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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네일 부상에 꽃감독의 고개가 푹 꺾였다…'ML 36승'우승 청부사, 빨리 각성해야 할 이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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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창원, 조형래 기자] 몇번의 껄떡고개를 넘어섰는지 모른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끝내 모두 넘어섰고 기나긴 행군의 끝에는 달콤하고 행복한 성취만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최후의 거대한 산이 남아 있었다. 이제 이 산을 반드시 넘어서야 하고, 그 역할을 마지막 바통을 이어받은 얼굴이 해내야 한다.

KIA는 지난 24일 창원 NC전을 2-0으로 승리했다. 6연승이 끊기면서 4-17의 대패를 당했지만 하루 만에 회복해서 연승 채비를 마쳤다. 그런데 승리에도 마냥 웃지 못했다. 아니, 웃을 수가 없었다. 승리에도 초상집에 가까운 침울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선수 한 명에 좌지우지 되는 팀은 아니지만, 그 선수의 영향력을 감안하면 당연한 반응이자 분위기였다. 올 시즌 선발진이 초토화에 가깝게 부상에 허덕였지만 이를 버티게 해준 외국인 에이스 제임스 네일이 불의의 부상을 당했다. 24일 경기, 5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6회를 맞이했다. 그런데 6회 선두타자 맷 데이비슨을 상대하다가 그가 친 타구에 안면을 직격 당했다. 부위는 턱 쪽이었다. 네일은 타구를 맞자마자 고통에 신음하며 곧장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트레이너와 투수코치가 살필 새도 없이 스스로 심각한 상태임을 직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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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 상황이었다. 네일은 곧장 인근에서 응급의료센터를 갖춘 창원삼성병원으로 이동해 검진을 받았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치아 쪽에는 당장 타격이 없다는 것. 그럼에도 검진 예후가 좋지 않다. 신중하게 판단할 예정이지만 구단은 “상황이 좋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악물고 던지는 투수들에게 턱 관절의 부상은 치명적이다. 치아에 이상이 없다고 하더라도 부상 부위가 언제 아물지도 알 수가 없는 상황. 시즌 아웃 소견이 나와도 그리 놀랍지 않은 상황이다.

이범호 감독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근근이 꾸려온 선발진에 고민을 안게 됐다. 올해 KIA가 선두를 질주하고 있지만 선발진이 구상한대로, 원하는대로 꾸려진 시기가 손에 꼽을 정도다. 좌완 영건이자 10승 보증수표가 된 이의리가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더니 결국 팔꿈치 수술을 받으며 시즌 아웃됐다. 지난해 신인왕 윤영철 역시 허리 통증으로 올해 복귀가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총액 100만 달러, 보장액 80만 달러로 야심차게 영입한 윌 크로우 역시 우려했던 부상 리스크가 시즌 중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방출했다. 크로우의 일시 대체 선수격으로 영입된 캠 알드레드가 있지만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크로우와 함께 짐을 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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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내내 선발진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았지만 버텨나갔다. 하지만 이번 네일의 부상의 충격파는 차원이 다르다. 24경기 남은 시점에서 1위 굳히기와 한국시리즈 준비까지 동시에 해야 하는 상황인데 시즌 내내 에이스 역할을 했던 네일이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

그렇기 때문에 ‘우승 청부사’로 영입된 빅리그 36승 경력의 에릭 라우어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라우어는 현재 3경기 1승1패 평균자책점 6.08의 성적에 그치고 있다. 지난 23일 NC전 5이닝 5피안타 1볼넷 1사구 6탈삼진 4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151km까지 나오는 구위는 괜찮다. 하지만 패스트볼과 커터 위주의 단순한 조합으로 타순이 한바퀴 돌면 얻어 맞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범호 감독은 기다리겠다는 입장이지만, 이제 조금 더 빨리 각성하고 적응을 해야 할 이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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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호 감독은 “라우어가 우리팀에 온지 2주 정도 밖에 안됐다. 캠프를 우리와 함께 한 것도 아니다. 적응 기간이 충분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잘해줘야 할 경기가 많다”라면서 “지금 구위는 괜찮다. 하지만 커맨드나 피칭 디자인을 달리하면 마지막까지 좋은 피칭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분석팀과 얘기를 하면서 한국 타자들에게 어떤 게 가장 좋은 구종인지 확인하고 가장 잘 던질 수 있는 확률 높은 피칭을 연구할 것이고 준비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미국에서는 헛스윙이 되어야 할 공들이 우리 타자들을 상대로는 커트가 되니까, 조금 더 강하게 던지려고 하다가 공이 몰리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 지금은 그런 단계다. 최대한 좋은 피칭을 할 수 있게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우리의 최선이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포수들과 볼배합 호흡에 대해서도 “지금 3경기 정도를 봤는데 타순이 한바퀴 돌가 난 뒤 똑같은 패턴으로 들어가면 안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른 구종들을 섞어가면서, 라우어의 구종 중 어떤 게 한국 타자들에게 유용하게 쓸일지 포수들에게도 한 번 더 얘기를 해야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라우어가 조금 더 빨리 각성해야 할 이유가 생긴 상황. 정규시즌 마지막까지 네일의 몫을 라우어가 확실하게 해줘야 KIA의 남은 정규시즌도 더 이상의 걱정 없이 풀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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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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