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04 (수)

뉴진스, 푸른 산호초, 일본, 어도어… 편취된 정보와 안 보려 하는 진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지난달 27일 어도어는 ‘일(日) 도쿄돔 일대는 지금 ‘뉴진스 세상’’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스포니치, 스포츠 호치, 산케이 스포츠, 데일리 스포츠, 도쿄 주니치 스포츠 등 현지 언론이 뉴진스 특별판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세계일보

뉴진스의 하니가 지난 6월 26일 일본 도쿄돔에서 ‘푸른 산호초’를 부르고 있다. 어도어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앞서 지난달 26일과 27일 뉴진스는 도쿄돔에서 팬미팅 ‘버니즈 캠프 2024 도쿄돔(Bunnies Camp 2024 Tokyo Dome)’을 개최했다. 어도어는 팬미팅과 관련해 일본 매체들이 뉴진스를 1면에 다뤘다고 홍보한 것이다.

또한 어도어는 뉴진스의 일본 데뷔 앨범 ‘슈퍼내추럴(Supernatural)’이 지난달 21일 발매일과 다음날(22일) 오리콘 일간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 매체들과 뉴진스 멤버 하니가 도쿄돔에서 부른 마츠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가 “일본 열도를 열광시켰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으며, 팬들은 이러한 내용을 확산시켰다.

어도어의 홍보, 언론의 보도, 팬들의 재확산 등을 거치면서 ‘슈퍼내추럴’은 일본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었으며, 뉴진스 자체도 일본인들로부터 열렬한 사랑을 받은 것처럼 알려졌다. 과연 그런 것일까.

세계일보

사진=어도어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슈퍼내추럴’, 일본 뜨겁게 했을까

19일 대중가요계에 따르면 뉴진스의 일본 데뷔가 일부 언론의 보도와 팬들의 환호처럼 ‘대성공’을 거뒀다고 보기는 어렵다.

뉴진스의 데뷔 싱글 초동(발매 첫주 음반 판매량)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오리콘 주간 싱글 랭킹에 따르면 ‘슈퍼내추럴’은 4위로 첫 진입했다. 판매량은 3만8187장.

세계일보

오리콘차트 주간 싱글 랭킹 7월 2주차. 보이넥스트도어의 일본 데뷔 싱글 ‘앤드,(AND,)’가 2위를 기록했다. 추정 음반 판매량은 18만6871장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3월 일본 데뷔 앨범을 낸 제로베이스원은 발매 첫날 18만7694장을 판매했다. 7년 전 트와이스 일본 데뷔 싱글 초동이 10만장을 넘겼으며, 5년 전 아이즈원은 22만장, 작년 르세라핌은 22만을 넘게 판매했다.

피지컬(실물) 음반 판매량이 현지 팬덤 규모를 짐작할 수 있는 수치란 점을 감안하면, 뉴진스가 제로베이스원이나 트와이스, 아이즈원, 르세라핌보다 피지컬 음반 판매량으로 확인한 팬덤 규모가 크다고 할 수 있을까.

세계일보

사진=어도어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더욱이 오리콘 주간 싱글 랭킹에 따르면 ‘슈퍼내추럴’은 최고 기록 4위(6월3주 차)에서, 4위(6월4주 차), 11위(7월1주 차), 그리고 현재 13위(7월2주 차)로 점차 순위가 떨어지고 있다.

다만 ‘수퍼내추럴’이 최근 일본레코드협회로부터 골드 인증을 받기는 했다.

일본레코드협회는 매월 음반 누적 출하량을 기준으로 10만 장 이상은 골드, 25만 장 이상은 플래티넘, 50만 장 이상은 더블 플래티넘 등으로 인증을 부여한다.

세계일보

오리콘차트 주간 싱글 랭킹 6월 3주차. 뉴진스의 일본 데뷔 앨범 ‘슈퍼내추럴’이 4위를 기록했다. 추정 음반 판매량은 3만8187장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세계일보

오리콘차트 주간 싱글 랭킹 7월 2주차. 뉴진스의 일본 데뷔 앨범 ‘슈퍼내추럴’이 13위로 순위가 떨어졌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데뷔 싱글이 10만장 판매됐다는 것은 고무적인 기록이다.

하지만 보이넥스트도어가 지난 10일 발표한 일본 데뷔 싱글 ‘앤드,(AND,)’의 초동이 18만6871장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일본 열도를 뜨겁게 했다”고 하기에는 부족해 보이는 수치다.

일본에서 앨범 판매량이 생각보다 저조하다보니 어도어는 국내 판매량이나 빌보드 순위를 대신 강조하고 있다.

어도어는 지난 11일 ‘뉴진스 ‘슈퍼내추럴’도 100만장 돌파…5연속 밀리언셀러 달성’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놨다. 제목만 보면 ‘슈퍼내추럴’이 일본에서 100만장 판매된 것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써클차트 6월 앨범 차트 기준 총 102만 1730장(일반반·위버스반 합산)으로 집계됐다는 것으로, 한국에서 100만장 넘게 판매됐다는 내용이다.

세계일보

사진=어도어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어 지난 17일에는 ‘뉴진스 ‘슈퍼내추럴’, 한·일(韓·日) 이어 미(美) 빌보드 차트서도 상승세’란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에서도 인기가 있다고 홍보했다. 어도어는 빌보드 발표를 인용했으며, 멜론·써클지수 등 국내 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얻고 있다고 했다.

여기서 이상한 점은 일본 성적이다. 11일과 17일 보도자료 모두에서 일본 성적을 언급하지 않았다. ‘슈퍼내추럴’이 일본 데뷔 앨범이며, “일본 음방 활동을 위해서 일본 음반(J팝)으로 냈다”고 해명할 정도로 일본 시장에 공을 들여왔던 것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없는 행보다.

