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7 (목)

이슈 손흥민으로 바라보는 축구세상

"피해자 손흥민이 왜 수습?" 비겁한 토트넘, 팬들도 분노...SON 입장문→토트넘 '숟가락 얹기' 뿔났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엑스포츠뉴스


(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토트넘 홋스퍼 팬들이 분노하고 있다. 인종차별 사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던 토트넘이 이 사건 피해자인 손흥민의 입장문이 올라오자 기다렸다는 듯 성명문으로 구단의 입장을 냈기 때문이다.

토트넘은 20일(이하 한국시간) 구단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주장 손흥민과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얽힌 인종차별 사건에 대한 구단의 입장을 내놓았다.

토트넘은 "인터뷰 영상에서 로드리고 벤탄쿠르의 발언과 이후 선수가 공개적으로 사과한 뒤, 구단은 이 문제에 대해 긍정적인 결과를 내기 위해 도움을 제공했다. 여기에는 다양성과 평등, 그리고 포용 목표에 따라 모든 선수들을 위한 추가 교육이 포함될 것이다. 우리는 주장 쏘니가 이번 사건에 대해 선을 그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다가올 새 시즌에 집중할 수 있을 거라고 지지한다. 우리는 다양하고 글로벌한 팬들과 선수단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어떤 종류의 차별도 우리 구단과 경기, 그리고 사회에서 용납되지 않는다"라고 했다.

해당 게시글은 손흥민의 본인의 SNS로 이번 사건에 대한 입장문을 공개한 직후 올라왔다.

엑스포츠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앞서 손흥민은 "이미 롤로(Lolo, 벤탄쿠르의 애칭)와 대화를 했다. 그가 실수했고, 그도 자신이 실수했다는 걸 안다. 그는 내게 사과를 전했다. 벤탄쿠르가 공격적으로 무언가를 말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형제다. 그리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라며 벤탄쿠르를 감쌌다.

이어 "지나간 일이다. 우리는 하나다. 우리는 프리시즌에 다시 만나 하나로 뭉쳐서 싸울 것이다"라며 이번 사건을 뒤로 하고 벤탄쿠르와 프리시즌에 재회해 다음 시즌을 함께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일주일이 안 되는 시간 동안 토트넘 팬 커뮤니티를 달군 사건은 이렇게 종결됐다.

엑스포츠뉴스


◆ 벤탄쿠르, 우루과이 방송에서 "아시아인들 다 똑같이 생겼어" 발언 논란

사건의 내용은 이렇다. 토트넘 소속 미드필더 벤탄쿠르는 지난 15일 우루과이 방송 프로그램 '포르 라 카미세타(Por la Camisaeta)'에 출연해 아시아인들은 다 비슷하게 생겼다면서 토트넘 동료인 손흥민을 예로 들어 논란이 됐다. 해당 프로그램 진행자 역시 벤탄쿠르의 말에 동의하면서 자신들의 발언이 문제가 되는 내용이라는 점을 인지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당시 '포르 라 카미세타'의 진행자가 벤탄쿠르에게 한국 선수의 유니폼을 부탁하자 벤탄쿠르는 토트넘에서 뛰는 유일한 한국 선수인 손흥민의 이름을 언급하며 "쏘니?(Sonny, 손흥민의 애칭)"라고 물었다. 진행자는 세계 챔피언의 유니폼도 괜찮다고 답했다.

문제는 그 이후 발언이었다. 벤탄쿠르는 미소를 지으며 "아니면 쏘니의 사촌의 유니폼은 어떤가? 어차피 그 사람들(아시아인들)은 모두 다 똑같이 생겼다"라고 말해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했다.

아시아인들의 외모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인종차별적인 벤탄쿠르의 발언은 빠르게 퍼졌다.

엑스포츠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엑스포츠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곧바로 사과한 벤탄쿠르, 하지만 분노한 팬들

벤탄쿠르는 자신의 발언이 SNS상에서 논란이 되자 곧바로 손흥민에게 사과했다.

