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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어느덧 20회… 회장님이 골프장을 콘서트장으로 내어 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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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밸리 그린 콘서트, 한류 팬 5000명 등 4만2500명 찾아... 누적 관람객 57만명

조선일보

2024 서원밸리 그린 콘서트를 즐기는 관람객들. /서원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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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5월 마지막 토요일, 경기 파주시 광탄면 서원밸리 컨트리클럽에서 열리는 ‘서원밸리 그린 콘서트’는 세계적으로 독특한 개념의 잔치다. 골프장은 ‘목숨’ 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골프장 잔디밭을 내어주고, 내로라하는 가수들은 자신의 ‘생명’인 노래와 시간을 아낌없이 기부한다. 모두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던 것을 내어주고 가장 소중한 행복을 돌려받는다.

2000년 10월 14일 통기타 가수 3명의 공연에 지역주민 1520명이 참가하며 출범한 서원밸리 그린 콘서트는 20회째(코로나 기간 등에 열리지 않음)를 맞은 올해 4만2500명이 찾은 글로벌 한류 잔치 무대로 성장했다.

자고 일어나면 지역 잔치가 생긴다고 할 정도로 한국은 잔치 공화국이다. 연간 수만개에 이르는 행사 가운데 사람 마음을 얻는 진정한 잔치는 손에 꼽는다. 소중한 것을 내어주려 하지 않고 받으려고만 하는 걸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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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서원밸리 그린 콘서트를 함께 즐기는 대보그룹 최등규 회장(오른쪽 둘째)과 서원밸리 이석호 대표(오른쪽 끝). /서원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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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보그룹 최등규 회장은 서원밸리 그린 콘서트를 처음 생각한 날의 기억을 생생하게 떠올렸다. “2000년 서원밸리 골프장을 인수하고 그랜드 오픈을 앞둔 어느 주말이었다. 라운드를 위해 찾은 어느 골프장에서 직원 자녀가 잔디에서 신나게 뛰어노는 모습을 보았다. 평소 골프장은 동반자와 캐디 등 5명만 이용하는 곳으로 여겼는데 아이들에게는 잔디와 벙커가 훌륭한 놀이터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 골프장에서 콘서트를 열어 하루만이라도 아이들이 넓은 잔디밭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날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평일도 아닌 주말 영업을 포기하겠다고 하니 직원들 반대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골프장 하루 매출, 행사 비용, 코스 복구 비용 등을 따지면 6억원 안팎이 든다고 한다. 올해도 국내 유일의 LPGA 대회 개최 장소인 서원힐스 이스트코스 9개 홀 전체 페어웨이를 주차장으로 개방해 불편을 최소화했다.

최 회장은 “진정한 기부는 가장 소중한 것을 내어주는 것인 만큼 골프장의 소중한 잔디를 하루만이라도 지역주민에게 내어주자고 설득했다”며 “요즘엔 그린 콘서트에서 즐겁게 노는 어린이들에게 ‘그린 콘서트 할아버지’라 불리는 게 가장 큰 기쁨”이라고 했다.

올해 출연진을 보자. 김재중, 데이브레이크, 정동하, 임한별, 테이, 백지영, 알리, 빌리, 하이키, 우아, 위클리, 싸이커스, 더킹덤, 이븐, TIOT, 더윈드, 후이, 장민호, 박군, 설하윤, 이수연, 한해, 키썸, 박학기, 강은철 등 26개 팀. 방송인 박미선과 레저신문 이종현 국장이 사회를 맡았다. 장민호 팬클럽인 ‘민호특공대’는 버스 6대를 대절해 응원 왔다.

잔치 분위기를 뜨겁게 달군 4만2500명 관람객 가운데 가까운 일본, 대만, 필리핀을 비롯해 이란, 미국과 유럽의 프랑스, 노르웨이에서 온 외국인들이 5000명에 이른다. 이 행사에는 2015년 방탄소년단(BTS), 2018년 슈퍼주니어, 워너원 등 한국을 대표하는 그룹들이 참가하면서 해외 열성 K-팝 팬까지 몰려오는 전설적인 글로벌 한류 콘서트 잔치로 성장했다. 올해는 20회를 맞아 ‘행복지수 1위’ 국가인 부탄의 국민 가수 우겐이 무대에 오르고 부탄의 어린이 3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는 뜻깊은 행사도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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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밸리 벙커에서 열린 씨름대회. /서원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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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서원밸리 그린 콘서트. 벙커에서 열리는 서원장사 씨름대회. /서원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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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리 코스 1번 홀 특설 무대에서 콘서트가 열리기 전 행사도 여전히 인기를 끈다. 정오부터 서원코스 9번 홀에서 에어놀이터와 씨름장, 어린이 골프체험장이 마련돼 즐거운 가족 놀이터가 됐다. 골프용품사인 캘러웨이가 주최한 장타대회를 비롯 사생대회, 보물찾기 행사도 큰 인기를 끌었다. 행사에서 판매된 음식들과 자선 바자회 수익금을 포함 모두 5350만원이 기부금으로 전달됐다. 20회 동안 누적 관람객 57만2850명을 기록한 서원밸리 그린 콘서트는 누적 기부금도 6억8540만원을 쌓았다.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은 “20여년 전에 행사장에 왔던 어린이 관객들이 이제는 어른이 돼서 찾아오는 게 정말 뿌듯하다”면서 “20회를 치르면서 사고 한 번 없이 무사히 잔치를 잘 치러온 것이 가장 보람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꼽는 서원밸리 그린 콘서트의 성공 비결은 이렇다. 20년 동안 가장 소중한 안방을 내준 최등규 회장의 나눔철학과 실천의지, 주말 금쪽같은 시간을 할애해 기꺼이 무료로 재능 기부에 나서는 출연진과 자원봉사자, 잔치를 즐기면서 이웃과 나누는 관람객의 따뜻한 마음 등이 어우려졌다는 것이다. 이렇게 골프장 잔디밭과 벙커를 놀이터 삼고, 국내외 관람객이 ‘따뜻한 나눔의 마음’ 아래 함께 즐기는 글로벌 한류 콘서트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민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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