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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한국 단체 구기종목의 마지막 자존심…여자 핸드볼 "불가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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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핸드볼이 한국 단체 구기 종목의 자존심을 걸고 파리로 향한다. 헨리크 시그넬(48·스웨덴) 감독이 이끄는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팀은 20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미디어데이를 열고 2024 파리올림픽을 향한 출사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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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여자 핸드볼 대표팀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헨리크 시그넬 감독(오른쪽)과 주장 신은주.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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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두 번째 외국인 사령탑인 시그넬 감독은 "이제 막 올림픽 준비를 시작한 단계라 매일 강한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지금 흘리는 땀이 헛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객관적으로 우리가 메달 후보는 아니지만, 목표로 한 것들을 잘 해내면 모든 팀에 껄끄러운 상대가 될 수 있다.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는 과정에 집중하면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팀 주장 신은주(31·인천광역시청)도 "이번 대표팀에는 올림픽 무대를 밟아본 선수가 5명뿐이다. 국가대표 세대교체가 이뤄졌고, 많은 선수가 좋은 경험을 쌓을 수 있다"며 "우리가 가진 모든 걸 걸고 싸우겠다. 혹시 결과가 좋지 못하더라도, 여자 핸드볼이 더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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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여자 핸드볼 대표팀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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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올림픽에서 열리는 단체 구기 종목은 축구·농구·배구·하키·핸드볼·럭비·수구다. 여자 핸드볼은 아시아 예선을 1위로 통과해 세계 핸드볼 사상 최초로 11회 연속 올림픽 본선에 진출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반면 축구와 남자 핸드볼을 비롯한 다른 종목들은 줄줄이 예선 탈락했다. 홀로 남은 여자 핸드볼의 어깨가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대표팀 주전 골키퍼 박새영(30·삼척시청)은 "부담은 많이 되지만, 반대로 핸드볼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좋은 기회라고 본다"며 "메달권과 가깝진 않아도 조금이라도 더 열심히,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주전 센터백 우빛나(23·서울시청)도 "부담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지만, 더 좋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기로 했다"며 "어린 나이에 올림픽 출전이라는 좋은 기회를 잡게 돼 기쁘다. 더 책임감을 갖고 좋은 경기를 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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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여자 핸드볼 대표팀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헨리크 시그넬 감독.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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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여자 핸드볼 대표팀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주장 신은주.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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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진천에 소집돼 훈련을 시작한 대표팀은 다음 달 2일부터 21일까지 스웨덴과 노르웨이에서 1차 유럽 전지훈련을 진행한다. 7월 1일 다시 진천에 모여 국내 훈련을 재개하고, 9일 스페인과 네덜란드로 떠나 2차 유럽 전지훈련을 이어간 뒤 19일 결전지 파리에 입성한다.

전망이 밝지는 않다. 한국은 2008년 베이징 대회의 동메달 이후 올림픽 메달을 따지 못했다. 2012년 런던 대회 4위에 머물렀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해 역대 최악의 성적을 냈다. 가장 최근 대회인 2021년 도쿄에서도 8강에 만족해야 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결승에서 세계 최강 스웨덴을 상대로 쓴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신화는 이제 옛 이야기다.

스웨덴 출신인 시그넬 감독은 "한국이 전통의 핸드볼 강국이고, 그 시기에 좋은 성적을 낸 걸 잘 알고 있다"며 "선배들의 성공적이었던 경험을 팀원들에게도 많이 얘기해주고 있다"고 했다. 신은주도 "나 또한 '우생순' 신화를 보면서 핸드볼을 향한 꿈을 키웠다. 선배들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싶은데, 우리가 많이 뒤처져 있는 상황"이라며 "코트에선 내 포지션(레프트윙)처럼 후배들의 뒤를 잘 받쳐주면서 무너지지 않고 잘 이끌어나가고 싶다"고 했다.

대한핸드볼협회 박현 부회장은 "여자 핸드볼은 올림픽에서 총 6개의 메달(금 2·은 3·동 1)을 딴 효자 종목이었다. 안타깝게도 최근 10여년 간 세계의 벽에 막혀 이번 올림픽 메달 도전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한국의 유일한 단체 구기 종목 팀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국가대표 지도자, 선수, 협회가 한 팀으로 똘똘 뭉쳐 최선을 다해 올림픽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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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여자 핸드볼 대표팀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박새영.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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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여자 핸드볼 대표팀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우빛나.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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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독일·슬로베니아와 함께 A조에 편성됐다. 25일 독일을 상대로 예선 첫 경기를 치른 뒤 28일 슬로베니아, 30일 노르웨이, 다음 달 1일 스웨덴, 다음 달 4일 덴마크를 차례로 만난다. 조 4위 안에 들어야 8월 6일 시작하는 8강 토너먼트에 진출하는데, 매 경기 유럽의 강호들과 힘겨운 승부를 이어가야 한다.

협회는 선수들의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예선리그에서도 첫 승에 300만원, 2승 째부터 경기당 500만원을 지급하는 승리 수당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신은주는 "상황이 어렵지만, 조별 예선을 통과하는 게 1차 목표"라고 했다.

시그넬 감독은 "세계 최강팀들과 같은 조라 힘든 도전이 될 것 같다. 유럽 선수들과 다른 우리만의 기술과 특성을 잘 살려야 한다"며 "우리는 유럽 선수들보다 빠르고 영리한 플레이를 한다는 장점이 있다. '불가능은 없다'는 마음으로 임하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진천=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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