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7 (월)

“제발 한 이닝만 더요” 155㎞ 외인 파이어볼러의 간청, 반등의 ‘비단 주머니’는 있을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티비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포티비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극도의 부진 속에 조기 퇴출된 로버트 더거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SSG와 계약한 드류 앤더슨(30·SSG)은 24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한화와 경기에서 4이닝 동안 6실점하며 험난한 하루를 보냈다. KBO리그 적응이 아직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한 판이었다.

앤더슨은 올 시즌 미국에서 불펜으로 뛰었다. 선발로 빌드업하지 않았다. 한국에 와서 다시 선발로 개수를 끌어올리는 중이다. 쉽지 않은 과정이다. 그럼에도 이전 경기 성적이 아주 나쁜 건 아니었다. 10일 광주 KIA전에서 3이닝 무실점, 그리고 17일 고척 키움전에서 3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이닝이나 투구 수야 앞으로 불려 나가면 되는 것이고, 공인구라든지 KBO리그 전반적인 문화에 적응하는 것이 관건으로 보였다.

더 나아지길 기대했지만 24일 한화전에서는 일주일 만의 등판임에도 4이닝 동안 8개의 안타를 맞았고, 여기에 홈런도 두 방을 허용하며 험난한 인천 데뷔전을 치렀다. 인천이 아니었다면 넘어가지 않을 타구도 있었지만 앞으로 인천을 홈으로 써야 하는 투수로서는 받아들어야 할 대목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재밌는 대목도 있었다. 이날 삼진을 9개나 잡았다는 것이다.

8개의 안타를 맞았는데 9개의 삼진을 잡았고, 볼넷은 1개였다는 점에서 기이한 하루였다. 맞을 때는 맞고, 잡을 때는 잡았다는 것인데 역시 투구 패턴의 문제가 지적됐다. 경기 초반에는 너무 패스트볼 위주였다. 한화 타자들은 당할 때는 당하더라도 노릴 때는 확실히 이 패스트볼을 노려 앤더슨을 무너뜨렸다. 앤더슨 나름대로 생각이 많을 만한 하루였다. 물론 SSG 벤치도 마찬가지였다.

앤더슨의 패스트볼은 분명 위력이 있다. 구속부터가 그렇다. 앤더슨의 포심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이미 시속 155㎞가 찍혔다. 선발로 제법 많은 공을 던진 지난 두 경기의 포심 평균 구속도 152.7㎞에 이르렀다. 나무랄 것이 없는 구속이다. 그렇다고 ‘작대기’ 수준의 포심도 아니다. 릴리스포인트가 높은 건 아니지만 수직무브먼트도 꽤 좋다. 여기에 컨디션이 좋을 때는 좌타자 바깥쪽으로 살짝 휘어져 나가는 싱커성 움직임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패스트볼 과신은 안 된다. KBO리그 타자들도 150㎞ 이상의 공이 몰리면 충분히 쳐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앤더슨도 이를 느낀 하루였을 것이다. 이숭용 SSG 감독은 25일 인천 한화전을 앞두고 “어제 배영수 코치와 보면서 ‘직구만 계속 하면 안 되는데’라고 하는데 빵빵빵 맞더라. 3회와 4회부터는 변화구를 조금 섞었다”고 설명했다. 너무 패스트볼 위주의 승부를 한 것이 패인이라는 것이다.

변화구를 못 던지는 투수는 아니다. 슬라이더도 있고, 커브도 있고, 체인지업도 던진다. 다만 아직 공인구가 손에 익지는 않았다는 게 이 감독의 설명이다. 이 감독은 “공이 조금 작다. 직구는 괜찮은데 변화구가 자꾸 손에서 빠진다고 이야기를 하더라”고 말했다. 그런 부분들이 자신감 측면에서 해가 됐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스포티비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앤더슨도 느낀 것이 있는지 3회부터는 변화구를 섞으면서 한결 나은 투구 내용을 선보였다. 4회까지 84개의 공을 던져 이미 투구 수를 채운 상황에서도 코칭스태프에 “한 이닝을 더 던지겠다”고 씩씩댔다. 이 감독은 “어제는 타깃을 설정하면서 (변화구에) 감을 조금 잡았다고 하더라. 마지막에 감이 오니까 1이닝을 더 던진다는 것을 ‘다음에 던지자’고 말렸다”고 했다.

이 감독은 앤더슨의 첫 등판 당시 보완해야 할 점이 세 가지 정도 있다고 했다. 다만 무리하게 이를 주입시키는 것보다는 선수가 조금씩 느끼고 이를 받아들이길 바랐다. 이제는 그 ‘비단 주머니’를 풀 때다. SSG도 움직이고 있다. 이 감독은 “다음 게임은 괜찮을 것 같다. 이제 직구만 가지고는 안 된다는 것을 본인도 느꼈을 것이고 변화구 활용도를 높인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강조하면서 “배영수 코치를 불러서 이제 피드백을 주라고 했다. 4회 정도부터는 본인이 감을 잡더라. 다음 경기 전에도 한 번 더 주입을 시켜서 들어갈 때부터 패턴을 바꾸라고 했다”면서 앤더슨의 진짜 모습이 나오길 기대했다. SSG가 내년까지 바라보고 데려온 선수다. 이제 투구 수도 80개 이상을 소화할 수 있는 상황에서 교훈의 실마리가 나올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