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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6 (금)

요즘 만들어지는 'TV 예능'은 왜 성공하기 힘들까?[서병기 연예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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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요즘 만들어지는 TV 예능은 성공하기 힘들다. 대박은커녕 중박도 어렵다. 최근 1~2년 사이에 론칭해 제대로 성공한 TV 예능은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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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도 '나혼자 산다'에서 PD와 기안84가 오랜 기간 프리뷰를 하며 쌓아가는 시간을 가진 후에야 탄생된 독립제품이다. 그렇게 해서 기안84는 'MBC 구세주'가 됐다.

심지어 김태호 PD가 연출하는 'My name is 가브리엘'도 시청률이 1%대를 유지하다 지난 19일 0.9%로 떨어졌다. 상황이 이러하니 지상파와 케이블 채널, 즉 사용자의 간섭과 참여가 없다는 소위 리니어 미디어(Linear Media)들은 가뜩이나 돈도 없는데, 제작비를 많이 들이거나 새로운 실험을 하기가 어렵다.

지상파에서 엄청난 능력을 발휘했던 PD들도 퇴사하고 자체 제작사인 스튜디오를 차리고 난 후에는 새로운 도전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는 능력부재라기 보다는 상황적 장애가 더 크게 작용한다.

김태호 PD는 '놀면 뭐하니'를 가지고 나왔으면 일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었겠지만 마음이 약해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무한도전' 세계관속에서 작은 실험들을 해나가고 있다. 나영석 PD는 '서진이네'나 '지구오락실' 등으로 과거 했던 프로그램의 시즌을 늘려가고 있다.

그래서 나영석 PD 예능을 '사골 예능'이라 하기도 하지만 나쁜 표현이 아니다. 그래도 시청률이 잘나오는 건 이유가 있다. '지구오락실'은 '신서유기'를 차용했지만, 플레이어와 제작진(나영석)간의 전복이 일어나 보는 재미를 강화했다.

아이슬란드에서 서진뚝배기집을 차린 '서진이네2'는 신입 인턴 고민시의 고생이 프로그램을 살렸다. 고민시는 화장실을 가지 않기 위해 물을 먹지 않는 고충을 지니고서도, 얼굴에는 자발적 미소와 유쾌함이 가득함으로써 프로그램의 긍정성은 잘 유지되고 있다. 나영석 PD의 시즌제는 디테일이 있다는 얘기다.

이러니 리니어 미디어들의 예능 간판 프로그램들은 거의 '올드 예능'이다. '미우새' '나혼자 산다' '전참시' '복면가왕' '런닝맨' '1박2일' '아는 형님' '유퀴즈' 등이다. 이중에는 10년을 넘긴 예능도 있다.

10년째 방송중인 '복면가왕'은 없앨 수도 없다. 아직 시청률이 3~5%대를 유지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복면가왕'은 한국 포맷이 동양보다 서양에서 더 크게 히트한 최초의 사례다. 미국과 호주, 독일 등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MBC 포맷을 구입한 미국 지상파인 폭스TV의 '더 마스크드 싱어'가 올해 11번째 시즌을 이어나가고 있다. '리메이크'가 한창 히트하고 있는데 '원본'을 종영시키기는 어렵다.

그나마 중박 정도의 성취를 안겨주며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예능들은 몇가지 특징이 있다. 일단 전문가들을 모셔오는 거다. 기본 시청률 3% 이상은 보장한다. '한블리'(한문철), '김창옥쇼'(김창옥) '벌거벗은 세계사'(역사학 교수들)와 백종원, 오은영, 강형욱 등을 섭외하고, 그를 중심으로 강의해나가거나 솔루션을 진행한다. 이 사람들중 몇몇은 이제 '팬덤'이 형성돼 있다. 최근 시작한 '심장을 울려라 강연자들'도 그 연장선이다. 실제 야구선수들이 나와 대결을 펼치는 예능 '최강야구'는 특수예능이다.

그러니까 제작진은 '안전판'을 마련하게 된다. 그것이 중박 프로그램의 2번째 특징이 됐다. VCR을 보고 예능인들이 멘트를 하는 프로그램들이 많아진 것이다. 예능인들은 "오늘도 털어야 한다"고 한다. '연프'(연애 프로그램)도 이런 형식이다. 순수 예능인들끼리 떠들고 노는 버라이어티 예능은 갈수록 입지가 좁아진다.

리니어 미디어에서 예능을 제작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힘들게 된 것은 제작비 위축과 2030의 이탈이 더 큰 이유다. 그런데도 아직 광고 집행을 20~49를 지표로 삼고 있다. 차라리 30~59세로 연령대를 높여야 할 것 같다.

과거에는 드라마(오후 10시)와 예능(11시)로 영역 구분이 확실했지만, 이제는 서로 더 좋은 편성시간대를 찾다 드라마와 예능 경계도 무너졌다. 드라마와 예능이 경쟁하면 예능은 불리하다. 드라마는 한번 불붙으면 단발성 예능 쪽으로 채널을 돌리지 않는다. 갈수록 예능은 갈 시간대가 없어진다.

웃음에 대한 요구가 많아지고 강해진다. 도파민 분출 유무가 중요하다고 한다. 게다가 접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많아졌다. 유튜브 콘텐츠는 리니어 미디어의 강력한 경쟁자다. 유튜브와 숏폼은 지상파로부터 광고수익, 시청자, 음악 소비까지도 뺏어간 무서운 라이벌이다.

젊은 시청자들은 자신이 보고싶은 것만 본다. 좋아하는 것, 궁금한 것, 결과만 보고 싶다. 그 외의 것은 스킵하는 게 젊은 시청자들의 습성이다. MZ세대들은 갈수록 사용자의 참여가 가능한 '논 리니어 미디어'(Non-Linear Media)적 특성을 강화할 것이다.

TV 예능, 리니어 예능은 계속 틀어놓고 봐주기를 원하는 프로그램이라 젊은 층에 어필하기 힘들다. 하지만 여전히 지상파와 케이블을 보는 사람도 꽤 있다.

'논 리니어 미디어'에 제공하는 예능 콘텐츠라고 마냥 유리하지만은 않다. 2016년 한국에 진출한 넷플릭스가 초반 '범인은 바로 너' 같은 예능을 제작할 때에는 한국사정을 잘 몰라 풍요로운 제작비 지출 정책을 썼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얼마전 JTBC는 희망퇴직으로 80여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났고, SBS도 비상경영체제다. KBS는 수신료를 인상하지 못해 재정이 어려움에 처해있다. MBC도 제작비 마련이 쉽지 않다.

이렇듯 리니어 미디어들은 대부분이 경영위기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에서 기회를 만들어볼 수도 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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