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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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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이 코빈 번스와 맞대결을 떠올린 이유… 왕관의 무게를 이겨내는 다른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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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대전, 김태우 기자] SSG 에이스 김광현(36)은 시즌이 시작되기 전 “나만 잘하면 우리 팀이 우승할 수 있다”고 했다. 팀 성적을 자신의 성적과 연동시켰다. 누가 봐도 과도한 짐을 스스로 떠안는 것 같았지만, 김광현이기에 그럴 수 있다고 여겼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팀의 모든 것을 어깨에 짊어지고 간 선수였다. 학교의 성적, 선·후배의 진학이 자신의 손에 달려 있었다. 프로 데뷔 이후 선배들에게 의지하던 시기도 짧았다. 2007년 1군에 데뷔해 가을야구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인 김광현은, 2년 차였던 2008년 팀의 에이스로 등극하며 단번에 한 프로 팀의 성적을 짊어진 선수가 됐다. 가혹할 정도의 압박이었지만, 어린 시절부터 익숙한 일이었다. 그리고 김광현은 누구보다 그것을 견뎌내는 선수였다.

메이저리그 경력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마치고 2022년 돌아온 김광현은 또 압박과 싸웠다. “메이저리그에서 그런 성적을 냈으니 KBO리그에서는 이 정도 성적은 내줄 것”이라는 시선이 꽤 무겁게 느껴졌다. 2022년 28경기에서 13승3패 평균자책점 2.13으로 대활약하며 보란 듯이 이를 이겨냈지만, “김광현이라면 나이가 들어도 에이스가 되어줄 것”이라는 또 다른 압박이 그를 덮쳤다. 2023년 30경기에서 9승8패 평균자책점 3.53에 그친 김광현은 주위의 생각 이상으로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다.

“내가 해야 한다”, “내가 한 경기를 책임져야 한다”는 책임감은 유효했다. 근사했지만, 때로는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 올 시즌 초반이 딱 그랬다. 시즌 첫 5경기에서의 평균자책점은 2.81로 좋았다. 하지만 이후 성적이 떨어지면서 평균자책점이 치솟았다. 당황스러울 정도의 난조를 보인 날도 있었다. 예정된 휴식도 한 턴 미루고 경기에 나갔지만 5월 28일 LG전에서 2⅔이닝 7실점 최악 피칭으로 무너졌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5.40까지 올랐다. 김광현은 휴식차 2군에 가기 전 “몸 상태는 좋은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타자가 아닌, 뭔가 다른 것과 싸우고 있었다.

사실 구위가 떨어졌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올해 김광현의 9이닝당 탈삼진 개수는 8.79개다. 규정이닝을 채운 국내 선발 투수 중 2위다. 구위가 떨어진 선수가 이런 수치를 찍는 건 불가능했다. 스스로 생각하는 구위도 괜찮았다. 패스트볼 위주의 승부를 고집한다는 시선도 있었지만 이도 사실은 아니었다. 김광현은 항상 “포수 사인대로 던진다”고 했다.

김광현은 2군에 내려간 뒤 그 원인을 곰곰이 찾았다. 결론은 너무 모든 것을 홀로 짊어지고 가려고 했다. 김광현은 16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너무 잘 던지려는 욕심이 조금 있었다. 실점을 하지 않기 위해 더 구석구석으로 던지려고 했다. 하지만 존에서 조금씩 벗어났다. 그러다 볼카운트가 몰렸다”고 했다. 볼카운트를 만회하기 위해 던진 공도 실투가 많았다. 김광현은 “그러다 큰 것을 많이 맞았다. 특히 문학에서 그랬다”고 떠올렸다.

쉬는 동안 첫 다짐은 “욕심을 버리자”였다. 스스로를 냉정하게 바라보고 인정할 것은 인정했다. 김광현은 “한 경기를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도 시간이 조금 지나서 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 안 될 때, 내 몸이 안 될 때 자꾸 하려고 하니까 더 안 좋은 결과가 있는 것 같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하자’는 그런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지금은 6이닝 3실점만 하자, 5이닝 2실점만 하자고 생각한다”는 김광현의 말은 어딘가 대단히 어색하지만, 또 어딘가에서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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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김광현은 복귀 후 두 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며 팀의 반등에 큰 힘을 보탰다. 그렇게도 잡히지 않던 승리가, 욕심을 버리니 찾아왔다. 6월 9일 사직 롯데전에서 6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반등했고, 6월 15일 대전 한화전에서도 경기 초반 찾아온 위기를 잘 넘긴 끝에 5이닝 1실점으로 버티며 다시 승리를 거뒀다.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해야 한다는 부담감보다는 줄 것은 주고 할 것을 하자는 의도가 엿보였다. 그러다보니 몸에 힘도 조금 빠졌다. 실투가 줄었고, 11이닝 동안 피홈런은 없었다.

김광현은 "메이저리그에서 2년간 왕관을 내려놨다. 그것도 한 번 내려놓으니 엄청 편하더라"면서 한 경기(2020년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를 떠올렸다. 김광현은 "코빈 번스와 맞대결을 하는데 누구도 내가 이길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져도 부담이 전혀 없었다. 그때는 팀에서 5선발 정도의 역할만 했어도 됐다. 5이닝만 던져도 됐다. 큰 부담을 못 느꼈다"면서 "한국에 돌아와서 다시 그런 압박이 좀 생겼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렇게 부담이 없을 때 김광현은 코빈 번스와 맞대결에서 완승을 거뒀다. 경기당 5이닝만 던져도 된다고 스스로를 자유롭게 했던 그 2020년, 김광현은 시즌 8경기에서 3승 무패 평균자책점 1.62의 대활약으로 메이저리그 최고 시즌을 찍었다. 돌아보면 책임감은 가지되, 욕심은 버렸을 때 야구가 제일 잘 됐다. “왕관은 최대한 놓지 않으려고 하겠다”고 강조한 김광현은, 이제 조금은 다른 방법으로 그 무게감을 견디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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