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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스타와의 인터뷰

한재림 감독, 'The 8 Show'에 담은 깊은 고민[TF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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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열·천우희 주연 'The 8 Show' 연출 맡아
"어떤 작품 만들어야 되는가에 대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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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림 감독이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The 8 Show' 공개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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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최수빈 기자] '관상' '더 킹'으로 2000만 관객을 모았던 한재림 감독이 첫 시리즈물에 도전했다. 시청자들에게 공개되기에 앞서 많은 리스크가 있던 작품이지만 그의 흔들리지 않는 연출자로서의 '뚝심'이 'The 8 Show'를 완성시켰다. 두고두고 떠올릴 수 있는 작품으로 기억되길 바라는 한재림 감독이다.

한재림 감독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The 8 Show'(더 에이트 쇼, 극본·연출 한재림) 공개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작품은 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러운 공간에 갇혀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달콤하지만 위험한 쇼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총 8부작인 'The 8 Show'는 지난 17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편 공개됐다. 한재림 감독은 "오래전에 제작을 마친 작품인데 이제 공개되니까 새로운 기분이 든다. 내가 이걸 찍었구나라는 생각에 좀 신기한 것 같다"고 공개 소감을 전했다.

영화 '관상' '더 킹' '비상선언' 등으로 관객들과 만나온 한재림 감독은 'The 8 Show'로 생애 첫 시리즈물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는 "다음 화를 보고 싶게 만드는 방법이 무엇일까라는 고민이 많았다. 영화는 개봉할 때마다 성적표가 부담이 되는데 시리즈는 기대가 되는 느낌이라서 좀 설렜던 것 같다"고 밝혔다.

"새로운 포맷을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8명의 인물이 등장하니까 8부작으로 만들자는 생각이 들었고 에피소드의 문을 각기 다른 인물이 열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어요. 그리고 에피소드가 끝날 때는 또 다른 인물이 전환점을 줘서 이후 사건을 궁금하게 만들고 다음 회차는 그 인물을 오프닝으로 시작해 보자는 식으로 구성했어요. 인물들의 서사를 최대한 배제함으로써 시청자분들이 계층에 더욱 이입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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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The 8 Show'가 지난 17일 전편 공개됐다.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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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네이버 웹툰 '머니게임' '파이게임'을 원작으로 한다. 한재림 감독은 원작의 매력에 푹 빠져서 두 작품을 엮어 'The 8 Show'를 완성했다. 그는 "대부분 작품에서는 주인공이 남들을 이기고 서바이벌에서 성공하는 구조인데 '머니게임' '파이게임'은 주인공이 계속 위기에 처한다. 그 점이 너무 재밌었다"며 "주인공의 '허당끼' 가득한 모습이 블랙코미디처럼 보여서 이 부분을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연출 방향성을 설명했다.

"작품을 처음에 접하면 자본주의 극처럼 보이잖아요. 계층 간의 이야기나 사회적인 메시지 이런 게 담겨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나 서바이벌 게임 장르를 기대하실 수 있는데 이 점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심이 있었어요. 'The 8 Show'를 통해서 '재미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는데 이 부분이 제 직업과 굉장히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재미'를 위해 주최 측에 잘 보이고 싶어 하는 참가자들의 모습이 관객들에게 잘 보여야 하는 제 모습인 것 같고 그럼 '재미'는 무엇인지 나는 어떤 '재미'를 추구해야 하는지 이런 고민으로 연출 방향성을 잡았어요."

'The 8 Show'에는 각기 다른 이유로 쇼에 참여하게 된 8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인생의 벼랑 끝에서 쇼에 참여한 3층(류준열 분)부터 자유분방한 8층(천우희 분), 유일무이한 브레인 7층(박정민 분), 기회주의자 4층(이열음 분), 말보다 행동이 먼저인 6층(박해인 분), 불의를 참지 못하는 2층(이주영 분), 평화주의자 5층(문정희 분),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하는 1층(배성우 분)까지.

한재림 감독은 이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작품에서 숨겼다. 참가자들의 본명도 감춰놨을뿐더러 하나의 벽으로 가려진 것처럼 철저하게 분리해 놓았다. 시청자들은 그래서 오히려 재밌다고 호평하기도 했으나 너무 많은 걸 숨겨둬서 궁금증이 남는다는 반응도 나왔다. 특히 작품은 끝까지 주최 측의 정체를 밝히지 않았다. 이러한 연출에는 한재림 감독의 많은 뜻이 숨겨져 있었다.

"이름을 층으로만 부르는 것도 참가자들의 서사를 제대로 밝히지 않은 것도 모두 다 참가자들을 계층화시키고 싶은 점에서 출발했어요. 시청자분들이 각 인물에 이입을 해서 쇼를 바라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생각한 주최는 '관객'이에요. 장르적으로 보시면 '그래서 주최가 누구지?'라는 궁금증이 남으실 수 있지만 애초에 기획 단계부터 주최는 없다는 게 제 콘셉트였기 때문에 그 부분도 끝까지 감췄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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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림 감독은 'The 8 Show'를 통해 연출자로서 자신의 고민을 녹여냈다.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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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 참여자 중에서 가장 현실과 맞닿아 있는 인물이라고 한다면 단연코 8층일 거다. 8층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종잡을 수 없는 통통 튀는 성격의 소유자로 돈도 돈이지만 흥미에 이끌려 쇼에 참여하게 된 인물이다. 새로운 공간과 사람들, 상황에 강한 호기심을 느끼며 쇼를 즐기기 시작하고 쇼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난생처음 느끼는 쾌락과 희열을 맛본다.

결국 한재림 감독은 'The 8 Show'에서 8층이 느꼈던 것처럼 '재미'란 무엇인지 그 끝에는 무엇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자 했다. 그가 스스로 내린 결론은 '불쾌함'이었다.

"'재미'의 끝에는 결국 '불쾌함'이 있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도파민 중독의 시대잖아요. 그런 시대가 되면서 '과연 나는 어떤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 건가'라는 고민이 되게 많았어요. 이런 고민들이 투영된 작품이 'The 8 Show'라고 생각해요. 8층과 6층이 성관계하는 장면을 드러내지 않은 것도 결국에는 시청자분들이 그런 거에 쾌감을 느끼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어요. 장면 자체는 폭력적이지 않은데 괜히 보고 나면 찝찝함이 남고 불편한 감정이 드는 건 왜일까. 이런 부분에 대해서 관객들과 같이 생각해 보고 싶었죠."

한재림 감독의 많은 고민이 담긴 작품이지만 'The 8 Show'는 공개 전부터 각종 잡음에 시달려야만 했다. 배우 류준열이 '사생활 논란'에 휩싸인 후 처음으로 대중과 만나는 작품이었으며 음주 운전 사고로 물의를 빚은 배성우의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작품의 본질적인 의미가 흐려지지 않기를 바란 한재림 감독이지만 결국 시청자들은 이러한 색안경 속에서 'The 8 Show'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한재림 감독은 시청자분들이 작품을 입체적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배우들 사생활이 얽혀있긴 했지만 감독으로서 정말 최선을 다한 작품이에요. 제 고민이 많이 묻은 작품이기도 하고요. 시청자분들께서도 'The 8 Show'를 입체적으로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쭉 보시고 '재밌네'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질문해 보는 그런 작품이 되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웃음)"

subin7134@tf.co.kr
[연예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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