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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돌고 돌아 홍명보...10년만에 다시 축구 대표팀 감독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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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 “삼고초려하듯 설득”

조선일보

축구 국가대표팀 차기 감독으로 내정된 홍명보 울산HD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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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돌아 결국은 홍명보였다.

대한축구협회가 7일 차기 축구 대표팀 사령탑으로 홍명보(55) 울산 HD 감독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난 2월 카타르 아시안컵 부진을 이유로 경질된 이후 황선홍과 김도훈 두 감독이 임시 지휘봉을 잡는 등 혼란을 겪었던 한국 축구는 5개월 만에 새 사령탑을 맞이하게 됐다. 울산 구단 측은 “축구협회와 협의를 거쳐 홍 감독이 울산을 떠나 대표팀 사령탑을 맡게 됐다”고 밝혔다.

10년 만에 다시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홍명보 감독은 한국 축구의 영웅이다. 1990년부터 2002년까지 네 차례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레전드 수비수로, 차범근 전 대표팀 감독과 함께 한국 역대 A매치 최다 출장 기록(136경기)도 보유하고 있다. 2002 한일월드컵에선 주장을 맡아 ‘4강 신화’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지도자로선 2012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최고 순간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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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송윤혜


홍명보 감독은 2013년 A대표팀 지휘봉을 처음 잡았다. 당시 최강희 감독이 월드컵 아시아 예선까지만 팀을 맡기로 해 본선을 불과 1년여 앞두고 급하게 투입된 그는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조별 리그 1무 2패로 쓸쓸히 짐을 싼 뒤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진 협회 전무이사를 맡아 행정가로 활동했다. 김판곤 전 전력강화위원장과 좋은 호흡을 보이며 파울루 벤투 감독을 선임,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의 초석을 다졌다. 2020년 12월 울산 HD 감독으로 현장에 돌아온 그는 2022시즌 울산에 17년 만에 K리그 우승을 안긴 데 이어 지난 시즌 2년 연속 정상에 서며 리그를 대표하는 지도자가 됐다.

홍명보 감독은 클린스만 경질 이후 꾸준히 대표팀 차기 감독 후보로 물망에 올랐다. 하지만 K리그 팬들은 현직 사령탑을 빼가려는 협회에 크게 반발했다. 울산 서포터스 ‘처용전사’는 지난 2월 ‘K리그는 대한축구협회의 장난감이 아니다’ 등 항의 문구를 띄우는 트럭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이런 여론을 의식한듯 정해성 위원장이 중심이 된 전력강화위원회는 외국인 감독 선임을 목표로 100여명 지도자를 평가하고 이중 10여명과 접촉했으나 계약을 성사시키지는 못했다.

대한축구협회가 내년 준공 예정인 천안 축구종합센터 공사 비용이 늘어나며 300억원 가량 은행 대출을 받고, 클린스만 감독 위약금까지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서 감독 연봉으로 쓸 수 있는 예산은 30억원을 넘기긴 어려웠다. 팬들이 알만한 유명 감독을 모시기엔 턱 없이 부족한 액수. 제시 마시 전 리즈 감독은 연봉 수준을 좀 낮추더라도 한국에서 감독 생활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지만, 결국 연봉과 세금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지난 5월 협상은 결렬됐다. 마시는 이후 캐나다 지휘봉을 잡고 팀을 코파 아메리카 4강에 끌어올렸다. 반면 협회가 연봉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지도자들은 팬들이 만족할 만한 커리어와는 거리가 멀었다.

‘마시 카드’가 불발된 이후 다시 감독 선임 작업에 나선 전력강화위는 국내파 지도자로 시선을 돌려 지난달 말 홍명보 감독을 후보 1순위로 추천했다. 하지만 당시 협회 고위층에선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홍명보 감독은 지난달 30일 포항전을 앞두고 “협회에서 누구도 정해성 위원장을 지원해주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고, 그렇게 혼자 고립된 것 같다”며 협회를 공개 비판했다.

엇박자가 나는 상황에서 며칠 새 기류가 바뀌었다. 거스 포옛과 다비드 바그너 등 외국인 감독과 면접을 진행하고 유럽에서 돌아온 이임생 협회 기술본부 총괄이사가 지난 5일 수원FC전을 끝낸 홍 감독을 직접 찾아가 대표팀 사령탑 자리를 제의했다. 협회 관계자는 “이임생 이사가 ‘삼고초려’를 하듯 간곡히 홍 감독을 설득했다”며 “홍 감독은 하루를 고민하고 6일 저녁 승낙하겠다는 의사를 전해 왔다”고 말했다.

홍 감독이 협회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갑자기 팀을 떠나는 만큼 울산 등 K리그 팬들의 반발을 피하기는 어렵게 됐다. 울산(승점 39)은 K리그 2위로 선두 김천(승점 40), 3위 포항(승점 38)과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더불어 10년 전 홍 감독에게 갑자기 ‘소방수’ 역할을 맡겨 월드컵 본선 실패의 아픔을 줬던 협회가 외국인 감독을 데려오는 것이 어려움에 처하자 또 한 번 홍 감독에게 ‘SOS’를 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클린스만 경질 이후 5개월 동안 감독 선임 과정에서 헛발질을 계속하면서 협회의 무능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홍명보 감독은 2027년 1~2월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아시안컵까지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출항하는 홍명보호는 9월 월드컵 3차 예선에 돌입한다. 이임생 기술이사가 8일 기자회견을 통해 홍 감독 선임 관련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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