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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핵인싸’ 오스틴… 다른 구단 선수들도 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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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타자들 안타땐 “나이스 배팅”

1루 수비하며 주자와 말동무 넉살

더그아웃 응원단장 ‘크레이지 가이’

내일 올스타전 1루수 선수투표 1위… “나를 리그 일원으로 인정해줘 기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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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LG 염경엽 감독은 말이 많기로 유명하다. 경기 전 감독 브리핑 때 30분 정도는 거뜬히 이야기보따리를 푼다. 그런데 이런 염 감독의 ‘수다력’을 위협하는 선수가 LG에 있다. 2년 차 외국인 타자 오스틴(31·미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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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오스틴은 더그아웃에서 말과 흥이 가장 많은 선수다. 팀 득점 때 동료들과 환호하는 오스틴(가운데). L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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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틴은 2일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 염 감독의 브리핑을 기다리던 취재진에 먼저 다가와 말을 걸었다. 더그아웃에 들어서다 오스틴을 발견한 염 감독은 “오늘은 나 대신 네가 (브리핑)해라”라며 웃었다. 오스틴은 이후 감독석에 앉아 취재진과 5분 넘게 대화를 주고받은 뒤에야 염 감독에게 자리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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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틴이 안타를 치고 1루에 온 삼성 강민호(오른쪽)를 유쾌하게 맞이하는 모습. 오스틴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올스타 투표 1루수 부문에서 선수들에게 가장 많은 표를 받아 2년 연속 올스타전에 나선다. 삼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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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에서 1루 주자가 된 선수는 모두 오스틴의 말동무가 된다. 오스틴은 “안타를 쳤다면 ‘나이스 배팅’이라고 하는 등 타격이나 경기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영어로는 상대 선수가 최대한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말하려 한다. 한국어는 내가 잘 모르니까 ‘맛있어’처럼 내가 아는 말을 아무거나 막 한다”면서 “야구가 재미있는 게 같은 나라말을 쓰지 않더라도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된다는 점이다. 그게 스포츠의 매력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처음 왔을 때부터 선수들에게 최대한 친근하게 다가가려 했다. 외국인 선수로 이 리그에 왔으니 선수들에게 인정받고 싶었고 나도 한국 문화와 리그를 존중했다”고 덧붙였다.

상대 선수들도 오스틴을 ‘핵인싸’(남들과 잘 어울리는 사람을 가리키는 ‘인사이더’를 더욱 강조하는 의미로 ‘핵’을 붙인 신조어)로 인정했다. 오스틴은 최근 2년 동안 1루수 부문 올스타 투표에서 선수들이 표를 가장 많이 던진 선수다. 오스틴은 “선수들이 내게 많은 표를 준 건 나를 리그의 일원으로 받아준 의미라 뜻깊다. 참 복받았다고 느낀다”고 했다.

오스틴은 더그아웃에서도 응원단장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타석에만 들어서면 눈빛이 돌변한다. 오스틴은 “야구하는 내내 동료들이 나를 ‘크레이지 가이’라고 불렀다. 동료들과 재미있게 지내며 긴장을 풀어주려 한다. 하지만 타격은 나와 투수의 대결이다. 또 아쉬운 결과가 나올 때가 훨씬 많기 때문에 매 타석 내가 가진 모든 걸 다 쏟으려 한다”고 말했다.

오스틴은 지난해 타율 0.313, 23홈런, 95타점을 기록하며 LG가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데 힘을 보탰다.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도 받았다. 그간 ‘외국인 타자 잔혹사’를 반복했던 LG에서 데뷔 첫해부터 팀의 숙원을 모두 해결해 준 ‘복덩이’가 된 것이다.

오스틴은 3일 현재 타율 0.299에 17홈런, 69타점을 기록 중이다. 현재 페이스를 이어가면 ‘거포’의 상징인 30홈런, 100타점을 달성할 수 있다. 시즌 내내 LG 유니폼을 입고 뛴 타자 가운데 이런 기록을 남긴 선수는 아직 없다. 오스틴은 “이 기록을 달성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팀이 올해에도 한국시리즈에 가는 게 더 중요한 목표다. 타격과 수비에서 내 역할을 하고 팀원들도 각자 역할만 해내면 충분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오스틴은 지난해 올스타전을 앞두고 고향 텍사스의 상징인 카우보이 의상을 주문했는데 모자만 도착해 아쉬움을 삼켰다. 오스틴은 6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리는 올해 올스타전에 어떤 옷을 입고 나설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오스틴은 “올해는 의상이 전부 배달됐다. 구단 마케팅팀에서도 많이 도와줬다. 기대해 달라”며 웃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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