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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인터뷰] "인간의 민낯을 보셨어요?"…류준열, 배우의 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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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patch=김다은기자] "망가지기 두렵지 않았냐고요? 그보다는 솔직한 연기를 했죠." (류준열)

개성 강한 마스크와 생동감 넘치는 연기력의 소유자. 배우 류준열은 그간 많은 작품을 통해 대체불가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짙은 장르물에서 선과 악의 경계(더 킹, 독전, 돈, 올빼미)를 밀도 있게 선보였다.

이번엔 어떤 캐릭터일까. 넷플릭스 시리즈 '더 에이트 쇼'로 가장 현실적인 인물을 맡았다. 인생의 목표도 욕망도 딱 '적당할' 뿐이다. 순응보다는 안주에 가까운 성향의 소유자 '3층'이다.

그렇다고 한 줄로 요약할 수 없다. 때로는 이타적이다. 위기의 순간, 자신보다 타인을 배려한다. 반대로 원초적이기도 하다. 돈을 위해서라면 CCTV가 가득한 방에서 볼일을 보고, 비굴한 웃음과 무릎도 내보인다.

류준열은 단순하면서도 복잡하고, 평면적이면서도 복합적인 이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했을까. 그는 "일부러 망가지지 않았다. 그냥 인간의 가장 솔직한 순간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인간과 삶에 관해서도 다시 돌아봤다. 그는 "인간의 치열함과 비겁함, 밑바닥을 표현하는 모든 과정이 배우로서 행복했다"고 돌이켰다. '디스패치'가 류준열이 완성한 '더 에이트 쇼'의 시작과 피날레를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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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민낯 연기, 새로웠다"

'더 에이트 쇼'는 8명의 사람이 8개의 층에 갇혀 미션을 수행하는 이야기다. 독특한 건 시간이 흐르는 만큼 상금이 쌓이는 공간을 배경으로 한다는 것. 또 모두가 살아남아야 한다.

원작은 웹툰 '머니게임'과 '파이트 게임'. 기존 서바이벌 게임의 규정을 비껴간다. 쇼에 참가하는 사람 중 단 한 명도 죽어서는 안 되는 룰을 설정한 것. 1~8층의 인물들이 각자의 욕망을 위해 협동한다.

류준열도 이 설정에 끌렸다. 그는 "인간의 본성에 관한 이야기를 꼬집고 긁는 부분이 확 와닿았다"며 "원작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 시리즈에 잘 표현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극 중 '3층'으로 시청자를 만났다. 투자 사기를 당해 빛 더미에 나앉은 인물.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찰나, ‘더 에이트 쇼’에 참가할 기회를 얻는 자다. 오직 쇼의 상금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류준열의 '민낯' 연기가 빛을 발했다. 때론 어설픈 춤으로 폭소를 유발하고 방망이로 맞아 소변을 흘리는가 하면 얼굴을 포기한 몸싸움까지 임했다. 그는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처음 해보는 연기라 새로웠다"고 했다.

화자로서도 역할 했다. 인물들의 서사와 쇼를 내레이션으로 푼 것. 그는 "내레이션을 통해 3층의 감정을 보여주고, 시청자에도 '너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냐'며 동의를 구하는 역할이었다"고 설명했다.

그 때문이었을까. 류준열은 3층을 연기하며 모든 층의 인물에 공감이 갔다고 토로했다. "화자로서 특별한 장치를 부여받은 것 때문인지 다 사연이 있고 이해가 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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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려움보다 즐거움이 컸다"

사실, 쉽지 않은 현장이었다. 장소와 인물의 변주 없이 8명의 배우들이 8개월간 제한된 장소에서만 연기해야 했다. 하지만 류준열은 어려움보다 즐거움이 컸다고 돌이켰다.

그는 "정시 출근해서 퇴근하는 직장인 같았다. 배우들이 계속 함께 모여서 끊임없이 시간을 보내고 같은 고민을 공유하며 대화도 깊어졌다"며 "다른 작품보다 애정이 간다"고 강조했다.

"한 촬영장에서 찍었기 때문에 제약이 많지 않았냐고요? 오히려 제약 없이 연기할 수 있는 게 즐거웠죠. 세트장이라 비가 와도 촬영을 멈추지 않고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배우들 간의 웃픈 신경전도 펼쳐졌다. 일례로 장기 자랑 신. 1~8층 인물들이 각자 개인기를 준비하는 장면이다. 류준열은 "박정민의 리코더 스타트가 너무 강해서 다음 주자들이 불안해했다"고 회상했다.

또래 배우 간의 시너지도 폭발했다. 류준열은 박정민, 천우희와 함께하며 배우로서 큰 자극을 받았다고 밝혔다. "제가 가지고 있지 않는 것들을 따라 보기도 했다. 많이 배웠다"고 표현했다.

유쾌했던 현장과 달리, '더 에이트 쇼'는 자극적고 폭력적인 장면으로 가득했다. 류준열은 이에 "돈과 시간, 매스미디어에 대한 감독님의 의도였다. 불편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고 했다.

"사람들은 도파민을 추구하면서, 선이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불쾌해 하죠. 감독님이 시청자에게 던지는 메시지였습니다. '콘텐츠를 향유하는 우리가 과연 어디까지 불편해하고 즐거워할 것인지' 스스로 질문하게 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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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과 삶을 돌아보게 됐다"

류준열은 지금껏 단역 조연 주연을 포함해, 29편의 영화와 5편의 드라마 등에 출연했다. 많은 출연 작품 중 '더 에이트 쇼'는 그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류준열은 "인간과 삶에 대해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인간이 참 대단한 게 아니라는 생각을 했죠. 하지만 결국 욕망 때문에 넘어지고 서로 상처를 주는 드라마와 달리, 우리는 자유가 있으니까요. 평화를 위한 방법이 가장 빠른 길이지 않을까요."

어느덧 10년 차 배우. 사실 그는 데뷔 이래 1년도 쉬지 않았다. 늦게 빛을 본 만큼, 쉼 없이 달려왔다. 슬럼프는 없었을까. 그는 '본 투 비' 배우의 대답을 내놨다.

"슬럼프는 정말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 정도로 작품에 즐겁게 임하는 편이죠. 출연작들이 하나둘씩 쌓이며 느껴지는 행복감이 힘듦 보다 더 큰 것 같습니다."

시간과 경험이 쌓인 만큼, 배우로서 다음 단계에 대한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류준열은 "관객과 시청자들이 나에게 바라는 모습이 무엇일지에 관한 생각이 많이 든다"고 토로했다.

"요즘에는 항상 있는 자리에서 감사하자는 마음을 품고 있습니다. 지금이 감사해지면 자연스럽게 최선을 다하게 되고. 가다 보면 행복이 오는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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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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