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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2 (목)

이슈 스타와의 인터뷰

[인터뷰] ‘농협은행 챌린지’로 숏폼 휩쓴 이짜나언짜나 “연말에 해체 위기…마지막이라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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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이짜나언짜나. 사진=EZUZ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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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그거 알아? 그댄 너무 예쁘네요(농협은행). 못 알아듣는 모습까지 더 귀엽네(기업은행)”

수없이 많은 챌린지가 쏟아지고 있는 시대지만 올해 상반기를 관통한 챌린지를 꼽으라면 ‘농협은행’을 빼놓을 수 없다. 은행 이름을 떠올리게 하는 재치 있는 노랫말과 중독성 넘치는 멜로디는 순식간에 사람들 뇌리에 박혔다.

‘Onion하세요’뿐 아니라 이짜나언짜나(이찬·박원찬)는 ‘미세먼지’, ‘빵댕이 흔들어라’, ‘느슨해진 힙합신에 긴장감을 줘’ 등 숏폼을 즐겨보는 사람이라면 한 번에 알아들을 법한 노래들을 보유하고 있다. 챌린지계의 BTS라고 해도 손색 없을 정도.

핫하다는 가수들만 출연하는 워터밤 축제에도 최근 출격해 관객을 들었다놨다 한 이짜나언짜나.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 만난 이짜나언짜나는 인기를 실감하는지 묻자 박원찬은 “옛날보다는 확실히 실감이 난다”면서도 “아직까지는 정확하게 알아본다기보다 실루엣처럼 뿌옇게 알아보신다. ‘농협은행, 걔네잖아’ 식으로”라고 미소 지었다.

히트곡 부자답게 노래를 알아듣는 사람은 역시나 많다. 이찬은 “노래는 다들 많이 아시는 것 같다. 저희가 등장하면 갸우뚱 하시다가 노래가 나오면 ‘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워터밤 때도 그랬다. 노래 시작하기 전까진 아무도 몰랐다”고 웃었다.

여름용 신곡을 준비 중인 이짜나언짜나는 최근 공연을 최대한 많이 다니려고 하고 있다. 공연에 그만큼 목이 말랐기 때문이다. 이찬은 이짜나언짜나에게 가수 모드와 크리에이터 모드가 있다고 설명했다. 노래를 내고 공연을 다니는 가수 활동과 달리 챌린지를 만들어내고 숏폼에서 유행시키는 크리에이터 활동에 그동안 치중한 게 사실. 이찬은 “크리에이터 모드로서의 제안이 더 많이 들어왔다. 그걸 다 받다 보니까 공연이 너무 하고 싶었다. 마침 6월과 7월 공연 시즌이 있으니까 9월까지 최대한 적극적으로 받고 있다”고 근황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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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ion하세요’ 등 이짜나언짜나의 노래는 기존 가요 시장에서는 볼 수 없던 참신함과 기발함이 가득하다. 아이디어는 두 사람의 끊임없는 수다에서 나온다고. 이찬은 “원찬이가 ‘밈 중독자’고, 저는 ‘강요 중독자’다. 원찬이가 밈을 자주 얘기하고 저는 떠오르는 생각이 있으면 강요를 하려고 한다. 이런 것들이 결합이 돼서 노래로 나오는 것 같다”고 남다른 비결을 공개했다. 박원찬은 “이찬은 자기가 좋아하는 발음이나 억양이 있으면 그거를 노래로 만들어서 사람들한테 유행어처럼 주입을 시킨다”고 말해 웃음을 불렀다.

숱한 히트곡 중에서 가장 뿌듯한 노래가 무엇인지 묻자 이들은 ‘Onion하세요’를 꼽았다. 이찬은 “그 노래 만든 날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저희가 그날 연습실을 그 노래를 만들러 간 날이 아니었다. 다른 거 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저희끼리 노래 틀고 놀았다. 그런데 저희 데모 버전 노래 듣는데 원찬이 가사에 갑자기 꽂히더라. 여기에 춤을 만들어보자 해서 정말 뚝딱 만들었다”고 떠올렸다.

