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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화)

강민호는 도망친 적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아직도 강민호의 시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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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KBO는 강민호(39·삼성)가 7월 월간 최우수선수(MVP) 수상자로 결정됐다고 9일 밝혔다. 9일 광주 KIA전에 앞서 만난 강민호는 “수상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웃었다. 구단 7월 MVP는 받았기에 그게 끝인 줄 알았다고 했다.

‘회춘’이라는 단어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강민호는 7월 20경기에서 타율 0.408, 11홈런, 26타점, 장타율 0.868이라는 미친 성적을 거뒀다. 기자단 투표 25표 중 14표, 그리고 팬들로부터 12만5997표를 얻어 총점 40.24점으로 2위 김도영(KIA·37.56점)을 아슬아슬하게 제쳤다. 20년이 넘는 프로 경력에서 월간 MVP를 수상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강민호는 “김도영이 리그를 씹어 먹는다시피 시즌을 보내고 있어서 솔직히 구단 월간으로 만족하고 있었다”면서 “김도영 선수와 월간이라도 이렇게 경쟁 후보로 있다는 것 자체가 개인적으로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이번 달만이라도 저 젊은 친구와 경쟁하다는 것에 대해서도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다. 김도영 선수를 이길 수 없다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굉장히 겸손한 발언이다. 마흔의 나이다. 게다가 체력 소모가 큰 포수다. 그런 선수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월에 이런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건 변치 않는 클래스를 증명한다. 올해 전체 성적을 봐도 마찬가지다. 강민호는 8일까지 시즌 106경기에 나가 타율 0.311, 15홈런, 62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81로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다.

6월까지는 공이 잘 뜨지 않아 걱정을 모으기도 했다. 강민호도 “전반기에 뜬공이 많이 안 나왔다. 자연스럽게 치는 데 왜 자꾸 땅볼이 나오는지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7월은 양상이 완전 달라졌다. 강민호도 스스로 잘 설명하기 어렵다고 머리를 긁적였다. 20년 이상 프로에서 뛰어도, 참 알다가도 모를 게 야구다.
강민호는 “나도 신기할 만큼 다른 게 없었다. 타격 폼을 바꿨거나 뭐라도 바꿨다면 말씀드리겠는데 변화된 것이 없었다”면서 “5월에 경기를 많이 못 뛰면서 그래도 나한테 언제 한번 기회가 오지 않을까,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준비에 최선을 다하고 있자고 했었는데 좋은 물때가 맞아서 나도 모르는 내 이상의 실력이 나온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타구 속도는 유지되고 있었으니 어느 순간 공이 뜨면서 홈런 개수가 급증했다는 게 강민호의 설명이다.

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듯한 느낌이다. 2022년 타율 0.258, 13홈런을 기록할 때까지만 해도 이제 리그를 대표하는 공격형 포수 강민호의 시대는 서서히 끝자락이 보인다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2023년 125경기에서 타율 0.290, 16홈런, 77타점으로 반등했고 올해는 작년 이상의 성적을 기대할 만한 페이스다. 그런 원동력에 대해 강민호는 “도망가지 않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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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롯데 시절에도, 삼성 시절에도 항상 꾸준했던 건 아니었다. 20년의 누적된 시간 속에서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안 좋은 시기도 있었다. 강민호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한 시즌을 보내면서 자기가 준비했던 것만큼 안 나오는 시즌도 있고, 자기가 준비했던 것 이상으로 나오는 시즌도 있다”면서 “20년을 뛰면서 그래도 나에게 잘했다고 생각하는 건 그 힘든 순간을 피하려고 하지 않았던 게 지금까지 내 커리어가 쌓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돌아봤다.

부진하면 부진한 대로, 잘하면 잘하는 대로 뛰었다. 뒤로 숨지 않았다. 비판은 달게 받았고, 환호는 고맙게 받았다. 그 과정에서 깨닫고 얻은 게 많다. 강민호는 “아무래도 사람인지라 안 됐을 때는 좀 숨고 싶고, 도망가고 싶고 피하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그럴 때일수록 그냥 피하지 않았다. 안 좋을 때는 좋을 때가 오겠지라는 생각만 가지고 계속 꾸준하게 하다보니 이렇게 반전이 있는 시즌도 있는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말은 쉽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일이다.

강민호는 이미 2000경기 이상을 뛰었고, 2000안타도 쳤고, 300홈런도 달성했고, 1000타점도 기록했다. 훗날 KBO리그에 명예의 전당이 생긴다면 첫 턴에 들어갈 만한 누적 기록을 쌓았다. KBO리그 역사에 남을 만한 포수다. 강민호는 내년으로 개인 세 번째 FA 계약이 끝난다. 네 번째도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후배들에게 나이 마흔이 넘어서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포수로 2500경기 출전 또한 강민호의 마지막 목표다. ‘좋을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잘 아는 강민호는 그 대업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갈 수 있는 적임자다. 우리는 아직 ,여전히 강민호의 시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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