벤탄쿠르는 본인의 SNS 계정을 통해 "쏘니, 내 형제여! 이번에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하고 싶다. 정말 나쁜 농담이었다! 나는 너를 정말 좋아하고, 너를 존중하지 않으려고 한다거나 너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려는 게 아니라는 걸 알 거다! 사랑해 쏘니!"라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영국 현지 매체들도 토트넘에서 뛰는 두 선수들이 인종차별 논란으로 얽히자 이를 조명했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이자 유력 매체인 '디 애슬레틱'은 "벤탄쿠르가 방송 중 손흥민과 그의 사촌들이 모두 똑같이 생겼다고 말한 뒤 손흥민에게 사과했다"라며 이번 일을 주목했다.

영국 일간지 '더 선' 역시 "벤탄쿠르의 부적절했던 인터뷰가 SNS에 퍼졌다. 벤탄쿠르는 자신의 발언으로 비난을 받았다. 그의 발언은 인종차별적인 내용이었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인종차별을 당한 뒤 약 1년 만에 또다시 인종차별의 중심에 있게 됐다"라며 그동안 수 차례 인종차별을 겪었던 손흥민이 다시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짚었다.

엑스포츠뉴스


하지만 벤탄쿠르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여론의 분노는 식지 않았다. 벤탄쿠르가 사용한 인스타그램의 스토리 기능은 24시간이 지나면 아예 사라지고, 기록은 개인 계정에만 남는 기능이기 때문에 사과문을 많은 사람들이 접하지 못할 수 있어 사과문의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었다.

이는 손흥민이 그동안 PL에서 뛰며 인종차별을 당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점도 한몫 했다. 2015년 바이엘 레버쿠젠을 떠나 토트넘에 입단한 손흥민은 PL에서 뛰는 9년이라는 기간 동안 타팀 팬들로부터 수 차례 인종차별을 당한 바 있다.

대표적으로 2019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이 SNS로 손흥민에게 인종차별을 한 사건과 같은 해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팬이 손흥민에게 인종차별적인 모욕을 한 사건이 있다. 웨스트햄의 경우 이 사건으로 인해 벌금을 선고받았다.

비슷하게 손흥민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내뱉은 한 크리스털 팰리스 팬은 경기장 3년 출입 금지 징계를 받았다. 지난해 12월 손흥민 인종차별 사건에 얽혔던 노팅엄 포레스트 팬 역시 벌금과 3년 출입 금지 징계를 받게 됐다. 2022년 토트넘과의 경기에서 손흥민을 향해 인종차별적 제스처를 한 첼시 팬의 경우 경기장 무기한 출입 금지됐다.

토트넘은 팰리스 팬이 손흥민을 향해 눈을 찢는 제스처를 했을 당시 분노해 PL 사무국에 강력한 징계를 요청했다. 하지만 소속 미드필더 벤탄쿠르의 인종차별적 발언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 중이다. 때문에 이번 일에 대한 토트넘의 미온적인 태도는 더욱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엑스포츠뉴스


◆ 인권단체 '킥 잇 아웃'도 나섰다..."토트넘과 관련 당국에 보냈다"

인종차별 철퇴를 외치는 영국 내 유명 인권단체가 상당수의 제보를 받았다면서 이번 사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스포츠계 차별을 반대하는 국제단체인 '킥 잇 아웃(Kick It Out)'은 20일 공식 SNS를 통해 "킥 잇 아웃은 벤탄쿠르가 토트넘 팀 동료인 손흥민에 대해 언급한 내용에 대한 제보를 상당히 많이 받았다. 이 제보들은 이미 토트넘 구단과 관련 당국에 보내진 상태다"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벤탄쿠르가 자신의 잘못을 인지했다는 점을 시인했으나, 이것은 동아시아와 더 넓은 지역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는 다가오는 시즌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라면서 "보거나 들을 경우 제보해달라"라고 했다.

엑스포츠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토트넘의 침묵이 이어지자 결국 영국 축구계 내 인종차별 반대에 앞장서는 인권단체가 나선 것이다. '킥 잇 아웃'은 토트넘 구단과 관련 당국에 제보들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영향력 있는 인권단체가 움직이면서 토트넘도 이번 일에 대해 계속해서 침묵을 지키기는 힘들게 됐다.

'킥 잇 아웃'은 축구계 내 인종차별 철폐 운동을 주도하는 단체로, 마찬가지로 "No room for racism"이라는 슬로건으로 인종차별주의를 반대하는 프리미어리그(PL)와 함께 인종차별을 축구계에서 몰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때문에 팬들은 PL에서 뛰고 있는 일부 선수들이 '킥 잇 아웃'의 티셔츠를 입고 인종차별 반대 캠페인에 동참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 단체가 손흥민과 벤탄쿠르가 얽힌 인종차별 사건에 팔을 걷고 나선 것이다.

