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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공 1개로 ‘퍼펙트’ 날린 켈리…퇴출설은 날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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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켈리는 25일 삼성전에서 8회까지 퍼펙트 행진을 펼쳤지만, 9회 첫 안타를 맞아 대기록 문턱에서 돌아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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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서 ‘퍼펙트게임(Perfect Game)’의 정의는 심플하다. 상대 팀 타자가 단 한 명도 1루를 밟지 못한, 그야말로 ‘완벽한’ 경기. 안타는 물론이고 볼넷도, 몸에 맞는 볼도, 실책이나 오심으로 인한 출루도 없어야 대기록이 완성된다. 제아무리 훌륭한 투수라도, 하늘의 도움 없이 혼자 힘으로는 해낼 순 없다.

그래서일까. 한국보다 프로야구 역사가 훨씬 긴 메이저리그(MLB)와 일본 프로야구(NPB)에서도 퍼펙트게임은 아주 귀한 기록이다. 1876년 시작된 MLB에서 148년간 24번, 1936년 출범한 NPB에서 90년간 16번만 나왔다. 올해로 43년째를 맞은 KBO리그에선 아직 퍼펙트게임이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수많은 투수가 퍼펙트게임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결국 꿈을 이루지 못했다. LG 트윈스의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35)도 그랬다. 지난 25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역대 최초의 퍼펙트게임 문턱까지 갔다가 아쉽게 돌아섰다.

켈리는 이날 8회까지 단 한 타자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고 삼성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그러나 아웃 카운트 3개 만을 남겨뒀던 9회 초, 삼성 선두 타자 윤정빈에게 2구째 시속 134㎞짜리 체인지업을 던지다 중전 안타를 허용했다. 켈리는 머리를 감싸며 주저앉았고, 포수 박동원은 무릎을 꿇은 채 탄식했다. 켈리의 최종 성적은 9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 퍼펙트게임 대신 ‘1피안타 완봉승’으로 에이스의 부활을 알렸다.

켈리는 이 경기 전까지 15경기에서 3승 7패, 평균자책점 5.13으로 부진했다. 2019년부터 LG와 함께하며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지만, 지난달부터 퇴출 후보로 거론됐다. 이날은 달랐다. 완벽에 가까운 피칭으로 모처럼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줬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를 하다 끝내 눈물을 쏟았다. 켈리는 “좋을 때나 나쁠 때나 한결같이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감사드린다”며 “지금도 관중석을 떠나지 않고 응원해주시는 모습에 감정이 북받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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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머 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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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랜더스 외국인 투수였던 윌머 폰트는 KBO리그 역사에서 정규 이닝을 ‘퍼펙트’로 마친 유일한 투수였다. 그는 2022년 4월 2일 NC 다이노스와의 창원 개막전에서 9이닝 동안 NC 타자 27명을 상대로 무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단 한 명도 1루를 밟지 못했고, 1회부터 9회까지 모두 삼자범퇴였다.

문제는 SSG 타선이 9회까지 단 1점도 뽑지 못했다는 거다. 투수의 퍼펙트게임 요건이 성립하려면 경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홀로 책임져야 하는데 SSG는 9회 초 공격에서도 점수를 내지 못해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폰트의 9이닝 투구 수는 104개. 폰트도, SSG 벤치도 고심 끝에 연장 10회에는 마운드에 오르지 않는 게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폰트는 그렇게 KBO리그 역대 첫 퍼펙트게임 대기록을 포기하고 사상 최초의 ‘정규이닝 퍼펙트 투구’라는 비공인 기록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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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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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정민철이 1997년 5월 23일 대전 OB(현 두산) 베어스전에서 달성한 ‘무사사구 노히트노런’은 역대 가장 퍼펙트게임에 근접했던 경기로 꼽힌다. 7회까지 OB 타자가 단 한 명도 출루하지 못한 상황에서 8회 다시 마운드에 오른 정민철은 첫 타자를 잡아낸 뒤 다음 타자 심정수와 맞섰다. 볼카운트 1B-2S에서 심정수가 헛스윙을 했다. 삼진.

다만 정민철이 던진 공이 포수 강인권의 사인과는 반대 방향으로 날아간 게 문제였다. 공은 급하게 자리를 바꾼 강인권의 포수 미트에 맞고 백스톱까지 굴러갔다. 그 사이 심정수는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으로 1루를 밟았다. 안타와 사사구 없이 28명의 타자를 상대로 완성한, 역대 가장 ‘완벽한’ 노히트노런이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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