세계일보

사진=어도어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일본보다 한국서 더 인기 얻은 ‘푸른 산호초’

지난달 열린 뉴진스 팬미팅에서 하니가 부른 ‘푸른 산호초’가 국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국내 언론은 하나같이 “하니가 40년 전 일본을 떠올리게 한다”며 일본 열도가 하니의 푸른 산호초에 열광했다고 극찬을 쏟아냈다.

푸른 산호초는 일본에서 ‘영원한 아이돌’로 불리는 마츠다 세이코가 1980년 발표한 노래다. ‘버블경제’가 붕괴하기 전 일본의 풍요로웠던 시절을 환기하는 명곡으로 꼽힌다.

하니는 마츠다 세이코를 연상케 하는 단발머리 가발에 파란색 스트라이프 무늬의 티셔츠 차림으로 이 노래를 불렀다. 그의 이런 모습을 일본은 열광했고, 인터넷에서도 그 반응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과연 그런 것일까. 우선 ‘푸른 산호초’라는 단어는 일본에서 X(구 트위터) 실시간 인기 트렌드에 올라간 것은 맞다. 하지만 이는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세계일보

일본에서 활동 중인 유튜버 박가네가 뉴진스가 1면을 장식했다는 현지 신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가네에 따르면 뉴진스가 나온 1면은 특별판으로, 실제로 판매되는 전국판에서는 다른 내용이 1면을 차지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 활동 중인 구독자 54만5000여명 유튜버 박가네는 지난 7일 라이브 방송으로 뉴진스의 인기에 대해 다뤘으며, 이에 따르면 뉴진스는 일본에서 화제가 되지 않았다.

박가네는 “딸이 자살하는 등 마츠다 세이코는 가정사 때문에 주류 언론에서 다루기 힘든 부분이 있다”며 “하니의 푸른 산호초 영상도 불법 촬영물로, 일본 특성상 저작권법이 강해서 일본에서 촬영한 것이 아닌 한국 사람이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하니의 푸른 산호초는 유튜브 급상승 트렌드에도 포함되지 않았다”며 “(일본) 뉴스에 나오기는 했지만, (유튜브 영상) 조회수는 일본 사람이 올린 것이 아니라 대부분 한국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하니의 푸른 산호초 영상은 버니즈동물병원 등 한국인이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알려졌다. 영상 댓글도 대부분 한국 사람들이다.

세계일보

사진=어도어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푸른 산호초 인기도 일본보다 한국이 더욱 뜨겁다.

음원 사이트 멜론에 따르면 푸른 산호초는 지난 6일 149위를 기록했다. 지난달 27일 828위였던 이 곡은 이틀 만에 일간 253위까지 순위가 급등한 데 이어 꾸준히 상승세를 보인 끝에 100위권까지 진입한 것이다.

노래방에서도 인기가 급상승 중이다. 금영노래방은 지난 16일 푸른 산호초가 노래방 일본곡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세계일보

어도어가 뉴진스 팬미팅 당시 현지 매체가 1면으로 다뤘다며 소개한 신문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뉴진스 일본 인기, 어느 정도일까

뉴진스의 일본 인기에 대해 업계 관계자, 평론가,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튜버 등은 모두 한목소리로 말한다. “뉴진가 일본에서 인기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그러면서 언론에서 보도되거나 팬들이 주장하는 ‘일본 열도를 뒤흔드는 정도’의 인기는 아니라고도 말한다.

어도어는 앞서 일본 현지 언론에서 뉴진스를 1면에서 다뤘다며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처럼 홍보했지만, 이 또한 일본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면 특별한 것이 아니다.

박가네에 따르면 가수의 팬미팅이나 콘서트가 열리면 공연장 앞에 현지 언론사들은 가수에 대한 특별판을 제작해 판매한다. 팬들에게 판매하기 위한 일종의 굿즈인 것이다.

팬들 또한 굿즈로 취급해 가수가 나온 신문을 모두 모아 중고장터 등에 판매하기도 한다.

세계일보

사진=어도어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뉴진스를 다룬 신문도 이와 마찬가지다. 뉴진스를 1면에 다뤘다는 산케이 스포츠 등은 전국판에서 뉴진스가 아닌 다른 내용으로 1면을 채웠다.

더불어 푸른 산호초에 대해서도 한 대중문화 평론가는 “‘푸른 산호초’가 불린 시기는 1980년대로, 지금의 50∼60대가 청취 연령층”이라며 “반면 뉴진스의 팬덤은 10대에서 30대로, ‘일본 버블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는 등은 팬덤 연령층을 생각하면 맞지 않다”고 밝혔다.

대중가요 업계 관계자는 “이번 뉴진스의 일본 앨범 및 활동은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과 다른 해외 시장을 동시에 노린 전략”이라며 “그러다보니 한국을 비롯해 미국 등에서 어느 정도 성과는 나오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동시에 다른 K팝 가수에 비해 일본 성적이 좋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에 대해 어도어는 “뉴진스의 일본 공연은 유례없는 짧은 기간에 도쿄돔을, 그것도 팬미팅으로 매진시킨 것으로 대성공이 입증된다”며 “일본 활동 곡으로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로 인지도와 판매량을 기록한 경우는 매우 드물며, 푸른 산호초 역시 일본 내에서 큰 인기를 얻어 공중파 방송과 도쿄 이외 지역에서 추가 공연 문의 요청이 쇄도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뉴진스는 일본에서 기존 K팝 팬덤뿐 아니라 새로운 팬층의 관심과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며 유명인들의 콜라보 제안을 받는 등 더 큰 성장이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