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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누구를 위한 공정인가 , 'ABS 논란' 어차피 선수들 목소리 못 낸다 [박연준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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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T 위즈, KBO, 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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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표 ABS, 공정함에 대해 인정한다. 그러나 선수의 목소리를 듣는, 선수 향한 '인프라'가 빠졌다.

ABS(자동 볼 판정 시스템)에 대한 현장의 불신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선수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달 25일 한화 이글스 에이스 류현진은 수원 케이티 위즈파크에서 KT 위즈와 맞대결을 펼치다 ABS 판정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제구에 강점이 있는 류현진의 불만 제기한 것. 일명 '아트 피칭' 그림과도 같은 제구력을 뽐내는 류현진이 ABS 판정에 대해 의문을 보였다.

이에 당시 KBO는 이례적으로 ABS 투구 추적 데이터를 공개, 당시 류현진이 제기했던 공에 대한 자료를 보이며 ABS에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다음 날이었던 26일 KT 황재균이 인천 SSG전 4회초 2사 1루 상황에서 삼진을 당한 뒤 헬멧을 집어 던지며 불만을 표했고 곧바로 퇴장 조치됐다. 이는 ABS 도입 이후 볼 판정에 항의하다가 퇴장당한 첫 사례. 이후 황재균은 현장 매체들과 인터뷰에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어 항의했다. 선수들과 충분한 상의 없이 (KBO가) ABS를 성급하게 추진했다"며 "구장마다 스트라이크존이 다르다"고 의문을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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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로야구선수협 로고. MHN스포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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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협 "ABS 대한 선수들 전반적인 생각 종합해 KBO에 질문 보냈다"

계속되는 ABS 논란에 선수협도 움직였다. 전날(9일) 일간스포츠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일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KBO에 ABS에 관한 질문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같은 날 오후 선수협 관계자는 MHN스포츠외 전화에서 "ABS 운영에 있어서 선수들이 의문을 품고 있는 것, 그리고 선수들의 전반적인 생각들을 KBO에 질문서로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선수협 관계자는 또 "각 구장마다 ABS 좌표 즉 스트라이크존이 다르다는 의견이 가장 빈번했다"며 "퓨처스 리그(2군) 전 구장에 ABS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 KBO가 ABS를 야심 차게 도입했으나 안 보이는 뒤에선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선수협은 여러 가지 선수들의 의견을 종합해 KBO에 질문지를 전달했다. 향후 선수협은 KBO의 답변을 전달받은 이후 파악에 나설 예정이다.

선수협 관계자는 "ABS에 대해 선수들 역시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사실"이라며 "ABS 판정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선수들도 많지만, 의구심을 가진 선수들도 적지 않다.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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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정확성 테스트 등 자료 공개로 현장 '의문 반박'

KBO 역시 ABS의 의문에 대해 반박했다. 특히 ABS 정확성 테스트로 '공정함'을 치켜세웠다.

KBO는 "공정하고 일관된 볼-스트라이크 판정을 위해 2024시즌부터 도입한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에 대한 정확성 테스트를 KBO 리그 9개 구장에서 4월 8일(월)부터 30일(화)까지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KBO는 "'각 구장별로 ABS 판정 좌표 기준에 차이가 있다'는 일부 의견에 대해 테스트를 통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공감했으며, 투구된 공의 위치가 찍히는 폼 보드 실측 좌표와 ABS 추적 좌표를 정밀하게 비교했다"며 "테스트 결과 피칭머신 등으로 투구된 폼 보드 실측 데이터값과 비교했을 때 ABS 추적 시스템의 데이터는 9개 구장 모두 평균 4.5mm(좌우 4.5mm, 상하 4.4mm)이내의 정확성을 갖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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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이번 테스트 결과로 KBO 리그 전 구장의 ABS가 상하좌우 평균 4.5mm 이내에서 일정하고 일관되게 판정되고 있음을 확인했고, 9일(목) 10개 구단 및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에 결과를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퓨처스 리그 ABS 설치에 대해선 KBO의 답변이 전해지지 않았다. 이는 선수협이 답변을 받은 이후, 혹은 향후 전해질 예정이다.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은 같은 날 잠실 현장 취재진과 경기 전 인터뷰에서 "선수협에서 구장마다 ABS의 판정이 조금 차이점이 있다고 하니까 KBO에서 조사한 것 같다. 데이터를 확인해 보지는 못했으나, 선수협의 의견도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현장과 긴밀히 소통하고 선수협과 이야기를 해서 조금이라도 오차와 편차를 줄일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항상 말하듯이 나는 ABS에 찬성하는 입장"이라며 "선수들이 헷갈리는 부분이 있다면 KBO에서도 선수들을 이해시킬 수 있는 자료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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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 불만 있어도 우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