이짜나언짜나는 사실 국내 숏폼의 선구자다. 챌린지가 유행하기도 전인 2019년 ‘미세먼지‘로 처음 틱톡에 영상을 올렸다. 미국의 챌린지 문화를 보고 동기 부여가 됐다고. 이찬은 “음악은 똑같이 하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 숏폼 시대와 맞물려서 저희가 재미있게 잘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광고 등 챌린지를 워낙 자주 만들어내다보니 아이디어 고갈도 겪고 있다. 이찬은 “춤을 만들어달라는 광고 제안이 가장 많다. 그걸 하다보니 아이디어 고갈이 진짜 오더라. 저희가 기본적으로 음악을 하는 사람이다 보니까 음악은 계속 찍어낼 수 있는데 안무는 조금 한계가 있더라”라며 “그래서 춤만 만들어달라는 광고를 과감하게 아예 안 받기로 했다. 우리가 지금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이건 양날의 검이라고 생각했다”고 고심한 배경을 전했다.

박원찬은 “저희가 하기 싫으니까 단가를 계속 올렸다. 그런데 계속 해주시더라. 저희도 요즘 뭐가 뭔지 모르겠다. 너무 감사하다”고 너스레를 떨며 높아진 인기를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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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짜나언짜나의 챌린지는 실제로 많은 연예인이 따라할 정도로 믿고 보는 챌린지 안무다. 그룹 뉴진스의 혜인이 ‘느슨해진 힙합씬에 긴장감을 줘’를 따라추는 모습이 한 콘텐츠에서 포착되기도 했다. 이찬은 “챌린지 문화라는 게 언어의 장벽을 허무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 해외 아티스트분이 쳐주시면 어떨까 생각한다. 저스틴 비버나 아리아나 그란데가 ‘Onion하세요’를 추신다든지”라며 유쾌하게 답했다.

수많은 히트곡과 함께 예능에도 잇따라 출연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그들은 사실 2016년 데뷔한 어느덧 9년차 가수다. 초반엔 행사 사전MC로 생활을 이어가기도 했고 노래가 어느 정도 알려진 뒤인 지난해에도 해체 위기가 있을 정도로 우여곡절이 많았다. 활동 초반에는 소속사가 있었지만 이짜나언짜나만의 톡톡 튀는 음악 스타일은 쉽게 이해 받기 힘들었다.

두 사람은 “저희 음악이 정확한 선례나 검증된 공식이 없으니까 투자할 이유가 없는 거다. 왜냐하면 엔터도 사업이고 비즈니스고 롤모델이 있어야 성공 사례처럼 갈 수 있는 건데 저희 같은 팀은 사실 도전이기 때문에 큰 비용 투자를 못하는 것”이라며 “그러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내부에서 좋은 평가가 있었어도 마지막 발매 전에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이렇게 된 것”이라고 과거를 떠올렸다.

당시 소속사는 코로나가 겹치면서 공연 위주였던 이짜나언짜나가 힘들어지자 서로 합의 하에 각자의 갈길을 가기로 결정했다. 박원찬은 “그다음에는 ‘이제 우리끼리 해보자’ 하면서 더 저희 색깔 많이 내다보니까 오히려 전화위복으로 잘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찬 또한 “시도를 한 번이라도 더 해볼 수 있었던 차이였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원찬은 “제가 집에 보탬이 돼야 되는데 그럴 수 없는 수준의 벌이를 하다 보니까 가족들도 섭섭한 소리를 많이 했다. 특히 누나가 부모님까지 챙길 정도로 돈을 벌었어야 했어서 섭섭한 소리를 많이 했다”고 힘들었던 순간을 떠올렸다. 2020년 코로나19 재난지원금까지 받았을 정도로 여건이 안 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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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가장 힘들었던 시기로 지난해를 꼽았다. 수년간 챌린지를 통해 나름 히트곡을 낸 것 같지만 수익은 그렇지 않았던 것. 이찬은 “2022년에 벌어놓은 걸 지난해에 까먹는 구조였다. 수입이 안 좋았다”고 설명했다.

박원찬은 “지난해 연말에 이찬에게 울면서 못하겠다고 했었다. 직장인으로 살아야 주변 사람이 행복할 것 같다고 얘기를 했다. 그런데 이찬이 ‘마지막으로 진짜 제대로 해보자. 우리가 최선을 다한 적 있냐. 후회 없을 때까지 한번만 해보자’ 해서 만든 게 ‘Onion하세요’였다”며 위기의 순간을 극복하고 지금까지 오게 된 극적인 순간을 되돌아봤다. 이찬 또한 “지난해엔 정말 많이 싸웠고 처음으로 ‘여기까지만 할 수 있는 팀인가’ 생각 때문에 너무 슬펐다”고 덧붙였다.

‘Onion하세요’는 그만큼 이짜나언짜나에게 큰 변화를 안겨줬다. 박원찬은 “원래는 저희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를 계속 염두에 두고 살았다. 그런데 ‘Onion하세요’ 이후로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평생 할 수 있을까’로 생각이 바꼈다”고 강조했다.

