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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154㎞? 위압감 전혀 없었다…20억 아까워도, '대권 도전' 두산 인내심 바닥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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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최고 구속 154㎞를 찍었으나 위압감은 전혀 없었다. 두산 베어스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32)가 실망스러운 부상 복귀전을 치렀다.

알칸타라는 26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3⅓이닝 78구 4피안타(3피홈런) 4사사구 무탈삼진 5실점에 그치면서 시즌 2패(1승)째를 떠안았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종전 2.30에서 3.38로 치솟았다. 두산은 2-5로 지면서 2연패에 빠졌다.

알칸타라는 지난달 21일 잠실 키움 히어로즈전 이후 34일 만에 마운드로 복귀했다. 당시 팔꿈치 통증을 호소해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고, 병원 검진 결과 팔꿈치 염좌 진단을 받아 긴 휴식에 들어갔다. 두산은 팔꿈치 염좌 정도면 심각한 부상이 아니기에 알칸타라를 믿고 기다리는 쪽을 선택했다. 알칸타라는 이미 국내에서 충분히 검증된 에이스고, 외국인 투수 시장이 그리 좋지 않은 상황에서 알칸타라보다 나은 투수를 영입할 수 있으리라 확신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한 달 동안 구단과 선수 사이에 이견이 있긴 했다. 구단은 국내 병원 3곳에서 팔꿈치 염좌 진단을 받은 만큼 알칸타라가 일찍 마운드 복귀를 준비하길 기대했는데, 선수는 민감한 부위의 부상인 만큼 신중하길 원했다. 미국 주치의에게 직접 검진을 받고 싶어 했고, 구단은 알칸타라의 마음을 십분 이해해 미국행을 허락했다. 미국 주치의 검진 결과는 전혀 다르지 않았다. 역시나 팔꿈치 염좌였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무려 한 달 동안 에이스 없이 시즌을 치러야 했다. 그 과정에서 알칸타라를 향한 아쉬운 감정을 표현하기도 했지만, 건강히만 돌아와서 보탬이 되길 바랐다.

이 감독은 알칸타라의 복귀가 여전히 불투명할 당시 "알칸타라한테 선택권을 주겠다고 했고, 몸 상태에 맞춰서 트레이닝을 잘하고 있다고 보고는 받고 있다. 염좌로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이제 알칸타라 교체는 없다. 잘 치료하고 돌아와야 한다"며 "선발진이 힘든 게 사실이다. 외국인 1선발이 없어서 힘들지만, 조금 더 버티면 좋은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알칸타라도 완벽히 준비하고 돌아오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돌아온 알칸타라는 자기 힘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 직구 구속은 최고 154㎞를 찍긴 했으나 위압감이 없었다. 직구 평균 구속은 148㎞로 형성됐다. 건강했을 때와 비교하면 확실히 구위가 떨어져 있었다. 직구(44개)에 포크볼(22개), 슬라이더(12개)를 섞어 KIA 타선을 요리하고자 했는데, 78구 가운데 볼이 32개에 이를 정도로 제구도 잘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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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을 3개나 허용할 정도로 공이 묵직하지 않았다. 알칸타라는 1회말 1사 후에 김도영을 몸 맞는 공으로 내보낸 뒤 나성범에게 우월 투런포를 허용했다. 4구째 포크볼을 몸쪽으로 떨어뜨리려 했는데, 나성범의 배트에 제대로 걸렸다.

계속된 1사 주자 없는 상황. 알칸타라는 다음 타자 최형우에게 백투백 홈런을 얻어맞으면서 또 좌절했다. 볼카운트 2-2에서 역시나 6구째 포크볼을 결정구로 선택했는데, 좌월 솔로포로 연결됐다. 포크볼이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로 밋밋하게 떨어진 결과였다.

알칸타라는 추가 실점은 하지 않았지만, 소크라테스를 볼넷으로 내보내는 등 1회에만 공 36개를 던진 뒤에야 이닝을 매듭지을 수 있었다.

알칸타라는 2회말 추가 실점했다. 선두타자 한준수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최원준을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해 1사 1루가 됐다. 다음 타자는 박찬호. 2014년 프로에 데뷔한 박찬호는 경기 전까지 통산 홈런이 13개뿐인 타자였다. 알칸타라는 그런 박찬호에게 좌월 투런포를 얻어맞았다. 몸쪽 직구가 큰 홈런으로 연결됐다.

알칸타라는 박찬호에게 홈런을 허용한 시점부터 직구 구속이 140㎞ 중후반대로 형성되고 있었다. 빠르게 힘이 떨어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결국 알칸타라는 3⅓이닝 만에 교체됐다. 2번째 투수로 나선 이교훈이 1⅔이닝을 버텨주지 못했더라면, 두산은 더 큰 불펜 출혈을 감수해야 했는데 덕분에 불펜 4명만 쓰고 경기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일단 두산은 한두 경기 정도는 더 알칸타라의 투구 내용을 살필 것으로 보인다. 이날은 한 달 만에 복귀전이었다는 명분이 있기 때문. 알칸타라가 복귀전 투구 이후 팔꿈치 통증이 더는 없다면 일단 다음 등판 결과를 기다리는 쪽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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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변화의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두산도 결단을 내려야 한다. 두산은 알칸타라가 지난해 31경기, 13승9패, 192이닝, 162탈삼진, 평균자책점 2.67로 리그 최상위권 성적을 냈기에 올해 외국인 선수 최고액인 150만 달러(약 20억원)를 안겼다. 투자한 금액이 크긴 하지만, 몸값을 다하지 못한다면 두산도 분명 움직여야 한다.

두산은 최근 2연패에 빠지긴 했으나 시즌 성적 30승23패2무를 기록하면서 2위까지 올라섰다. 선두 KIA 타이거즈(31승20패1무)와는 고작 2경기차. 충분히 대권에 도전할 수 있는 거리다. 그렇기에 부상에 허덕이는 알칸타라의 상황이 더 아쉬움을 사는 것이다. 두산이 최근 FA 시장에서 거액을 주고 계약한 양의지, 김재환, 정수빈, 허경민, 양석환 등 주축 선수들 대부분 나이 30대 중후반으로 접어든 점을 고려해도 우승 도전 시기가 더는 미뤄져선 안 된다는 말도 나온다.

두산은 알칸타라가 빠져 있던 지난달 22일부터 25일까지 19승7패2무 승률 0.731로 선전하면서 해당 기간 1위를 차지했다. 최준호, 김유성 등 어린 대체 선발투수들의 활약과 재정비를 마친 최원준이 힘이 됐고, 불펜에서 김택연, 김강률, 홍건희, 이병헌, 최지강 등이 멀티이닝을 마다하지 않고 버틴 덕분에 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알칸타라는 팀과 동료들이 한 달 동안 대신 버틴 시간을 보답할 수 있을까. 알칸타라가 다음 행보가 어떻게 될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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