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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롯데 외국인 타자 잔혹사 끝? “Yes! 레이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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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롯데 자이언츠의 외국인 타자 흑역사에 종지부를 찍은 빅터 레이예스. 올 시즌 꾸준한 활약을 펼쳐 김태형 감독의 신뢰를 얻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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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수년간 외국인 타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기대를 안고 데려온 선수들이 모두 자기 몫을 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2022년 롯데는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외야수 DJ 피터스를 영입했다. 그러나 타격 부진으로 7월에 방출한 뒤 그를 대신할 외야수 잭 렉스를 새로 데려왔다. 7월 후반 합류한 렉스는 남은 56경기에서 타율 0.330, 8홈런으로 활약해 롯데와 재계약했다. 그런데 이듬해인 2023년엔 타격 페이스가 뚝 떨어지면서 역시 7월을 넘기지 못했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타격 보강이 절실했던 롯데는 지난해 7월 또다시 외국인 타자 퇴출을 결정했다. 이어 내야수 니코 구드럼을 영입했지만, 구드럼 역시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낙제점을 받으면서 롯데와 재계약에 실패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롯데는 베네수엘라 태생의 우투양타 외야수 빅터 레이예스를 뽑았다. 키 1m96㎝·체중 87㎏의 뛰어난 신체조건을 자랑하는 1994년생 레이예스는 지난해 시카고 화이트삭스 산하 트리플A에서 홈런 20개를 터뜨렸던 장타자다. 그는 올 시즌 80경기에서 타율 0.346 7홈런 69타점 43득점을 기록하면서 롯데의 외국인 타자 흑역사에 종지부를 찍었다.

최근 현장에서 만난 레이예스는 “한국 야구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동료들이 친절하게 도와준다. 나 역시 KBO리그를 연구하면서 좋은 기록을 내려고 노력 중이다. 특히 한국 투수들은 공격적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잦다. 빠른 볼카운트에서 승부하는 법을 터득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이예스는 꾸준함의 대명사다. 3월 개막부터 지난달까지 단 한 번도 월간 타율이 3할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3월 0.393을 시작으로 4월 0.333, 5월 0.302, 6월 0.398을 기록하면서 기복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몰아치기에도 능하다. 레이예스가 올 시즌 2안타 이상을 때려낸 경기는 모두 32차례로 이 부문에서 KBO리그 전체 5위다. 좀 더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2안타 경기는 22번(공동 6위), 3안타 게임은 7차례(공동 12위), 4안타 경기는 3차례(공동 1위)다. 레이예스는 “멀티 안타를 기록하는 특별한 비결은 없다. 다만 어릴 적부터 많은 선생님이 ‘2스트라이크 이후라도 적극적으로 스윙해야 한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유리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고 가르쳐주신 부분을 늘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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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간 롯데 외국인타자 성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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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프로야구에선 유독 외국인 타자들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키움 히어로즈 로니 도슨과 NC 다이노스 맷 데이비슨, KT 위즈 멜 로하스 주니어, SSG 랜더스 기예르모 에레디아 등이 타격 상위권에서 경쟁 중이다. 레이예스도 기록에선 이들에게 뒤지지 않는다.

차이점을 꼽자면 대다수 외국인 타자들과 달리 레이예스는 성격이 내향적이라는 것이다. 오진모 통역은 “MBTI(사람의 성향을 나타내는 지표)로 치면 레이예스는 내향형 ‘I’ 중에서도 가장 확실한 ‘I’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타석에선 무척 적극적이지만, 사석에선 누구보다 진중해진다. 레이예스는 “내가 봐도 성격이 외향적이지는 않다. 그러나 아직 나를 잘 모르는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려고 한다. 다행히 내 마음을 아는지 동료들이 많이 호응해주고 있다”고 했다.

레이예스는 2022년 양쪽 햄스트링을 다쳐 지금도 후유증을 앓고 있다. 주루와 수비에서 전력으로 속도를 내지 못한다. 그런데도 뛸 때는 과감하게 뛰고, 슬라이딩이 필요할 때는 몸을 던지면서 자기 몫을 다해내고 있다.

롯데 김태형 감독은 “몸이 온전치 않은데도 단점을 느끼게 하지 못할 정도로 열심히 뛰고 있다. 전반기 80경기에 모두 출전했다는 점이 특히 고맙다”며 레이예스를 전반기 MVP로 꼽았다.

레이예스는 “지난 몇 년간 롯데가 가을야구를 하지 못했다고 들었다. 올 시즌 출발이 좋지는 않았지만, 후반기에 성적을 끌어올려 꼭 팬들에게 가을야구를 선물하겠다”고 다짐했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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