독특한 캐릭터와 달리 두 사람은 모두 명문대학 출신이다. 이찬은 미국 명문 버클리 음악대학을 휴학한 상태고, 박원찬은 연세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두 사람은 중학교 시절 교회에서 만난 사이.

고등학교 재학 당시 부모님에게 음악을 하겠다고 말했다는 이찬은 “부모님이 그렇게 반대를 하진 않았다. 인문계를 가는 대신 음악과 병행해서 공부를 하라고 하셨다. 나름 되게 열심히 했고 빠르게 성장했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이후 국민대에 진학한 이찬은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갔고 뜻밖에 버클리 음대에 합격했다. 당시 힙합 동아리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이찬은 2009년 한국에서 대학가요제에 도전했지만 탈락을 맛봤다.

이찬은 “그때 원찬이랑 같이 음악을 어떻게 할지 고민했다. 그래서 그냥 힙합 가사를 하지 말고 우리 주위에 있을 법한 일로 음악 작업을 하려는데 마침 옆방에 엄마가 있었다. 그래서 ‘마마보이’라는 노래가 나오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때 가장 음악 스타일이 급격하게 바꼈던 것 같다. 1차 변화는 대학 가요제, 2차 변화는 틱톡이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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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과 달리 박원찬의 꿈은 아버지를 따라 엔지니어가 되는 것이었다. 그는 “제가 음악을 좋아하는 걸 이찬이 계속 꺼내줬다. 원래 무대에 절대 안 서는 사람인데 ‘무대에 같이 서보자’ 하고 계속 재밌는 걸 같이 했다. 그러다보니 수학 문제 푸는 걸로는 도파민이 안 채워지더라. 그때부터 계속 음악이 생각나고 대학교 가서도 힙합 동아리에 들어갔다”고 음악에 빠지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그러나 가정 형편이 어려워졌던 박원찬은 군대를 다녀왔고 이찬마저 전역을 한 뒤 두 사람은 다시 뭉치게 됐다. 당초 음악 활동에 반대가 심했던 박원찬의 부모님도 아들이 작사한 ‘Onion하세요’가 대박이 나자 ‘재능이 있을 수도 있겠다’며 인정하고 있다고. 박원찬은 “반대가 엄청 심했다. 제가 몸치인 것도 아셨으니까 애초에 가수가 안 되는 애라고 하셨다”며 “지난해까지도 반대를 하셨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제가 작사한 걸로 터졌으니 지금은 열심히 해보라며 칭찬해 주시는 느낌”이라고 뿌듯해 했다.

숱한 우여곡절을 거치며 지금은 가요신에 긴장감을 주는 듀오로 성장한 이짜나언짜나. 최근엔 각종 유튜브 채널은 물론이고 SBS ‘런닝맨’ 등 방송에도 얼굴을 비추며 활동 영역을 점차 확대해가고 있다. 이찬은 “‘런닝맨’에서 유재석 선배님을 만났는데 저희가 말을 술술 하게 잘 도와주셨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나가면 저희가 레전드 찍을 수 있지 않을까. 저희 서사가 얼마나 재미있나. 흩뿌려져 있는 서사가 ‘유퀴즈’에 나가면 정리될 것 같다”고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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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코의 아티스트’에도 출연 의지를 드러냈다. 이찬은 “KBS 심야 음악 프로그램에 꼭 나가고 싶다. 거기에 나가면 밴드 포맷으로 많이 하지 않나. 요즘 저희가 저희 노래를 밴드 세팅으로 많이 시도해보고 있다”며 의지를 다졌다.

끝으로 이짜나언짜나가 대중에게 어떤 팀으로 남길 바라냐는 질문에 박원찬은 “청춘은 너무 멋있는 단어 같고 저희가 어릴 때 놀던 그 감성 그대로의 동심을 최대한 작업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그는 “우리가 철들었다고 생각해서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고 진지해지기 시작할 때를 저희가 제일 경계한다”며 “어렸을 때 생각 없이 놀던 그때의 감정을 최대한 전달하고 싶다. 그때의 감정을 최대한 음악에 녹이고 최대한 잘 구현한 팀이었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전했다.

이찬 또한 동심에 공감하며 “굳이 따지자면 공연했을 때 생각나는 아티스트 ‘넘버 원’이 되고 싶다”고 이짜나언짜나만의 다부진 최종 목표를 밝혔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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