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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느림의 미학' 104㎞ 커브로 우승후보 잡았다…3볼에서 강해지는 강심장, 위기에서 미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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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목동, 신원철 기자] 눈에 들어오지만 칠 수 없는 마구 같은 공. 서울 컨벤션고등학교 2학년 언더핸드투수 김기범이 우승 후보이자 디펜딩챔피언인 부산고등학교를 상대로 느림의 미학을 선보이며 역전승의 중심에 섰다. 2학년 동기 포수 이연우의 홈런으로 점수 차가 줄어든 가운데 1사 만루 위기에서 마운드에 올라 연속 탈삼진으로 분위기를 가져왔다. 그리고 끝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김기범은 25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2024 제78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부산고와 8강전에서 4⅔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직구 구속은 120㎞ 안팎에, 주 무기인 커브는 구속이 100㎞ 초반에 머물렀지만 안타 2개와 4사구 2개만 내주면서 탈삼진은 4개를 잡았다. 왼손타자 상대로도 자신있게 변화구를 던졌고, 또 볼카운트가 3볼까지 몰린 상황이 여러번 있었는데도 볼넷은 단 하나였다.

유영원 감독은 경기 후 "김기범이 간이 크다. 잘 될 것 같은, 성장 가능성이 큰 선수다. 심장이 강하다. 저런 경기가 지금까지 몇 번 있었는데 계속 이겨낸다. 더 좋은 선수가 될 거로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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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범은 3볼 상황에서 더 강해졌다. 5회 1사 만루에서 마운드에 올라 첫 아웃카운트를 잡은 뒤 1번타자 박재휘 타석에서 첫 3구가 모두 볼이 됐다. 볼 하나면 밀어내기로 실점하는 위기에서 김기범은 커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헛스윙 삼진을 끌어냈다. 역전에 성공한 뒤 9회말 수비에서는 선두타자 이원준을 상대로 볼카운트 3-1까지 몰렸지만 결국 중견수 뜬공을 유도했다. 불리한 상황에서도 커브의 제구력만큼은 잃지 않았다.

김기범은 "일단 무조건 넣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던졌다. 커브에 자신감이 있어서 풀카운트에서도, 3-1 상황에서도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역전한 뒤에 다시 위기가 왔지만 결국은 이겨냈다. 김기범은 "감독님이 믿고 맡겨주셨으니까 나는 자신있게, 야수 믿고 던진다는 마음으로 나갔다. 조금 긴장되기는 했지만 똑같이 하던 대로 하니까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웃었다.

실제로 수비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7회 2사 1, 2루에서 외야 전진수비 작전이 나온 가운데 부산고 박찬엽의 타구가 중견수 뒤로 크게 뻗었다. 이 공을 중견수 박재윤이 슬라이딩캐치로 잡아준 덕분에 김기범이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3루수 최윤호도 몸을 날리는 수비로 아웃카운트를 늘려줬다. 김기범은 "선배들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 편하게 던졌다"며 "내가 4강 진출을 이끌었다고 할 수는 없다. 팀이 다 같이 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5회 동기이자 배터리 호흡을 맞춘 포수 이연주의 홈런 역시 승리의 발판이 됐다. 김기범은 "0-5에서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기는 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그 홈런이 나왔을 때 진짜 뒤집을 것 같은 분위기여서 이제 시작이라고 다 같이 파이팅했다"고 얘기했다.

한편 김기범은 일본의 언더핸드 투수 다카하시 레이(요미우리 자이언츠)를 롤모델로 꼽았다. 그러면서 "구속은 천천히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130㎞까지는 올려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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