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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염경엽 감독보다도 말 더 많은 ‘핵인싸’ LG 오스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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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과 대화 중인 오스틴(아래)을 바라보는 염경엽 LG 감독. 김민성 스포츠동아 기자 marine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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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경엽 LG 감독은 말이 많기로 유명하다. 경기 전 감독 브리핑 때면 앉은 자리에서 20분은 거뜬히 이야기 보따리를 푼다. 그런데 LG에 이런 염 감독의 발언권을 위협하는 선수가 있다. 외국인 타자 오스틴이다.

LG 주전 1루수 오스틴은 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의 방문경기를 앞두고 염 감독의 브리핑을 기다리던 취재진에게 말을 건넸다. 브리핑 시간에 맞춰 나오다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는 오스틴을 발견한 염 감독은 “오늘은 나 대신 네가 (브리핑)하라”며 웃었다. 오스틴은 이후 감독석에서 5분 넘게 질의응답을 한 뒤에야 염 감독에게 자리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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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오스틴(왼쪽)이 잠실구장 1루에서 삼성 강민호(가운데)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삼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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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에서 1루를 밟은 상대 선수는 모두 오스틴의 대화 상대가 된다. 오스틴은 “상대 선수가 안타를 치고 오면 ‘나이스 배팅’이라고 하거나 상대 선수들이 최대한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말하려 한다. 한국어는 내가 잘 모르니까 ‘맛있어’처럼 내가 아는 말을 아무거나 막 한다”면서 “야구가 재미있는 게 같은 말을 쓰지 않더라도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된다는 점이다. 그게 스포츠의 매력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한국에) 처음 왔을 때부터 선수들에게 최대한 친근하게 다가가려 했다. 외국인 선수로 이 리그에 처음 왔을 때 선수들에게 인정받고 싶었고 나도 한국 문화와 리그를 존중했다”고 덧붙였다.

상대 선수들도 이런 마음을 안다. 지난해 1루수 부문 올스타 투표에서 선수들이 표를 가장 많이 던진 선수가 오스틴이었다. 그는 올해 이 기록을 2년 연속으로 늘렸다. 오스틴은 “선수들이 내게 많은 표를 준 건 나를 리그의 일원으로 받아준 의미라 뜻깊다. 참 복 받았다고 느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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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그아웃에서 동료들과 함께 응원 중인 LG 오스틴(가운데). L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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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틴은 더그아웃에서도 팀의 치어리더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타석에만 들어서면 눈빛이 돌변한다. 오스틴은 “야구하는 내내 동료들이 나를 ‘크레이지 가이’라고 불렀다. 동료들과 재미있게 지내며 긴장을 풀어주려 한다. 하지만 타격은 나와 투수의 대결이다. 또 아쉬운 결과가 나올 때가 훨씬 많기 때문에 매 타석 내가 가진 모든 걸 다 쏟으려 한다”고 했다.

오스틴은 지난해 23홈런(3위), 95타점(2위)을 기록하며 팀이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데 힘을 보탰다.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도 받았다. 그간 외국인 타자 덕을 보지 못해 ‘외국인 타자 잔혹사’를 반복했던 LG에서 데뷔 첫해부터 팀의 숙원을 모두 해결해 준 외국인 타자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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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30홈런, 100타점에 도전하는 LG 오스틴. LG 제공


오스틴은 올해 3일 현재 17홈런(8위), 69타점(2위)을 기록 중이다. 시즌 처음부터 LG에서 뛴 타자로는 최초로 한 시즌 30홈런-100타점 달성에 도전할 수 있는 페이스다. 오스틴은 “수치상으로는 작년보다 확실히 좋다. 달성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일단 팀이 올해에도 한국시리즈에 가는 게 가장 큰 목표다. 타점과 수비에서 내 역할을 하고 팀원들도 각자 역할만 해내면 충분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 무대 2년 차를 맡아 오스틴의 팬 서비스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지난해 올스타전을 앞두고 고향 텍사스의 상징인 카우보이 의상을 주문했다가 배송 오류로 카우보이 모자만 쓰고 올스타전에 나섰던 오스틴은 “올해는 의상이 이미 다 배달됐다. 구단 마케팅팀에서도 많이 도와줬다. 많이 기대해달라”고 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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