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슈가의 CCTV 영상 [TV조선 보도 화면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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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면허 취소 수준 상태에서의 전동 스쿠터 운전, 이어지는 석연치 않은 해명, 복무태만 신고까지….
방탄소년단(BTS) 멤버 중 처음으로 질타를 받을 만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슈가의 음주운전 사건이 발생 10일차가 돼서도 여전히 논란 중이다. 팬덤 아미(ARMY) 사이에서도 탈퇴를 요구하거나 근조 화한을 보내며 분열이 일고 있다. 가장 거대하고 견고한 팬덤을 구축해온 방탄소년단에겐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경찰에 따르면 슈가가 사고를 낸 건 지난 6일 오후 11시 10분경이다. 당시 슈가는 한남 오거리 인근 식당에서 술을 마신 뒤 개인 작업실로 이동해 술을 더 마신 뒤 전동 스쿠터를 타고 귀가하던 중 나인원한남 정문 앞에서 입구 안쪽으로 좌회전하는 과정에서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슈가가 탔던 전동 스쿠터는 폭 110㎝, 높이 108㎝에 무게 25㎏에 달했다.
당시 순찰 중이던 경찰 기동대원들은 슈가를 발견, 인근 파출소에 지원을 요청해 음주 측정을 한 결과, 슈가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0.08% 이상) 기준을 한참 웃도는 0.227%였다. 혈중 알코올 농도 수치는 0.2% 이상이면 가중처벌 대상이다. 슈가는 경찰 발견 당시 “맥주 한 잔을 마시고 잠깐 운전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슈가의 전동 스쿠터 음주운전 파문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사건이 알려진 직후 하이브와 슈가 본인의 해명부터 석연치 않았다.
당시 소속사 빅히트 뮤직과 슈가는 “술을 마신 후 전동 킥보드를 타고 귀가했다”며 “음주 상태에선 전동 킥보드 이용이 불가하다는 점을 미처 인지하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경찰은 슈가가 운전한 원동기 장치는 일반적인 전동 킥보드를 뜻하는 개인형 이동 장치(PM)가 아닌, 전동 스쿠터라고 정정했다.
뿐만 아니라 소속사 측은 ”음주 측정한 결과 면허취소 처분과 범칙금이 부과됐다”며 “피해를 입으신 분 또는 파손된 시설은 없었지만 변명의 여지가 없는 제 책임이기에 모든 분께 머리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경찰에 따르면 당시 슈가는 만취 상태라 조사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귀가했다. 현재 소환 조사를 위해 일정 조율 중인 상태다.
소속사 측은 “사건 축소, 은폐 의도는 없었다”고 수습했으나, 대중의 마음은 돌아선 상태다. 음주운전 이후의 대응도 적절치 않았고, 결과적으로 사건을 성급하게 무마하려는 의도가 보였기 때문이다. “인명 피해와 파손 시설이 없었다”는 점을 굳이 언급하며 음주운전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듯한 입장 발표가 대중을 불편하게 한 것이다.
[방탄소년단(BTS) 슈가 인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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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팬덤이 요동치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투표를 독려하는 대형 계정인 BTS 독려연합은 최근 X(구 트위터)에 “응원하던 아티스트의 생각지도 못했던 장면과 무겁게 생각하지 않는 입장문을 보고 극심한 스트레스와 사고에 대한 트라우마가 겹쳐 지난 며칠 동안 마음 편히 지낼 수 없었다“며 “물론 오랜 팬심이 있었기에, 초반에는 부정하고 싶을 만큼 믿기지 않는 심정이었다. 점점 밝혀지는 진상으로 거짓말을 거듭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날수록 참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아무도 다치지 않아 다행인 것은 없다. 사고는 언제 일어날지 모르고 누가 당할지 모른다. 본인의 행동에 책임을 지기를 바란다”고 입장문을 올렸다.
슈가의 음주운전 사태는 복무태만 조사 민원으로도 확대됐다. 민원인 A씨는 “슈가가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 중인 ‘복무기관의 복무관리실태’와 ‘슈가의 복무실태’를 철저히 조사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이는 현재 서울지방병무청에 접수됐다.
과거 올라온 슈가의 ‘복무태만’ 의혹까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사회복무요원들이 사용 중인 ‘공익인간’ 어플엔 “슈가가 복무기본교육 당시 분임장(조장)을 맡았으나 수업에 제대로 임하지 않았다”며 “슈가 분임의 참여율은 최하위였다. 학기 초 가오잡는 어중간한 일진 느낌이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번 슈가 사태의 파장이 예사롭지 않은 것은 K-팝 사상 최고의 성취를 거둔 ‘유일무이’한 그룹 방탄소년단으로 함께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은 K-팝 가수 최초로 그래미 어워드 후보에 꾸준히 올랐고, K-팝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100’ 1위를 수차례 달성했다. 이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솔로가수 역시 방탄소년단 멤버인 지민과 정국 뿐이다. 앨범 차트 ‘빌보드 200’ 석권은 말할 것도 없다.
방탄소년단이 구축해온 이미지는 그간 세계 어느 음악 시장에서도 볼 수 없어 더 상징적이다. UN 무대에선 “나 자신을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해 동세대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백악관에 방문해 혐오와 차별에 대한 메시지를 전해왔다. 유례없이 건실한 모범생 그룹이자, 그 어떤 사건, 사고에 오르내린 적 없는 건강하고 긍정적인 아티스트였다. 슈가의 이번 음주운전 사태는 방탄소년단의 이미지와 세계적 신뢰도에 대한 흠집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팬덤의 균열 양상도 보이고 있다. 슈가의 탈퇴를 요구하는 팬덤의 목소리도 거센 상태다. 지난 13일에는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앞에 슈가의 범법 행위를 질타하고 탈퇴를 요구하는 문구가 쓰인 화환이 배달됐다. ‘무슨 근황을 사회면 뉴스로 알려주니’, ‘0.227 음주운전 자진해서 탈퇴해’, ‘민윤기 탈퇴해’, ‘음주 수치 커리어하이 민윤기’, ‘팬들한테 미안하지도 않냐’ 등의 내용이 주를 이뤘다.
지난 14일 X에선 탈퇴 촉구 트럭 시위 진행을 위한 모금을 진행, 이날 오후 10시 37분 게시물 게재 20분 만에 모금액을 달성해 트럭 시위를 진행할 것을 예고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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