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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서스펜스, 보통 아니다"…'보통의 가족', 강렬한 앙상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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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patch=김다은기자] "피 터지고 뼈 부러지는 액션은 없지만, 강렬한 구강 액션과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하 설경구)

보통 아닌 이들이 뭉쳤다. 배우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 수현의 연기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촬영 현장은 곧 한 편의 연극을 연상시켰다. 설경구는 "긴 호흡의 한 신이 2편의 단편 연극 같았다"고 말했다.

데뷔 31주년 베테랑 설경구조차 현장에 갈 때마다 긴장했다. 그만큼 휘몰아치는 서스펜스다. 설경구는 "4명이 모이는 신 찍을 때 두려웠다. 몰입하지 않으면 놓칠까 봐 긴장됐다"고 토로했다.

김희애는 멘붕이 온 적도 있었다. 특히 첫 대본 리딩은 잊지 못할 기억이다. "보통 한번 읽고 인사하는 시간이다. 그런데 감독님이 한 문장을 안 넘어가셨다"고 회상했다.

"처음엔 밥 3번만 먹으면 끝나는 영화라고 생각했는데요. 밥 먹는 거 한 장면, 한 대사, 한 단어 그냥 넘어가는 것 없이 감독님이 손 터치를 하고 지나가셨죠. 의미 없는 게 없는 작품입니다." (김희애)

영화 '보통의 가족' 측이 4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제작보고회를 열었다. 허진호 감독, 설경구, 장동건 , 김희애, 수현 등이 자리해 작품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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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가족'은 서스펜스 장르다.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된다. 이후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허진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봄날은 간다', '8월의 크리스마스', '덕혜옹주', '천문: 하늘에 묻는다' 등을 만든 디테일한 연출의 대가다. 4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다.

'더 디너'(헤르만 코흐)를 원작으로 한다. '더 디너'는 2009년에만 100만 부가 팔린 인기 소설이다. 허 감독은 "이 소설이 영화로 제작된 게 벌써 4번째다. 영화감독들이 만들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허 감독은 지금의 한국 사회와 사람, 그리고 문제점을 소설 안에서 발견했다.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교육의 문제와 빈부, 상류층의 책임감을 자연스레 그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들의 문제가 이 영화에서 큰 지표가 된다"며 "각 개인이 살면서 가지고 있는 신념이 변한다. 그 과정들을 어떻게 긴장감 있고 억지스럽지 않게 담을까 집중했다"고 연출 중점을 전했다.

캐스팅도 중요했다. 먼저 감독은 장동건과 '위험한 관계'(2012)로 호흡을 맞췄기에, 그를 믿고 선택했다. 설경구는 20년 전부터 같이 작업하고 싶었던 배우, 김희애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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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가 러브콜에 응답했다. 그는 ‘재완’을 연기한다. 물질적 욕망을 우선시하는 변호사. 살인범 변호도 한다. 아이들이 사람을 죽이는 현장이 담긴 CCTV를 목격한 후 이성을 지키려 한다.

관객에 질문을 던지는 인물이다. 설경구는 "극 상황에서 이성을 지킬지 올바른 판단을 할지 갈등을 한다. 관객에게 '당신이라면 어떤 결론을 내릴까' 질문한다"고 소개했다.

장동건은 ‘재규’로 분한다. 재완의 친동생으로, 자상한 소아과 의사다. 신념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원칙주의자. 가족도 그를 따르기를 바라는 캐릭터다.

극중 재규는 아들의 범죄현장이 담긴 cctv를 본다. 장동건은 "실제 아이가 있으니까 구체적인 상상을 하며 연기해야 했다. 하기 싫은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그의 6년만 스크린 컴백이다. "그간 군인, 깡패. 킬러 등 현실에 발 붙어 있는 연기를 많이 못 했다"며 "이번에는 현실적인 한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설경구와 장동건의 형제 연기도 기대 거리다. 설경구는 "사실 부담스러웠다. 감독에게 '우리 닮았냐'고 물어봤다"며 "알고 지낸 지는 꽤 됐지만 첫 호흡이다. 제 기억 속 판타지 같은 배우였는데 깊은 사람이더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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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애가 장동건의 아내 역할을 완성했다. ‘연경’으로 변신한다. 가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인물. 서로 다른 의견을 내세우는 가족들과 격돌한다. 번역가에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슈퍼우먼이다.

김희애는 "연경은 여러 가지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며 "푼수 같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다. 성실하게 인생을 사는 역할이다. 엄마라면 공감할 수 있다"고 했다.

장동건은 김희애와의 부부 호흡을 전했다. 그는 첫 촬영에서 '잘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김희애는 "장동건이 청춘으로만 느껴졌는데 리더의 모습을 봤다"고 화답했다.

설경구와 김희애는 '더 문' 이후 '보통의 가족'에서 다시 만났다. 이 작품 이후 '돌풍'도 촬영했다. "더 문 때는 만난 적이 없었다. 실제로 어떨까 궁금하고 설렜다"고 소회를 전했다.

수현은 첫 한국 영화 데뷔다. 재완의 아내, 지수 역으로 몰입력을 높인다. 자기관리에 철저한 여자로, CCTV를 본 후 상황을 냉철하게 바라본다. 가족의 일환이 되기 위해 애쓰는 조금 튀는 인물이다.

김희애는 "배우병이 없던 현장이었다. 대한민국 최고 배우들임에도 성실하더라"며 "롱런의 힘인 것 같다. 저도 퍼즐의 한 조각으로서 망가뜨리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했다"고 감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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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가족'은 국내 개봉 전부터 해외 유수 영화제에 주목을 받고 있다. 토론토국제영화제 등 총 19회 영화제 초청 기록을 세웠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100%까지 돌파했다.

장동건은 기억에 남는 리뷰를 꼽았다. "강렬하고 마음을 동요시킨다는 평이 제 심정과 같았다"며 "인간의 양면성이 뒤섞이고 휘몰아친다. 저 역시 영화 끝났을 때 '나는 어떤 사람일까'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촬영 현장 또한 보통이 아니었다. 수현은 외국 현장이 떠올랐다. 리허설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경험이었다는 것. "리허설 전부터 7시간을 앉아 있었다. 감독님이 질문을 계속하셨다"며 웃었다.

설경구도 20여 년 전의 기억을 꺼냈다. 당시 그는 '공공의 적'을 찍던 상황, 인근에 허 감독이 '봄날은 간다'를 찍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촬영 현장에 방문했다. 하지만 결국 슛 스타트를 보지 못했다.

설경구는 "그때도 감독님이 배우랑 계속 논의하셨다"면서도 "감독님은 '이거 어때, 바꿔볼까?'라며 배우에게 끊임없이 생각을 던져주신다. 늘 질문하신다"며 연출 스타일을 짚었다.

마지막으로 설경구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우리의 이야기다"고 요약했다. 김희애는 "진하게 연기했다"고 했고, 감독은 "4명의 배우가 보여주는 앙상블에 저도 현장에서 관객이 됐다"고 자평했다.

영화는 다음 달 초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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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정영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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