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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과르디올라는 과연 퍼거슨, 벵거 등을 제치고 EPL 최고 명장에 오를까?[최규섭의 청축탁축(蹴濁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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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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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 과르디올라(53)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역대 최고의 감독인가?”

EPL 2023-2024시즌 대장정이 막을 내리면서, 잉글랜드 축구계를 뜨겁게 달구는 화두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맨체스터 시티를 이끌고 불멸의 금자탑을 쌓은 데서 비롯한 논제로, 축구팬은 물론 전문가 사이에서도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그럴 만하다. 1992년, 구각을 깨뜨리고 새로운 첫걸음을 내디딘 EPL 역사에서, 과르디올라 감독이 그 누구도 밟지 못했던 지평인 4연패의 대위업을 일궜으니 말이다. 더구나 이번 시즌까지 바클리즈 감독상을 5회(2017-2018~2018-2019시즌, 2020-2021시즌, 2022-2023~2023-2024시즌) 수상하며 갑론을박의 열기는 한결 뜨거워지고 있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EPL 사상 가장 위대한 감독이라는 주장은 이미 지난해 제기된 바 있다. 2022-2023시즌 EPL 사상 세 번째 3연패(2020-2021~)를 비롯해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와 FA컵까지 휩쓸며 트레블의 업적을 이루자, 제이미 레드냅 전 사우샘프턴 감독이 주장했다. 2023년 5월, 레드냅 전 감독은 “과르디올라 감독은 축구를 변화시켰다. 그가 EPL 역대 최고라고 생각하는 이유다”라고 스카이 스포츠를 통해 역설했다.

1년의 세월과 함께 이 같은 주장은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시나브로 대세로 자리 잡는 듯싶다. 감히 토를 달기 힘들 만큼, 누구라도 최고 명장으로 손꼽던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82)마저도 요즘엔 반걸음 뒤처지지 않나 보이는 형세다.

EPL 사무국도 이 같은 흐름에 동조하는 듯한 분위기를 나타낸다. 홈페이지에 실린, “과르디올라가 EPL에서 가장 위대한가(Is Guardiola the Premier League's greatest)?”라는 제하의 기사에선, 그런 뉘앙스가 느껴진다. 퍼거슨과 함께 아르센 벵거(74·아스널), 위르겐 클로프(56·리버풀), 주제 모리뉴(61·첼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토트넘 홋스퍼) 등을 최고 명장을 다투는 후보로 손꼽긴 했어도, 과르디올라 감독의 손을 들어 주는 듯한 인상이 짙다.

과르디올라, 2년 연속 EPL과 FA컵을 석권한다면 한 걸음 더 다가설 게 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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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으로 보면 과르디올라와 퍼거슨, 두 감독이 단연 선두 주자다. 그중 우승 횟수에선, 과르디올라 감독도 퍼거슨 전 감독에 미치지 못한다. 퍼거슨 전 감독은 EPL 최다 우승(13회) 사령탑으로 불멸의 이름을 남겼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7회 부족한 6회다. 퍼거슨 전 감독의 50%가 채 되지 않는 등정 수효다.

그러나 순도 면에선, 과르디올라 감독이 훨씬 높다. 2016-2017시즌 개막을 앞두고 맨체스터 시티 지휘봉을 잡은 과르디올라 감독은 8시즌 전장에 나서 6회 ‘우승 대첩’을 이뤘다. 그 누구도 넘보기 힘든 엄청난 전과를 올렸다.

당연히, 우승 주기에서도 단연코 으뜸이다. 1.33시즌마다 패권을 차지했다. 거의 매 시즌 정상을 밟았다고 할 수 있다. 21시즌을 치르며 13회 우승한 퍼거슨 전 감독을 따돌렸다. 1.62시즌당 챔피언 타이틀을 따낸 퍼거슨 전 감독의 우승 주기에 비하면, 0.29시즌이 짧다.

이 기간에, 과르디올라 감독은 축구 천하를 누비며 두 번씩이나 트레블을 달성했다. 앞서 말한 2022-2023시즌 유럽 무대와 더불어 2018-2019시즌 잉글랜드 마당에서도 3관왕(EPL, FA컵, 리그컵)에 등극했다. 2023년 한 해엔, UEFA 슈퍼컵과 FIFA(국제축구연맹) 클럽 월드컵까지 5개 대회를 석권하는 승전고를 전 세계에 울렸다.

