흥민이 지쳤다는 것도 부정하기 힘들다.

영국 현지에서도 아시안컵처럼 시즌 도중 열리는 대륙컵이 손흥민을 비롯해 아시아 선수들과 아프리카 선수들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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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가디언'은 지난겨울 열린 대륙컵에 참가했던 선수들이 리그로 복귀한 뒤 부진에 빠져 있다는 점을 두고 손흥민과 김민재가 현재 겪고 있는 부진이 2023 아시안컵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매체는 "영국에서는 시즌 중반 선수들이 아시아나 아프리카에서 열리는 대륙간 토너먼트에 참가하기 위해 떠날 때 구단이 겪는 불편함에 초점을 맞춘다. 정작 선수들에게 미치는 신체적, 정신적 영향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라며 선수들에게 초점을 맞춘 보도를 냈다.

'가디언'은 "시즌 중반에 대륙컵에 참가해야 하는 선수들은 이해가 필요하다. 유럽에서 뛰는 빅 클럽의 스타들은 일반적으로 자국에서도 스타 선수이거나 그 이상이며, 그에 따른 압박을 받는다"라면서 "손흥민은 1월 6일부터 2월 6일까지 한국에서 7경기를 뛰었고, 2월 10일 다시 클럽에서 뛰었다"라며 손흥민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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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은 "요르단전 패배 이후 손흥민은 화가 나서 말을 할 수 없었고, 그가 충분히 지쳤다고 암시한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PL에 복귀한 손흥민은 탈구된 손가락을 묶은 채 경기를 치렀고, 이후로 손흥민은 그렇게 날카롭지 않았다"라고 했다.

또한 매체는 "김민재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전에서 부상을 당하고 싶었을 것이다. 김민재는 레알 마드리드와의 준결승 1차전에서 첫 골을 내주고 페널티킥을 허용하는 등 악몽을 꿨다. 토마스 투헬 감독은 지난해 이탈리아 세리에A 최고의 수비수로 뽑혔던 김민재를 탐욕적이라고 묘사했다. 김민재는 아시안컵 이전에는 붙박이 주전이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달라졌다"라며 김민재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확실히 손흥민의 현재 경기력은 전반기와 비교하면 아쉬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손흥민의 후반기 부진에는 이유가 있었다. 오히려 손흥민이 후반기에도 같은 페이스를 유지한다는 게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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