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부작 ‘삼식이 삼촌’ 끝낸 송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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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안주하지 않는 느낌을 드리고 싶어요. ‘왜 저런 영화를 했을까’ 이런 느낌을 줄 수 있는. 이번에 ‘삼식이 삼촌’을 했는데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형식을 가진 드라마를 했구나’ 하는 조그마한 가치라도 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송강호(사진)는 배우로서 철칙으로 “안주하지 말자”를 꼽았다. 최근 마무리된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삼식이 삼촌’에서는 이런 그의 철학을 엿볼 수 있었다. 1989년 연극 무대에 데뷔한 송강호는 35년 연기 인생 처음으로 드라마에 도전했다.
‘삼식이 삼촌’은 혼란스럽고 가난했던 1950∼60년대 한국이 배경이다. 송강호는 빼어난 수완으로 정·재계 인사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는 박두칠 사장을 연기했다. 이 드라마는 OTT에선 드문 선 굵은 시대극이다. 송강호를 포함한 배우들의 연기는 깊은 인상을 남긴다. 1950년대 척박한 한국에서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열망한 젊은이들, 권력욕에 빠져 물불 안 가리는 정치·경제인 등 다양한 인간군상을 생생히 되살린다. 다만 한국적 특수성이 있는 소재라 해외의 관심을 끌기 힘들고, 서사 형식을 꼬아놓아 다소 변죽을 울리는 인상은 한계다.
송강호는 드라마 연기에 대해 “영화는 2시간 안에 인물의 서사, 캐릭터의 입체감을 임팩트 있게 전달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면, 드라마는 좀 더 세밀하고 체계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시간 여유가 있다”며 “이번에 좀 더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쓸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 대표 배우임에도 그는 드라마 연기를 하며 ‘삼식이 삼촌’의 동료 배우들에게 많은 조언을 구했다. 송강호는 “진기주씨를 비롯해 드라마를 많이 한 분들에게 연기에 대해 여러 번 물어봤다”며 “후배들이 주저하지 않고 거침없이 연기하는 걸 보면서도 많이 배우고 자극받았다”고 했다.
송강호는 2019년 영화 ‘기생충’으로 칸 국제영화제와 미국 아카데미에서 최고 자리에 올랐다. 2022년 ‘브로커’로 칸 영화제에서 한국인 최초 남우주연상도 받았다. 이 화려한 성과를 바탕으로 더 높은 자리를 노릴 법한데 그는 뻔히 보이는 성공 법칙 대신 의외의 작품을 택하곤 했다. 흥행·수상 같은 결과가 아닌 ‘새로움’은 그가 수십년간 다양한 작품에 도전해온 원동력이다.
송강호는 “안전한 걸 본능적으로 거부하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며 “누가 봐도 성공할 영화이고 대중적인 공식을 따르는 작품에 이상하게 매력을 못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좀 허술하고 빈틈이 있어 보이지만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참신하다면 마음이 간다”며 “그러다 보니 성공도 했지만 실패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연기는 자연인 송강호가 긴 인생을 살면서 죽을 때까지 함께 가는 동반자의 직업입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모양과 이야기, 연기를 통해 새로운 작품으로 소통하는 게 유일한 목적입니다. 칸 수상 등은 영광스럽지만 그 기나긴 시간 속에서 목적이 될 수는 없죠.”
송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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