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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양팔 없이 50m를 29초에...‘인간 어뢰’라 불리는 中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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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궈진청, 파리 패럴림픽에서 세계신 새로 쓰며 금메달...대회 3관왕

조선일보

중국의 궈진청이 파리 패럴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50m(S5등급) 결선에서 역영하고 있다. 양팔이 없는 그는 발차기 만으로 추진력을 얻는 영법으로 금메달을 걸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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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어뢰’. 두 팔이 없는 중국 수영 선수 궈진청(23·郭金城)에겐 이런 찬사가 뒤따른다.

그는 6일 파리 패럴림픽 남자 자유형 50m(S5 등급) 결선에서 29초33으로 금메달을 땄다. 본인이 작년 7월 맨체스터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하며 세웠던 종전 세계기록(29초78)을 0.45초나 앞당겼다.

궈진청의 영법은 감탄을 자아낸다. 그는 출발 신호와 함께 물속으로 뛰어 든 뒤 허리와 다리를 이용한 돌핀킥으로 추진력을 얻는다. 돌고래가 꼬리 지느러미를 상하로 흔들며 전진하는 동작이다. 이 때 비장애인 선수들은 팔을 앞으로 쭉 펴고, 손을 겹친 상태로 물의 저항을 줄인다. 잠영(潛泳)은 15m까지만 허용된다.

5살 때 사고로 양쪽 팔을 잃은 궈진청은 몸을 유선형으로 만드는 것엔 어려움이 없다. 문제는 수면으로 올라온 다음이다.

일반적으로 ‘수영의 70%는 스트로크’라는 말이 있다. 손바닥으로 물을 잡고, 팔을 돌려 물을 밀어내면서 속도를 올리기 때문이다. 이 때 양발은 번갈아 차면서 중심을 잡고 부력을 유지한다. 킥(kick)은 일종의 프로펠러 역할을 하는데, 실제로 추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스트로크보다 훨씬 적다.

궈진청이 속한 S5 등급은 수영 지체장애 10등급 중 중간에 해당한다. S11~13은 시각장애, S14는 지적장애 등급이다. 같은 S5 등급이라도 두 팔의 기능은 있는데, 양 다리를 쓰지 못하는 선수가 있는 등 장애 유형은 여러가지다.

양팔이 없는 궈진청은 발차기만으로 레이스를 펼쳐야 한다. 12살부터 수영 선수로 뛰는 그는 하루 6시간씩 훈련하면서 킥의 파워와 스피드를 높였다. 수영모를 착용하지 않은 민머리는 반 정도만 물 밖으로 나온 모양을 취한다. 경기 전날 머리에 면도를 하는 것이 루틴이라고 한다.

21초 안팎에 레이스를 끝내는 세계정상급 비장애인 선수들은 대부분 얼굴을 물 속에 둔 채 호흡을 하지 않고 물살을 가른다. 입으로 숨을 들이마시려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유선형이 살짝 흐트러지면서 저항이 생겨 기록에 손해를 볼 수 있어서다.

궈진청은 예전엔 50m를 헤엄치면서 3번 호흡을 했는데, 이를 1번으로 줄였다고 한다. 그는 “숨을 참는 연습을 하면서 스스로를 한계까지 몰아붙였다. 종종 질식하기 직전까지 가곤 했다”고 말한다.

궈진청은 얼굴을 수면 아래에 둔 채 강력한 킥으로 모터 보트처럼 물살을 일으킨다. 다리를 격렬하게 움직이는데도 몸의 중심이 거의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이 놀랍다. 상체만 보면 궈진청은 일정한 속도로 부드럽게 앞으로 나아간다. 얇은 물의 막이 헬멧처럼 머리를 감싼다. 정지화면으로 보일 만큼 변화가 적다. 어뢰나 잠수함 같은 모습에 탄성이 나온다. 그가 머리로 터치패드를 찍으면 경이적인 레이스가 끝난다.

궈진청은 자유형 50m 우승 후 약 2시간 30분 뒤에 열린 혼성 혼계영 200m 결선에도 중국의 앵커(4번째 영자)로 출전해 자유형으로 마지막 50m를 역영했다. 중국은 150m까지 선두 미국에 3초66이 뒤졌으나 궈진청의 스퍼트를 앞세워 2분24초83의 세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땄다. 궈진청의 50m 구간 기록은 29초23이었다. 계영 종목에선 첫 영자의 기록만 개인 기록으로 인정되므로 궈진청의 구간 기록은 공인되지 않는다. 그러나 자유형 50m에서 자신이 세웠던 세계 기록보다 빨랐다는 점이 돋보였다.

궈진청은 앞선 혼성 계영 200m 금메달, 자유형 100m와 배영 50m 은메달을 포함해 이번 대회 금 3, 은 2개를 획득했다. ‘인간어뢰’는 50m 접영에서 또다른 메달을 노린다.

[성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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