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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당구時論] 사커맘, 골프대디 이어 ‘당구대디’…“아이를 훌륭한 당구선수로” 아버지의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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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당구환경이 변하면서 ‘당구대디’가 늘고 있다. 사커맘, 골프대디처럼 아이들이 아버지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당구를 시작하고, 점차 당구선수로 발전하는 수순이다. ‘골프대디’들은 아이 소질을 파악해 일찍부터 체계적으로 교육을 시키며 기량을 향상시킨다. 또한 아직 어리기 때문에 각종 대회장에 동행하며 일일이 챙겨준다. 사진은 학생선수들이 참가한 2023년 서울지역 유청소년 주말리그 개막식으로 기사내용과는 관련이 없다. (사진=MK빌리어드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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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윤 김도현 양승모 김대현 이환희
초중고 학생선수 뒤엔 든든한 아버지
어려서부터 아버지 영향으로 큐 잡아
소질 알고 일찍부터 체계적 레슨 ‘공통점’


“어릴 때 아버지가 당구장을 운영하셔서 자연스럽게 당구를 접했다.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당구를 쳐봤을지도 모르겠다. 정말 감사하다.”

24/25시즌 PBA개막전(우리금융캐피탈배)에서 우승한 강동궁(SK렌터카다이렉트)은 우승 기자회견에서 아버지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대대점수 32점인 아버지가 지금도 경기 끝나면 조언해주시고, 당구만 생각하라고 하신다고 했다. 강동궁 말대로 아버지가 안계셨으면 지금의 강동궁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강동궁을 비롯, 우리나라 당구계 정상에 있는 김행직 조명우 이미래 등은 일찌감치 ‘신동’ 소리를 들으면서 성장해왔다. 이들은 대부분 아버지(또는 엄마)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당구를 접한 후 대선수로 성장한 케이스다.

김행직은 전북 익산서 당구장을 운영하는 아버지 영향으로 당구장이 놀이터였다. 조명우 역시 아버지 따라 당구를 배웠다. 아버지 조지언 씨의 아들에 대한 열정은 유명하다. 이미래도 성남에서 당구장을 운영하는 아버지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당구를 시작, 스타선수가 됐다.

미국에서는 1990년대 사커맘이 유행했다. 아이들을 차에 태워 스포츠아카데미에 데려가서 축구를 배우게 하는 열성적인 엄마들을 일컫는 말이다. 미국에 사커맘이 있다면 한국에는 ‘골프대디’가 유명했다. 비록 최근 안타까운 일이 터진 ‘골프여제’ 박세리도 그렇고, 이후 등장한 ‘박세리 키즈’ 중 상당수도 골프대디의 영향이 결정적이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아이가 원하면 직업으로 당구선수 괜찮아굿”
당구계에 긍정적, 학생선수 증가에 자양분 기대
강동궁 김행직 조명우 이미래 선수 아버지를 사커맘, 골프대디와 빗대자면 ‘당구대디’ 원조라 할 수 있다. 이들 외에도 ‘당구대디’ 덕을 본 당구선수는 많다.

최근에는 학생선수를 중심으로 ‘당구대디’가 부쩍 많아졌다. 김건윤(부산동래고부설방통고1) 김도현(부천상동고부설방통고1) 양승모(인천예송중 3) 김대현(시흥 대흥중) 이환희(구미 금오초등학교6) 선수 아빠들을 꼽을 수 있다.

고등학교 1학년인 김건윤은 지난 2월 부산당구연맹 평가전에서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우승한 유망주다. 5월 호치민3쿠션월드컵에서는 2차예선(PPQ)까지 진출했다. 김건윤도 아버지 김법모 씨 영향으로 당구를 시작했다. 김법모 씨는 5년동안 빠짐없이 아들의 대회장에 동행하며 뒷바라지 했고, 지난해와 올해에는 호치민3쿠션월드컵에도 함께 했다.

‘세계적인 선수들의 경기를 직접 보고 배우겠다’며 앙카라3쿠션월드컵에 홀로 출전한 김도현 뒤에는 든든한 아버지 김병수 씨가 있다. 김도현도 아버지 따라 당구장 갔다 흥미를 느껴 당구를 시작했고, 지금은 유망주가 됐다. 김병수 씨는 도현이가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당구를 가르쳤고, 앞으로도 도현이가 당구선수하는데 필요한 것은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한다.

올해 14세인 양승모(인천예송중 3) 아버지는 인천당구연맹 소속 양창우 선수다. 승모가 초등학교3학년(2018년)때 아버지 따라 당구장 갔다 당구를 배우기 시작, 이후 선수가 됐다. 인천당구연맹 평가전에서 5경기 평균 애버리지 1.263으로 우승했다. 3월 양구에서 열린 아시아캐롬선수권대회에 U22(22세 이하) 국가대표로 출전한 유망주다.

초등학교때부터 (김)대현이 뒷바라지를 하고있는 ‘대현이 아빠’ 김건우 씨도 유명한 ‘당구대디’다. 당구수지 30점 고수인 김건우 씨는 대현이가 참가하는 국내 모든 대회장에 동행하며 일일이 챙겨주고 있다.

환희는 초등학교3학년때 형과 함께 아빠 이성훈 씨 따라 당구장 왔다가 처음 당구를 쳐봤다. 환희 소질은 당구장을 운영하는 경북당구연맹 김도형 선수 눈에 바로 띄었고, 김도형 선수가 아버지에게 권유해 당구를 제대로 배우기 시작했다. 환희는 최근 열린 남원 전국당구선수권 초등부 1쿠션에서 우승하며 당구꿈나무로 자라고 있다

‘당구대디’들은 공통적으로 아이들이 처음부터 당구를 무척 재밌어했다고 한다. 여기에 일찍부터 선수들에게서 체계적인 레슨을 받게 했고, 이를 통해 실력이 급성장했다. 즉, 흥미와 소질, 체계적인 교육이 어우러지며 당구 유망주로 거듭난 것이다.

‘당구대디’의 등장은 긍정적이다. 당구가 건전한 스포츠로 발돋움한데다 당구선수에 대한 미래 비전이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부모 입장에서도 아이들이 장차 직업으로서 당구선수를 선택해도 괜찮겠다는 나름대로 판단이 섰음은 물론이다.

당구가 더욱 주목받는 스포츠가 된다면 ‘당구대디’는 더 늘어날 것이다. 당구의 뿌리인 학생선수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고. ‘당구대디’가 한국당구 토양을 튼튼하게 하는 자양분이 되길 기대한다. [황국성 MK빌리어드뉴스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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