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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그렇게 할 거면 나가’라고 하길래 진짜 나갔죠” 김동준이 꺼낸 이정효 감독과의 에피소드 [이근승의 믹스트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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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준(29·제주 유나이티드)이 광주 FC 이정효 감독과의 추억을 꺼냈다.

이정효 감독이 수석코치로 남기일 감독을 보좌했던 성남 FC 시절이었다. 당시 김동준과 이정효 수석코치는 성남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처음부터 순탄한 관계는 아니었다. 훈련 중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갈등이 일어났다. “너, 그렇게 할 거면 나가”라는 이정효 당시 수석코치 말에 김동준은 훈련장을 떠났다.

김동준은 “이정효 감독님은 성남 시절과 변한 게 하나도 없으시다”면서 웃은 뒤 “감독님을 잘 아는 분들은 감독님의 말과 행동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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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준.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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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FC 시절 김동준.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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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FC 이정효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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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준이 전한 성남 시절 이정효 당시 수석코치와의 에피소드를 전한다. 제주도 서귀포시 제주 클럽하우스에서 전하는 김동준 인터뷰 1(재계약? 이적? ‘제주 수문장’ 김동준의 진심 “나의 1순위는 제주다”), 2(“왼발만 쓰란 미션이 주어지면 오른발은 쓰지 않았다” 김동준의 회상 “故 차기석 코치님이 지금의 날 만들어”)편에 이은 3편이다.

Q. 성남 시절 이정효 감독과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정효 감독님이 성남 수석코치를 맡았을 때였죠. 2년 동안 함께 했습니다. 그때도 거침이 없으셨어요(웃음). 제가 경험한 이정효 감독님은 틀린 말은 하지 않는 분입니다. 종종 이정효 감독님 영상이 뜨면 챙겨보거든요. 여러 가지를 말씀하시잖아요. 구단에 관한 것부터 한국 축구에 관련된 것까지. 저는 이정효 감독님 말씀에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요.

명확히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축구계에 종사하는 많은 분이 이정효 감독님 말에 공감하지 않을까 싶어요.

Q. 이정효 감독과 종종 연락하곤 합니까.

전혀. 성남 시절 이후엔 연락을 안 해요. 일부러 안 합니다.

Q. 이유가 있습니까.

감독님이 무직인 상태라면 편하게 연락드릴 거예요. 그런데 팀을 맡고 계시잖아요. 이게 괜한 오해를 불러오더라고요. 다른 팀 감독님과 연락한다는 것만으로 제가 그분에게 저 자신을 어필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그 뒤로 타 팀을 맡고 계신 감독님들에겐 연락드리지 않습니다.

또 하나 이유가 있다면 우리 감독님이 가장 싫어하는 게 전술, 명단 노출이에요. 괜한 오해를 불어올 수 있어서 안 합니다. 우리 코칭스태프에게 더 잘하자는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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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효 광주 FC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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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성남 시절 이정효 수석코치는 어땠습니까.

이정효 감독님이 남기일 감독님과 함께하던 때였죠.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어요. 2018년 동계 훈련일 겁니다. 남기일 감독님과 이정효 당시 수석코치님이 성남에 처음 합류한 때였죠. 트러블이 있었어요. 저는 공격수의 슈팅을 막는 훈련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의사소통의 부재로 제가 이 훈련을 100% 이해하지 못했던 겁니다. 제가 다른 골키퍼와 교체하는 과정에서 좀 어버버했어요. 당시 이정효 수석코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 그렇게 할 거면 나가”라고.

Q. 그래서 어떻게 했습니까.

‘나가라’고 하니깐 나갔죠. 저는 제가 왜 한 소리를 듣는지 몰랐어요. 저한테 이 훈련에 관해서 명확하게 설명해 준 적이 없었으니까. 많은 분이 아시겠지만 저는 할 말은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날 밤 이정효 코치님 방으로 찾아갔습니다. 내가 잘못한 부분은 먼저 사과드리고 상황 설명을 좀 해드려야겠다고 본 겁니다.

Q. 이정효 당시 수석코치 방에서 일대일로 대화한 겁니까.

예. 솔직하게 얘기했어요. 이정효 당시 수석코치님에게 “나는 이런 상황이었고 무슨 훈련인지 잘 몰랐다. 코치님도 저한테 왜 그렇게 말씀하셨는지 설명해달라”고 했어요. 그리고 “제가 잘못한 부분이 있으면 인정하고 사과드리겠다”고 했죠. 이정효 감독님도 솔직하시잖아요. 다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이 일 뒤로 이정효 감독님과 엄청 가깝게 지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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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FC 시절 김동준.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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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갈등의 골이 깊어질 수도 있었는데 대화로 잘 푼 거네요.

이정효 감독님은 정말 뒤끝이 없으신 분이에요. 어떻게 보면 선수가 수석코치에게 또박또박 말대꾸하면서 붙은 거잖아요. 이정효 감독님은 논리적으로 이야기하면 상대방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주시는 분입니다. 감독님이 선수들에게 해주셨던 말이 있어요.

이정효 감독님은 성남 수석코치 시절에 “무언가를 말해야 할 상황이 생기면 어물쩍하지 마라. 마음속에 담아두지 말고 말해라. 내가 너희들과 대화할 테니 무엇이든 논의해 보자. 단, 너희가 잘못한 게 분명할 땐 인정해라. 나도 잘못한 부분이 있으면 인정할 테니”라고 하셨죠. 이정효 감독님과 성남 시절 함께한 기억이 있기 때문에 감독님이 광주에서 하시는 말씀, 행동 등을 더 잘 이해하는 거 같아요.

Q. 말이 너무 강해서 오해를 불러오는 경우도 있는 듯합니다.

이정효란 사람을 아는 사람은 알거든요. 원래 저런 사람인걸. 저분은 광주 지휘봉을 잡고 나서 변한 게 아니에요. 원래 저런 분이었습니다. 이전보다 많은 분의 관심을 받다 보니 ‘이게 뭐지’하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정효 감독님은 축구를 대단히 사랑하고, 열정이 넘치는 분입니다. 거짓이 없으신 분이에요. 지금까지 한국에서 보기 힘들었던 유형의 지도자라서 조금 낯설 순 있지만 조금 다를 뿐 틀린 건 아니란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서귀포=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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