영국 공영방송 'BBC'도 이 소식을 다뤘다. 'BBC'는 "차별 금지 단체인 '킥 잇 아웃'은 토트넘의 미드필더 벤탄쿠르가 팀 동료인 손흥민에 대해 인종차별적인 비방을 한 것에 대해 상당한 수의 제보를 접수했다고 밝혔다"라고 보도했다.

엑스포츠뉴스


◆ EPL과 FA도 반응했다..."차별 맞서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토트넘의 공식 입장문이 올라온 이후 PL 사무국도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PL은 20일 공식 SNS에 토트넘의 입장문 게시글을 공유하며 "프리미어리그와 구단들은 모든 형태의 차별에 맞서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우리는 구단, 선수 및 스태프들이 차별적 학대에 대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계속 지원할 것이다"라고 했다.

'킥 잇 아웃'과 함께 축구계 인종차별 근절에 힘쓰고 있는 PL도 심각성을 인지한 모양이다. PL에서 가장 유명한 아시아 선수이자 PL을 대표하는 선수 중 하나인 손흥민이 팀 동료로부터 인종차별 피해를 받은 이번 사건을 PL도 무시하기는 힘들었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도 마찬가지였다. 영국 '타임즈'에 따르면 FA는 벤탄쿠르 출전 정지 징계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토트넘에서는 자체적으로 징계를 내리는 걸 꺼려했지만, FA가 나서서 벤탄쿠르에게 징계를 줄 수도 있는 것이다. FA는 과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우루과이 출신 공격수 에딘손 카바니에게 징계를 내린 전례가 있다.

당시 카바니는 자신을 응원하는 팬에게 "Gracias Negrito(고마워, 검은 사람)"이라고 답했다가 징계를 받았다. 카바니는 친근함의 표현이라고 해명했고 해당 게시글을 지웠지만, FA는 카바니의 표현이 모욕적이고 부적절했다고 지적하며 카바니에게 3경기 출전 정지와 벌금을 부과했다.

엑스포츠뉴스


◆ 토트넘 입장문에도 팬들 분노 여전..."왜 손흥민이 수습하나"

토트넘이 입장문을 발표했지만 팬들의 분노는 그대로다. 오히려 더 분노의 크기가 더 커진 모양새다. 팬들은 사건이 터지고 5일이나 지난 뒤에 구단이 아닌 인종차별 피해를 입은 당사자 손흥민이 입장문을 발표해 사건을 수습한 점에 대해 분노를 표하고 있다.

한 토트넘 팬은 "구단 측에서 먼저 내야 할 입장문을 결국 손흥민 선수가 마무리 짓게 만들었다. 그리고 토트넘은 손흥민 선수 뒤에 숨어서 야비한 행동만 한다"라며 토트넘의 태도를 지적했다.

다른 팬은 "정말 미안하다고 생각한다면 제대로 된 사과를 하는 게 어려운 일인가? 벤탄쿠르든 토트넘이든 빠른 대처를 했다면 이 정도로 여론이 악화되지는 않았을텐데 결국 쏘니를 내세워서 해결하려는 건 정말 최악이다"라며 분노했다.

엑스포츠뉴스


특히 팬들은 같은 PL 구단인 맨체스터 시티의 경우 과거 베르나르두 실바가 전 동료인 뱅자맹 멘디와 장난을 치면서 인종차별을 한 점을 두고 구단 자체적으로 1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내린 것과 대조된다며 토트넘의 미온적인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당시 멘디가 입장문을 통해 친한 동료들끼리 친 장난이라고 해명하기는 했으나, 맨시티는 구단 자체 징계로 논란의 크기를 줄이면서 사실상 실바까지 보호했다. 그러나 토트넘은 손흥민도, 벤탄쿠르도 보호하지 않다가 손흥민의 입장문이 나온 뒤에야 입장을 밝혀 팬들을 더욱 분노하게 하고 말았다.

사진=연합뉴스, 손흥민 SNS, 벤탄쿠르 SNS, 킥 잇 아웃 SNS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