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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피겨 선수→배우 변신' 임은수 "나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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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임은수 / 사진=어라운드 태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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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운동선수는 똑같은 루틴이 반복되는 삶을 살잖아요? 좀 더 다양한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배우라는 꿈도 꾸게 됐어요"

임은수는 '피겨 여왕' 김연아의 뒤를 이을 '포스트 연아'로 주목을 받았던 선수다. 2018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CS 아시아 피겨스케이팅 트로피에서 정상에 오르며, 한국 선수로는 김연아 이후 처음으로 ISU 공인 시니어 국제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에도 임은수는 2018-2019시즌 ISU 시니어 그랑프리 5차 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며 김연아에 이어 두 번째로 시니어 그랑프리 대회 포디움에 올랐다. 2019년 세계선수권에서는 총점 200점을 돌파하며 10위를 기록했는데, 총점 200점 돌파 역시 김연아 이후 처음이었다.

그런데 7년 동안 국가대표로 꾸준히 활약했던 임은수가 2021-2022시즌 이후에는 한동안 피겨 무대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사라진 임은수를 두고, 피겨 팬들 사이에서는 '임은수가 선수에서 은퇴하고 얼음 위를 떠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임은수는 얼음 위를 떠나지 않았다. 다만 지금은 피겨 선수가 아닌 배우다. 지난해 '지쇼(G-SHOW)'에서 '해나' 역을 맡아 연기 신고식을 치렀고, 지난 12일 개막한 뮤지컬 아이스쇼 '지쇼 : 더 루나(THE LUNA)'에서는 '윈터' 역을 맡아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16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투데이와 만난 임은수는 바쁜 공연 일정에도 밝은 얼굴이었다. 선수 시절 팬들의 환호에 힘을 얻었 듯, 지금은 관객들의 반응에 힘을 얻는 듯 했다. 임은수는 "연습 때가 더 힘든 것 같다. 오히려 공연에 들어가면 재밌게 잘하게 되는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피겨 선수와 배우는 무대에서 여러 요소들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감정을 전달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임은수 역시 피겨 선수로 활동할 때 뛰어난 표현력과 예술성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공통점을 제외한다면 피겨 스케이팅과 연기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임은수는 "피겨는 점프를 뛰어야 하고 해야 하는 요소들도 정해져 있다. 하지만 노래나 연기는 완전히 예술적인 분야이기 때문에 좀 더 나의 느낌대로,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이 다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임은수는 어떻게 배우에 도전하게 됐을까?

임은수는 "스케이트를 타는 것이 마냥 즐겁지 않은 순간이 있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늘 같았는데, 여러 걱정들이 커지면서 '내가 스케이트를 별로 좋아하지 않나?'라는 생각도 들었다"면서 "그래도 내가 보여 줄 수 있는 것을 좀 더 부담 없이 편안하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보다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도전의 계기가 됐다. 임은수는 "스케이트 선수를 평생 할 수는 없으니까 '선수 생활이 끝났을 때는 뭘 해야 될까, 뭘 잘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계속 해왔다"면서 "운동선수는 똑같은 루틴이 반복되는 삶을 산다. 좀 더 다양한 삶을 간접적으로 살아보고 싶다는 의미에서 처음 배우라는 꿈을 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모든 도전에는 어려움이 따르듯, 임은수의 도전에도 여러 시행착오가 뒤따랐다. 얼음 위를 누비는 것은 무엇보다 편안하고 익숙했지만, 노래는 첫 도전이었다. 선수 시절에는 혼자서 넓은 빙판을 누비며 프로그램을 소화했던 것과는 달리, 이제는 동료 배우, 조명, 미디어 아트에 맞춰 정확한 자리를 잡고 약속된 연기를 펼쳐야 했다. 임은수는 "스케이팅이 다른 배우들보다 훨씬 편안하기는 해도 노래가 편하지 않았다. 어두운 조명에서 내가 서야 할 위치에 자리 잡는 것도 어려웠다"고 돌아봤다.

임은수에게 힘이 된 것은 함께 '지쇼 : 더 루나'에 출연하는 동료 배우들이었다. 뮤지컬 아이스쇼인 '지쇼 : 더 루나'에는 임은수와 같은 피겨 선수 출신 배우들도 있었고, 연기자 출신 배우들도 있다. 같은 피겨 선수 출신 배우들과는 같은 어려움을 공유하며 위로를 얻었고, 연기자 출신 배우들에게는 서로 조언을 교환하며 응원했다.

임은수는 "이전에 잘 알고 있던 스케이터들도 있고, 몰랐던 스케이터들도 꽤 많았다. 이번 기회를 통해 굉장히 친해졌다"며 "또 배우들과도 어려운 것을 서로 물어본다. 배우들은 스케이팅이 쉽지 않은데, 나도 도움을 주려고 하고 배우들도 내가 어려운 점을 도와준다. 그러다 보니 서로 다 친하게 잘 지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은수는 또 "선수 때는 모든 경기가 긴장되고 걱정이 컸다. 하지만 공연을 할 때는 하나도 긴장이 안 돼서 신기하다. 관객들과 소통에서도 부담이 없고, 마음의 무게가 훨씬 가벼운 것 같다"면서 "피겨는 혼자서 이겨 내야 하고 링크에 혼자 남겨진다는 부담이 컸다. 지금은 다 같이 만들어 가는 공연이다 보니 다른 배우들이 도와줄 수도 있다. 같이 하는 무대다 보니 서로 의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쇼 : 더 루나'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지쇼 : 더 루나'는 기후 변화로 극심한 여름과 겨울만 남아있는 지구를 배경으로, '신비의 섬' 루나 아일랜드와 '생명의 나무' 노르말리스를 지키려는 모험을 그렸다. 일렉트로닉 팝 등 다채로운 구성의 뮤지컬 넘버 14곡과 빙상과 무대 세트, 조명, 영상 등으로 구성한 무대가 관객들을 맞이한다. 임은수는 "무대가 예뻐서 보실 때 몰입하시기 좋을 것 같다. 또 노래도 하고, 연기도 하면서, 스케이팅도 하는 극 자체가 우리나라에 없기 때문에 볼거리가 많고 새로운 공연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은수가 맡은 배역 '윈터'는 제 9대 루나이자, 루나아일랜드 소유주인 아틀라스의 딸이다. 임은수는 "이름처럼 차갑고 자기 속마음을 다 이야기하기 보다는 속으로 참는 캐릭터다. 그렇지만 성숙하게 자신이 가야 하는 옳은 방향을 잘 선택해 나아간다"면서 "나도 힘든 것이나 어려움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기 보다는 참고 해결하려는 성격이라 여러 부분에서 나와 비슷한 부분이 있는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앞으로 더 매력적인 '윈터'를 보여주겠다는 다짐도 전했다. 임은수는 "지금까지는 준비한 것을 잘했다고 생각해서 7점을 주고 싶다"며 "앞으로 공연이 많이 남은 만큼 남은 3점을 조금씩 채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지쇼 : 더 루나'는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아직 학생인 임은수는 공연이 끝나면 대학교를 다니며 더 많은 길을 찾을 생각이다. 임은수는 "배우의 꿈을 꾸고 있지만, 안무가로서도 열심히 하고 있다. 또 코칭도 하고 있다"며 "나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 안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피겨 선수 임은수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도 전했다. 임은수는 "솔직히 앞으로 선수로 계속 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해왔고 응원해 주시는 팬들도 많은데 갑자기 휙 사라지기 보다는 나 스스로도 마무리다운 마무리를 하고 싶다"며 "팬들 앞에서 공연을 한 번 하고 마무리 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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