이 같은 눈부신 독보적 결실은 승점에서도 풍성했다. 특히, EPL 첫 패권을 거머쥔 2017-2018시즌은 굉장했다. EPL 사상 첫 세 자릿수 승점을 수확했다. 32승 4무 2패로 승점 100을 쌓아 올렸다. 물론, 그 뒤로는 맺어지지 않은 ‘승점 100 열매’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잉글랜드 마당에 뛰어들기 전, EPL 24시즌(1992-1993~2015-2016) 동안 우승한 챔피언의 평균 승점은 85.2점이었다. 이에 비하면, 얼마나 어마어마한 승점인가. 쉽게 감조차 오지 않을 정도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맨체스터 시티 사령탑에 앉아 지휘한 지난 8시즌(2016-2017~2023-2024) 동안 올린 평균 승점은 이보다 4.3점 높은 89.5점이다. 우승 타이틀을 획득한 6시즌 평균 승점은 92.8점으로 무려 7.6점이나 많다.

그뿐이랴. 최다 승점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EPL에서 8시즌(304경기)을 치르며 총 716점을 거둬들였다. 225승 41무 38패로, 순수 승률이 물경 74.0%에 이른다. 같은 기간에, 맨체스터 시티와 함께 EPL 빅 6를 형성하는 다른 어느 팀도 엄두를 내지 못한 ‘700점 고지’에 홀로 올라섰다. 2위에 자리한 리버풀(승점 657·196승 69무 39패)를 59점 차로 가뿐히 제쳤다(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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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거슨 전 감독은 대단한 트로피 수가 말해 주듯 사령탑으로 활약할 당시 당대를 주름잡았던 최고 명장이었다. 1998-1999시즌엔, 유럽 5대 리그에서 첫 트레블(UCL, EPL, FA컵)을 달성했다. 1990년대(620점), 2000년대(832점), 그리고 2010년 1월부터 2013년 5월 마지막 경기(300점) 사이에 EPL 최다 승점을 획득하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최고 명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20년 넘게 EPL을 지배한 점은 확실히 돋보이는 강점이다. 퍼거슨 전 감독을 최고 명장으로 손꼽는 배경이다.

벵거 전 감독은 EPL에서 세 번 달콤한 맛을 봤다. 비록 우승은 3회(1997-1998, 2001-2002, 2003-2004시즌)에 그쳤으나, 잉글랜드 축구를 변화시킨 방식은 가장 중요하고 상징적 인물 중 하나로 거론하는 데 전혀 부족하지 않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EPL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점이 입증하는 대목이다.

모리뉴 전 감독은 전술적 천재성과 카리스마가 돋보인다. 특히, 수비 전술이 돋보였다. 첼시를 이끌고 첫 정상을 밟은 2004-2005시즌 기록한 15실점은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다. 외국인 감독 최초로 첫 EPL 2연패(2004-2005~2005-2006시즌)와 10년 만(2014-2015시즌)에 다시 첼시를 지휘해 정상에 오른 점 등은 분명 명장으로 손꼽히는 데 부족하지 않다고 할 만하다.

클로프 전 감독은 단 한 차례(2019-2020시즌)밖에 EPL에서 우승하지 못했다. 그러나 전술적 측면에서, EPL에 일으킨 변화의 바람은 강도가 과르디올라 감독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고 평가받는다. 게겐프레싱(Gegenpressing) 전술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헤비 메탈(Heavy Metal)’ 축구는 지금 대부분 팀이 운용할 만큼 큰 흐름을 보인다.

맞수끼리는 서로를 높게 평가하는가 보다. 당대 EPL 패권을 다퉜던 과르디올라 감독과 클로프 감독은 서로를 격찬한다. “클로프 감독은 내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부분이었다. 그는 나를 감독으로서 다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과르디올라 감독) “과르디올라 감독은 세계 최고다. 맨체스터 시티 사령탑에 다른 감독이 앉으면, 그는 결코 4연패를 이룰 수 없다.”(클로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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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누가 EPL 최고 감독이라고 단언키는 어렵다. 각자의 시각과 취향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척도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오늘(25일·한국 시각 오후 11시) 펼쳐질 FA컵 결승전은 중요한 가늠자를 제공할 수 있을 듯싶다, 만일 맨체스터 시티가 더비 라이벌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물리치고 패권을 거머쥔다면, 과르디올라 감독이 으뜸 명장의 왕좌로 한 걸음 더 올라설 수 있으리라는 건 확실하다. EPL과 FA컵을 2년 연속 휩쓴 최초의 감독에게 아주 잘 어울리는 ‘왕의 자리’이기 때문이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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