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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펩의 남자' 로드리, 세계 최고의 '패배를 모르는 사나이'가 되다[최규섭의 청축탁축(蹴濁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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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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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Game-1!’ 로드리(27·맨체스터 시티)가 세계 클럽 축구사에 새 지평을 연다. 세계 으뜸의 ‘패배를 모르는 사나이’로서 우뚝 선다. 단 한 걸음만 앞으로 내디디면 된다. 그 전제 조건은 승리, 또는 무승부다. 곧, 지지 않으면 클럽 축구 최다 무패 경기 신기록 달성의 금자탑을 쌓는다. 온 세계 축구팬의 가슴속에 깊숙이 아로새겨질 위대한 발자취의 주인공으로 떠오를 순간이다.

로드리는 진다는 사실과 낯설다. 자신의 뇌리에서, ‘패배’란 단어를 아예 지워 버린 듯싶다. 그라운드에서, 오랜 세월 쓴잔을 들이켠 적이 없다. ‘승리의 보증수표’다. 그라운드에 나서면, 최소한 무승부는 보장된다. 한마디로, ‘행운의 사나이’다. 승리의 신은 늘 로드리에게 미소를 보내며 그의 손을 들어 준다.

그 세월은 1년 3개월여(2023년 2월 12일~. 이하 현지 일자 기준)에 이른다. 경기 수는 73에 달한다. 이 기간에, 로드리는 57승 16무의 찬란한 전과를 올렸다. 순수 승률이 78.1%로, 쉽사리 믿기 힘들 정도다. 무승부를 0.5로 계산했을 땐, 89.0%다. 모두를 아연케 할 경이적 승률이다(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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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엄청난 승률은 다른 ‘무패 사나이’들과 대비해 보면 더욱 두드러진다. 이 분야에서, 로드리와 함께 선두 그룹을 형성한 데메트리오 알베르티니와 파올로 말디니(이상 AC 밀란)가 기록한 승률을 압도한다. 약 4년 3개월(1989년 1월 15일~1993년 4월 10일)에 걸쳐 패배를 몰랐던 알베르티니가 올린 승률은 63.0(81.5)%다. 또, 약 1년 10개월(1991년 5월 26일~1993년 3월 7일)에 걸쳐 패배를 거부했던 말디니가 올린 승률은 68.5(84.2)%다. 다시 말해, 로드리의 무패 기록이 알베르티니와 말디니에 비해 훨씬 순도가 높음을 금세 알 수 있다.

로드리가 내달려 온 무패 가도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2022-2023시즌 23라운드 애스턴 빌라전에서 비롯했다. 홈 에티하드 스타디움(시티 오브 맨체스터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이 한판에서, 맨체스터 시티는 낙승(3-1)했다. 로드리는 스스로 영광의 문을 열었다. 전반 4분 선제골을 터뜨리며 무패 기록의 서막을 올렸다.

공교롭게도, 로드리에게 마지막 패전을 안긴 팀은 토트넘 홋스퍼였다. 엿새 전(2월 6일) 열린 EPL 22라운드에서, 맨체스터 시티는 전반 15분에 해리 케인(현 바이에른 뮌헨)에게 얻어맞은 결승골을 끝내 만회하지 못하고 분패(0-1)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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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신의 시험은 거기까지였다. 토트넘전 패배는 로드리의 무패 질주를 위한 디딤돌에 불과했다. 양극단은 서로 만나듯, 승리의 미소와 패배의 분루는 양극으로서 통했다.

그런데 참 기이한 인연이다. 이번엔, 토트넘이 로드리의 희생양이 됐다. 기분 좋은 토트넘전 승리로, 로드리는 세계 기록 선두 반열에 올라섰다.

토트넘전을 끝으로, 로드리는 무패의 바다를 순항해 왔다. 지난 14일 EPL 37라운드까지 순풍에 돛 단 항해였다. EPL 49경기를 비롯해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15경기와 컵대회 5경기 등을 엮어 73경기에서 암초를 거부하고 나아온 순조로운 항행이었다.

덩달아 맨체스터 시티도 왕관을 독식했다. 지난해 맨체스터 시티는 UCL, EPL, FA컵, FIFA(국제축구연맹) 클럽 월드컵 등을 모조리 휩쓸었다. 물론, 2022-2023 UCL 베스트 플레이어의 영예는 로드리의 품을 찾아들었다.

4연패 눈앞에 둔 맨체스터 시티의 야망과 어우러진 새 지평 개척 열망
전 세계 으뜸의 무패 사나이를 향한 로드리의 발걸음은 이제 등정에 한 걸음만을 남겨 놓았다. 19일 오후 4시(한국 시각 20일 오전 0시) EPL 최종 라운드에서, 개척의 발걸음이 어떻게 마침표를 찍을지 판가름 난다. 마지막 한판 상대는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다. 공동 선두 가운데 유일하게 여전히 그라운드를 밟고 있는 로드리가 ‘홀로’ 기록 보유자로 올라설지 눈길이 쏠릴 한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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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리는 맨체스터 시티의 전성시대를 이끌고 있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화신’으로 평가받는다.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과르디올라 감독의 축구 철학과 전략·전술을 가장 훌륭하게 구현하고 있다. 즉, 맨체스터 시티가 당대 세계 최고 클럽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로드리의 비중은 절대적이라 할 만하다.

무패 최고 고지(74경기) 등정은 이뤄지리라 전망된다. 1992년 새 옷으로 갈아입고 출범한 EPL에서, 맨체스터 시티는 그동안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를 압도해 왔다. 45회 맞붙어 28승 8무 9패로 절대적 우위를 보였다. 2021-20224시즌부터 최근까지 6회 힘을 겨룬 결과는 더한 모양새다. EPL 4승 1무와 리그컵 1무를 엮어 4승 2무, 즉 패배를 몰랐다. 또한, 홈에서 열린다는 점도 긍정적 요소다. 최근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8경기에서, 맨체스터 시티는 연승의 폭죽을 잇달아 쏘아 올렸다. 패배는 고사하고 무승부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더욱이 3연패(2020-2021~2022-2023시즌)의 용솟음치는 기세를 몰아 4연패를 노리는 맨체스터 시티의 야망은 로드리의 기록 달성을 더욱 밝게 하는 요인이다. 마지막 한판을 남기고 선두(승점 88)를 달리는 맨체스터 시티가 큰 뜻을 이루기 위해 전력투구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승점 2점 차로 바짝 뒤를 쫓고 있는 아스널을 제치고 스스로 힘으로 우승하기 위해선, 승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맨체스터 시티다. 자칫 비기고 아스널이 같은 시간에 열리는 애버턴전(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서 이기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승점이 같게 돼(89-89) 골 득실 차로 패권의 향방을 가르는데, 현재 뒤지는(60-61) 맨체스터 시티가 결국 정상을 내주고 2위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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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두 마리 토끼’를 쫓게 된 로드리다. 4연패의 야망과 세계 최고 기록의 열망은 어떻게 어우러져 어떤 모양새로 나타날까? 마지막 순간까지 시선을 떼려야 뗄 수 없게 전개되는 EPL 2023-2024시즌이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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