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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1083명→110명→27명…신인 드래프트 통과해도 1군 데뷔는 한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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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24 KBO 신인드래프트 때 각 구단에 지명된 선수들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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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황준서는 프로 데뷔전(3월31일 KT 위즈전)에 선발로 나와 승리 투수가 됐다. 고졸 선수 데뷔전 선발승은 KBO리그 역대 10번째 일이다. 황준서의 장충고 동기인 조동욱은 지난 12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역시나 선발로 데뷔전을 치러 승을 챙겼다. 황준서 다음 리그 역대 11번째 영광이다. 같은 날 두산 베어스 2년차 투수 최준호는 4번째 선발 도전 끝에 프로 데뷔 첫 승을 올렸다. 그는 지난해 1라운드 9번으로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었고, 올해 처음 1군 무대에 섰다.



2023, 2024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프로에 입문한 선수들 중에는 황준서, 조동욱, 최준호처럼 1군 데뷔에 성공해 승리 투수까지 된 이들도 있으나 아직 1군 무대를 단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이들도 있다. 2023, 2024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프로 구단에 지명된 220명 중 21일까지 68명 만이 1군 무대에 데뷔했기 때문이다. 30.9%의 확률이다. 최준호처럼 2023 드래프트로 뽑힌 선수 중에서는 41명, 황준서와 조동욱처럼 2024 드래프트에서 지명된 선수 중에서는 27명만이 1군의 맛을 봤다.



올해만 놓고 보면 리빌딩 중인 키움 히어로즈 신인 선수 중 6명이 1군 무대를 밟았다. 트레이드 등으로 다른 구단으로부터 지명권을 양도받은 키움에서는 올해 14명이 새롭게 ‘히어로즈’가 됐었다. 1라운드에 뽑힌 선수 중에서는 김휘건(NC), 조대현(KIA)만이 여태껏 1군 데뷔를 하지 못했다.



휘문고 출신으로 계약금 2억5000만원을 받은 김휘건의 경우 현재 퓨처스(2군)에서도 던지지 않고 있다. 엔씨 관계자는 “지금 계속 몸을 만들면서 연습 투구도 하고 있으나 실전 피칭은 안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엔씨의 경우 올해 신인 중 내야수 김세훈(7라운드 61번)만이 1군 데뷔를 했다. 김세훈은 김한별이 5월초 다치면서 출장 기회를 잡았다. 경기 후반 대수비, 대주자 등으로만 나서다가 19일 기아전 때 처음 선발 출장했다. 아직까지 안타는 없다.



타이거즈 1라운더 조대현(강릉고 출신)은 지난 16일과 19일 퓨처스 경기에서 1이닝씩 공을 던졌다. 1군 도약을 위한 투구는 아니었다. 심재학 기아 단장은 “우리 팀의 경우 신인들을 등급으로 나누어 단계적으로 키운다”면서 “즉시 전력감은 레벨 1, 육성군에 투입될 선수들은 레벨 2, 장기적으로 키울 선수들은 레벨 3으로 나누는데 조대현은 현재 레벨 3이다. 이번에 퓨처스에서 던진 이유는 선수 스스로가 던져보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해서다. 성장 과정에서 그 과정을 실전에서 실험해보기 위해서 등판한 것”이라고 했다. 근시일내 조대현의 1군 데뷔는 없다는 얘기다.



1군에서 싸울 준비가 됐을 때만 선수를 올린다는 팀 육성 기조에 따라 기아는 20일까지 1군에 데뷔한 2024년 신인이 단 한 명도 없었다. 8라운드 76순위로 뽑힌 대졸 투수 김민재가 18일 1군에 처음 등록돼 21일 롯데전에 던졌는데 유강남에게 홈런을 맞는 등 실망스러운 결과를 냈다. 지난해 신인부터 살펴 봐도 기아에서는 윤영철, 곽도규 정도만 1군 무대에서 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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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KBO 신인드래프트. 지명된 선수들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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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기하자면, 프로 선수를 꿈꾸며 2023년 드래프트를 신청한 이는 모두 1165명이었다. 이들 중 110명이 프로 지명됐고, 9.4%의 확률을 뚫고 프로 선수가 된 이들 중 1년 반 동안 셋 중 한 명 정도(37.3%)만이 1군 무대를 밟았다. 2024년 드래프트 때는 대상자 1083명 중 110명이 발탁(10.2%)됐고 이들 중 24.5%만이 21일까지 프로에 공식 데뷔했다.



지명 순서대로 프로에 데뷔한 것도 아니다. 케이티(KT) 위즈 강건이 한 예다. 그는 2023 신인드래프트에서 제일 마지막인 110번째로 호명됐다. 하지만 강건은 작년에 곧바로 프로 데뷔해 4경기 6⅔이닝 8탈삼진 1자책점의 투구를 보여줬고, 올 시즌 개막 초에도 3경기에 등판해 3⅔이닝 1자책점의 성적을 냈다. 현재는 퀵모션 등 투구 자세를 잡기 위해 퓨처스에 머물고 있다. 가끔 1군 부름을 받아서 이강철 케이티 감독 앞에서 투구를 점검 받고 있다.



강건이나 팀 내에서 1~6라운드 지명 선수를 제치고 프로 데뷔를 먼저 한 김세훈, 그리고 역시나 1지명 조대현 등을 제치고 1군 마운드에 선 김민재에서 보듯이 프로 데뷔는 지명 순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투자액(계약금)을 고려해 지명 순서가 빠른 선수에게 기회가 먼저 돌아가는 것도 사실이지만, 팀 내부 상황에 따라 콜업 순서는 얼마든지 달라진다. 다만 기회가 주어졌을 때, 기회를 낚아채느냐 마느냐는 오롯이 선수의 몫이다.



지난 2월 열린 미국프로풋볼(NFL) 슈퍼볼 때 캔자스시티 치프스와 맞섰던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쿼터백 브록 퍼디는 2022년 신인드래프트 최하위 지명 선수(7라운드 전체 262순위)로 ‘무관심씨’(Mr. Irrelevant)로 불린 선수였다. 최근 4시즌 동안 3차례 전미프로농구(NBA)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니콜라 요키치(덴버 너기츠)는 드래프트 지명(2라운드 41번) 순간 주관 방송사에서 중계를 멈추고 광고를 내보낼 정도로 전혀 주목받지 못한 선수였다.



메이저리그에서 사이영상을 3차례나 수상한 클레이턴 커쇼(LA 다저스)가 14살 때 그의 선생님은 이런 말을 했었다고 한다. “네가 프로 선수의 꿈을 이룰 확률은 100만분의 1이다. 100만이라는 숫자는 생각하지 말고 네가 거기에 포함된다는 생각을 하고 단 한명의 주인공이 돼 봐라.” 그리고, 커쇼는 당당히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오로지 나한테만 초점을 맞춘다면 그저 ‘1’이라는 숫자만 보인다. 그깟 확률 따위. ‘프로’라는 이름 아래 과거는 그저 과거일 뿐. 노력은 매일 쌓아가는 것이고, 켜켜이 쌓인 노력은 신인 지명 순서를 뒤엎는다.



메이저리그 홈런왕 행크 에런의 말로 글을 갈음한다. “공놀이할 때나 인생에서나 사람은 가끔 뭔가 대단한 일을 할 기회를 얻는다. 그때가 오면 중요한 것은 두 가지뿐이다. 순간을 포착할 준비가 되어 있고, 최선의 스윙을 할 수 있는 용기를 갖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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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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