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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KCC 우승 이끈 전창진 감독과 허웅의 30년 인연 [SS 창간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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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KCC 허웅과 전창진 감독이 얘기를 나누며 활짝 웃고 있다. 사진 | 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iasp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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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이웅희 기자] 한국 농구의 전통명가 KCC가 다시 정상에 섰다. 산전수전 다 겪은 KCC 사령탑 전창진(60) 감독이 ‘슈퍼팀’을 진두지휘했고, 에이스 허웅(30)이 개성강한 동료들을 이끌며 우승 축포를 터트렸다. 최고의 시즌을 보낸 둘이 스포츠서울 창간 39주년을 맞아 함께 자리했다.

KCC는 프리에이전트(FA) 최대어 최준용을 영입하며 허웅과 송교창, 최준용, 이승현, 라건아로 이어지는 국가대표 ‘슈퍼팀’을 만들었고, 13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전 감독은 이번 우승으로 역대 최고령 우승 감독 기록(60세)을 세웠다. 허웅은 생애 첫 우승의 기쁨과 함께 챔피언결정전 MVP로도 선정됐다. 정규리그에선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전력의 한계를 절감했지만, 역시 베테랑 감독과 스타들은 큰 무대에 강했다. 전 감독은 “시즌 내내 선수들의 부상이 이어지며 어려움이 많았다. 정상적으로 선수들의 합을 맞추지도 못했다. 그래도 (허)웅이가 선수들을 잘 이끌어줬다”라며 “난 챔프전 MVP로 (허)웅이를 밀었다. 공개석상에서 얘기하진 않았지만 나름 선거운동(?)도 했다”며 미소지었다. 전 감독의 말을 옆에서 듣던 허웅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허웅과 전 감독의 인연은 3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허웅의 아버지인 농구 레전드 허재가 TG삼보(현 DB)에서 뛸 때 사령탑이 전 감독이었다. 전 감독은 허웅이 태어났을 때부터 봐왔다. 허웅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에 어렸을 때부터 감독님을 봤다. 감독님 집에도 자주 갔다. 가족끼리 모임도 했고, 미국 라스베이거스도 같이 간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허웅의 성장을 봐왔던 전 감독은 FA 자격을 얻은 허웅 영입 때 적극 나섰다. 팀에 슈팅가드가 필요했고, 허웅을 적임자로 낙점했다. 전 감독은 “웅이는 아기 때부터 봤는데 우리 팀에서 이렇게 뛰며 같이 우승도 하니 신기하다”면서 “난 2번(슈팅가드) 농구를 좋아한다. 웅이가 FA가 됐을 때 팀에 영입해달라고 요청했었다. 그 때는 이렇게 말을 안 듣는지 몰랐다”며 웃었다.

허웅 역시 신기하기는 마찬가지다. 허웅은 “처음 감독님과 함께 한다고 했을 때 느낌이 이상했다. 무섭기도 했다. 감독님은 화나시면 확실히 무섭다. 훈련도 힘들었다. 하지만 확실히 예전보다 부드러워지셨다. 선수들을 다독거려주신다”면서 “우리 팀에는 개성 강한 선수들이 많다. 내가 감독이더라도 힘들 거 같다. 하지만 감독님이 연차 높고, 선수를 다룰 줄 아시는 분이라 큰 도움이 된 거 같다. 선수들을 이해해주시려고 하시면서 시너지 효과가 난 듯 하다”고 밝혔다. 허웅의 말을 듣던 전 감독은 “이제 감독이 농구하는 시대는 아닌 것 같다. 선수들이 정신 바짝 차리고 해줬다. 이타적인 마인드로 책임감 가지고 열심히 해줘 우승한 것”이라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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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 전창진 감독이 경기 중 허웅을 다독거리고 있다. 사진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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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전 감독은 우승 후 지휘봉을 놓으려고 했다. 전 감독은 “우승할 수 있는 멤버들을 데리고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는 건 전적으로 감독 탓이다. 팬들까지 등을 돌린다고 생각하니 정말 괴로웠다. 우승 후 말한대로 그만두려고 했는데 구단의 만류로 남은 계약기간 1년을 채우기로 했다”고 밝혔다. 허웅은 “그때 진짜 감독님이 그만두실 줄 알았다. 우리도 말리려고 했엇다. 다행히 계속 맡으신다고 하니 익숙한 환경에서 다시 할 수 있어 좋다”고 웃으며 “시즌을 치르면서 선수들이 하나가 되는 모습을 봤다. 지난시즌처럼 부상 변수만 없으면 더 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 감독은 “국내 선수 구성이 좋으니, 외국 선수만 잘 선발한다면 웅이 말대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동조했다.

지도자 생활 은퇴를 말하는 전 감독에게 어려서부터 봐온 허웅은 애틋하다. 전 감독은 “웅이가 허재 아들 허웅이 아니라 그냥 허웅이 되길 바란다. 진정한 농구 실력자가 됐으면 좋겠다. 동생(허훈·KT)과 잘 지내고 있지만 절대 양보하지 않는 허웅을 바란다”고 강조했다. 허웅 역시 전 감독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허웅과 허훈은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 뜨거운 형제대결을 펼쳤다. 허웅이 KCC 우승과 함께 MVP로 선정됐지만, 허훈 역시 매 경기 맹활약하며 승부의 열기를 더했다. 전 감독은 허웅이 농구에 있어서는 동생 허훈에게 양보하지 않고 최고의 선수가 되길 바라고 있다.

마지막으로 본지와의 인연을 묻는 질문에 전 감독은 “스포츠서울은 늘 농구에 진심이었던 거 같다. 좋은 기자들이 늘 현장을 지켜왔다. 앞으로도 농구가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웅도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나온 기사들도 많이 봤고, 내 어린시절 사진도 실렸다. 내가 농구인으로 앞으로 얼마나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농구를 위해서 항상 좋은 기사를 써주시길 바란다. 다시 한번 창간 39주년을 축하드린다”며 미소지었다. iaspir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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