ABS에 대한 불만이 있어도 KBO리그 선수들은 받아 드릴 수밖에 없는 것이 현 한국 야구의 상황이다. 야구장을 빛내는 또 팬들을 즐겁게 해주는 '야구선수'임에도 방법이 없다. 이는 한국 프로야구선수들이 '단체 행동권'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선진 야구로 꼽히는 메이저리그는 자체 선수 노조를, 일본 야구는 일본 프로야구선수회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협회 즉, 프로야구단체가 불합리하고 부당한 부분을 보이면 단체 행동권을 가지고 맞서 싸우곤 한다.

이들은 야구선수, 노동자로서 보장받아야 할 '기본 노동권'을 비롯해 사무국과 의견이 다를 때 선수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본적인 권익을 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야구는 미국, 일본과 다르다. 한국 선수협은 여전히 정식 노동조합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헌법으로 제정된 '노동 삼권'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 행동권을 보장받지 못한다.

일본의 경우, 프로야구선수의 근로자성은 인정하지 않지만, 노동조합을 인정하기 때문에 선수들이 권익에 피해를 보았을 때 훈련 거부와 파업 등을 할 수 있는 힘이 있다. 만약 ABS 문제가 미국이나 일본에서 벌어졌다면 '우선 시행, 공정성 체크' 방식이 아닌 선수들이 목소리를 내어 ABS 도입에 대해 개입할 수 있었을 것이다.

ABS는 스트라이크 볼 판정 성공률 99.9%를 자랑한다. 공정성만큼은 인정해야 한다. 다만 선수들의 불신에 있어서, 그 이전인 'ABS 도입 배경'에 과연 선수들의 목소리가 담겼을지는 의문이다. 최종 도입 이전에 선수들과 논의가 있었다면, 또 대화가 오갔다면 지금처럼 'ABS 불신론' 자체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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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 논란 사태가 보여준 한국 야구의 '現 문제'

이번 ABS 논란은 한국 야구에 선수들을 위한 人(인)프라가 없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국 야구에도 선수들의 '단체 행동권'이 왜 필요한지를, 선수 노조 결성이 절실하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결국 '선수 노조 결성'이 안된다면 선수협은 가만히 서 있는 허수아비에 불과하다는 것을, 향후 KBO의 변화에 있어서 매번 이렇게 불신을 갖게 되고, 이를 KBO가 데이터로 반박해야 하는 상황이 '무한 반복' 될 것으로 보인다.

'人프라' 구축을 위해서 또 그라운드를 빛내는 선수들의 기본 목소리를 위해서 '선수 노조 결성'은 더 이상 늦춰져선 안 된다는 것이다.

한편 KBO는 ABS 논란을 완전히 해소하기 위해 "ABS 판정에 대한 선수단의 신뢰도를 향상하고 적응을 도울 수 있는 공식 ABS 기록 열람 페이지를 5월 중 구단에 제공할 계획"이라며 "매 경기 모든 타석별 ABS가 추적한 투구 위치를 연동된 영상과 함께 다음날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등 ABS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한 방안을 지속해서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KBO는 "ABS와 관련해 야구팬과 현장의 의견을 깊이 경청하고 개선이 필요할 경우에는 10개 구단과 협의해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ABS의 정밀한 운영을 위한 연구를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사진=MHN스포츠 DB, 연합뉴스, 한화 이글스, KT 위즈,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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