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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 (토)

[이종현의 감성, 골프美학] 한여름 밤, 이 골프장은 왜 EDM 파티를 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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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에티켓을 가장 강조하는 스포츠다. 골프장에 입장을 할 때는 가능한 정장 아니면 세미 정장으로 오는 것이 통례이다. 반바지 입장은 사절이며 슬리퍼나 카라가 없는 티셔츠도 예의에 어긋난다. 티샷이나 페어웨이, 그린에서 샷이나 퍼트할 때 떠들거나 움직여도 안 된다. 가능한 샷을 했을 시에는 '굿샷!'이라고 외쳐주고 손뼉도 쳐준다. 홀 아웃을 할 때는 악수하거나 목례를 하면서 "잘 쳤습니다. 즐거웠습니다"라고 말한다.

골프는 룰과 에티켓의 스포츠인 것은 골프를 치는 골퍼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 복잡하고 숨 막히는 골프에서 지켜야 할 것들 때문에 오히려 골프를 멀리하고 싶다고 말한다. 실제로 일본에서 골프 인구가 급감한 가장 큰 이유가 젊은이들은 골프의 형식적이고 복잡한 룰과 에티켓을 싫어해서라는 결과를 보인 바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국내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골프는 너무 따지는 것이 많고 지켜야 하는 것이 많아 싫어질 때가 많다는 것이 요즘 MZ골퍼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런데 이 틀을 깨려는 골프장이 등장했다. 다름아닌 MZ들을 위한 EDM(Electronic Dance Music) 문화 축제를 만든 것이다. 지나치게 보수적인 골프의 틀을 허물고 진정한 시대성에 맞는 새로운 골프 문화를 만들어 가려는 의지의 발로이다. 아울러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떠난 MZ들을 다시 끌어들여 골프장의 신세대 문화를 만들려는 취지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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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들의 성지로 불리고 있는 라비에벨 듄스 코스에서 EDM 파티를 7월과 8월에 진행한다. 라비에벨은 이 축제를 위해 지난 7월부터 무려 1년간을 준비해 왔다. 매주 일요일 오후 동시 샷건으로 라운드를 한 후 참석자 모두가 함께 즐기는 EDM 파티 "댄스夜! 듄스야!"는 또 하나의 골프장 문화예술 행사가 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라비에벨 이정윤 대표는 단순히 올해만 하는 것이 아닌 매년 서원밸리 그린콘서트처럼 연례행사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한다.

가까운 일본 골프장이 최근 들어 젊은 골퍼들이 많이 늘고 있는 것은 골프장에서의 형식과 각종 규칙을 없애고 연인끼리, 친구끼리 한 명, 두 명도 칠 수 있게 했고 드레스코드도 엄청나게 완화했다.

라비에벨도 MZ골퍼가 원하는 문화와 질서 그리고 규칙을 만들어 가자는 일환으로 제일 먼저 EDM 파티를 열게 되었다. 이날은 드레스코스 형식을 타파하고 엄격에서 자유로움으로, 엄숙에서 신나는 전자음악에 맞춰 한 여름밤의 열기를 젊음을 만끽 시킬 수 있게 하고자 한다. 이미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힙합과 락, 댄스 등의 뮤지션들이 재능기부에 나선다. 힙합여전사 키썸을 비롯해 김창열, 정동하, 김조한, 왁스, 박군 등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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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년 역사의 골프와 엄숙함이, 50년의 역사를 지닌 EDM의 열정과 MZ를 상징하는 힙합이 지금 라비에벨 골프장에서 '공동', '협업'의 뜻을 가진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으로 만난다. 엄숙과 자유로움으로 대비되는 골프와 EDM의 만남이 더욱 깊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골프 문화를 만들어 갈 것이다. 세대와 세대 사이에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골프장과 EDM은 풀어갈 것이다.

이번 행사에 기꺼이 나서준 가수 김창렬도 "MZ세대를 위한 힙합 문화의 과감한 도입과 도전 그리고 골프 문화의 다양성에 박수를 보내면서 출연하게 됐다"고 말한다. 이번 골프장 힙합 행사를 기획 연출한 필자 역시 이제는 시대를 인정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골프 이야기는 더 이상 MZ들에겐 '노잼'이라는 생각이다.

K-팝을 처음에는 유럽과 미국에서 군무(群舞)라고 비아냥거렸지만 지금은 유럽과 미국에서 K-팝을 보러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날아온다. 라비에벨 "댄스夜! 듄스야!"도 전 세계에서 이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을 찾을 수 있음을 그 가능성을 꿈꿔 본다. 아름다운 골프장에서 야간에 펼쳐지는 한 여름밤의 EDM 파티는 충분히 매력적이며 골프장이 변신해야 한다는 충분한 이유를 제시한다.

글, 이종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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