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토트넘 홋스퍼 미드필더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손흥민에 대한 인종차별적인 발언으로 6~12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을 상황에 처했다.
영국 매체 '풋볼 런던'은 12일(한국시간) "토트넘 홋스퍼 미드필더 로드리고 벤탄쿠르는 이번 여름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인터뷰에서 손흥민에 대한 발언으로 영국축구협회(FA)로부터 기소됐다"라고 보도했다.
우루과이 미드필더 벤탄쿠르는 지난 6월 클럽 동료이자 주장 손흥민과 그의 조국 대한민국 사람들을 인종차별해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자국 매체 '포르 라 카미세타(Por la camiseta)'에서 인터뷰 진행자로부터 "네 유니폼은 이미 가지고 있으니 한국인 유니폼을 가져다 줄 수 있나?"라는 질문을 받았다. 벤탄쿠르가 잘 알고 있는 한국인은 토트넘 동료인 손흥민이기에, 사실상 손흥민 유니폼을 줄 수 있냐는 질문이었다. 벤탄쿠르도 질문을 듣자 "쏘니?"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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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진행자가 "세계 챔피언의 것도 좋다"라고 말하자 벤탄쿠르는 "아니면 쏘니 사촌 거는 어떤가. 어차피 걔네 다 똑같이 생겼잖아"라고 받아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아시아인의 외모가 거의 비슷해 구분이 어렵다는 벤탄쿠르의 말은 명백한 인종차별적인 발언이다. 논란이 커지자 벤탄쿠르는 곧바로 사과문을 작성했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쏘니 내 형제여! 너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할게. 그건 매우 나쁜 농담이었다!"라며 "내가 널 사랑하고, 너를 존중하지 않는다거나 너와 다른 사람들을 상처 입히려고 했던 게 절대 아니라는 걸 알아줘! 사랑해 내 형제!"라며 손흥민 계정을 태그해 사과했다.
이후 손흥민이 벤탄쿠르의 사과를 받아 들이면서 사건이 일단락됐다. 손흥민은 SNS을 통해 "이미 롤로(Lolo, 벤탄쿠르의 애칭)와 대화를 했다. 그가 실수했고, 그도 자신이 실수했다는 걸 안다"라며 "그는 내게 사과를 전했다. 벤탄쿠르가 공격적으로 무언가를 말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형제다. 그리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라며 벤탄쿠르를 감쌌다.
이어 "지나간 일이다. 우리는 하나다. 우리는 프리시즌에 다시 만나 하나로 뭉쳐서 싸울 것이다"라며 이번 사건을 뒤로 하고 벤탄쿠르와 프리시즌에 재회해 다음 시즌을 함께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손흥민이 사과를 받아들이자 토트넘도 구단 공식 SNS 계정을 통해 "벤탄쿠르의 인터뷰 영상과 이후 선수의 공개 사과 이후, 클럽은 이 문제에 대한 긍정적인 결과를 보장하기 위해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라며 "여기에는 다양성, 평등, 포용이라는 목표에 따라 모든 선수를 대상으로 한 추가 교육이 포함된다"라고 발표했다.
이어 "우리는 주장 쏘니가 이번 사건에 대해 선을 긋고 팀이 다가오는 새 시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전적으로 지지한다"라며 "우리는 다양한 글로벌 팬층과 선수단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어떤 종류의 차별도 우리 클럽, 우리 경기, 더 넓은 사회에서 설 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차별에 맞서 새 시즌 준비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명백한 인종차별이었기에 한국 팬들은 벤탄쿠르에게 어떠한 징계도 내리지 않고 넘어간 토트넘에 불만을 드러냈다. 인종차별 사건이 이대로 마무리되는가 싶었지만 사건 발발 후 약 3개월이 지난 지금 벤탄쿠르의 징계 가능성이 급부상했다.
매체에 따르면 벤탄쿠르가 위반한 FA 규정은 E3 가중 위반(AGGRAVATED BREACHES)에 관한 규정이다.
FA 규정에 따르면 E3.1엔 "관계자는 항상 경기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해야 하며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행동해서는 안 된다"라며 "부적절하거나 경기 평판을 떨어뜨리는 행위, 폭력적인 행동, 심각한 반칙, 위협, 욕설, 외설, 모욕적인 언행 또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라고 명시돼 있다.
E3.2 규정엔 "E3.1 규정 위반은 가중 위반이다"라며 "여기엔 인종, 피부색, 국적, 종교, 신념, 성별, 성적 지향, 장애 등 이 중 하나 이상을 명시적 또는 암시적으로 언급한 것이 포함된다"라고 나와있다.
벤탄쿠르의 경우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했기에 명백히 E3 규정을 위반했다. 이제 관심사는 처벌 수위인데, 벤탄쿠르는 최소 6경기, 최대 12경기 동안 출장 정지를 당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매체는 "벤탄쿠르는 그동안 경기에 출전할 수 있지만 FA에 문의한 결과, FA 규정 E3를 처음 위반한 개인의 '가중 위반'에 대해 규제 위원회에 6~12경기 출장 정지 징계가 권고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벤탄쿠르는 기소를 수락하거나 거부할 기회가 있다. 기소를 수락하면 위원회는 제재를 결정할 것"이라며 "만약 기소를 거부하면 위원회는 기소를 유지 혹은 기각 여부를 결정하고, 기소가 유지된다면 제재도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벤탄쿠르는 오는 19일까지 기소 수락 여부에 대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
한편 벤탄쿠르가 만약 기소돼 징계를 받게 된다면 토트넘에 큰 타격이 될 전망이다. 6경기 징계만 떨어져도 최소 한 달 이상 벤탄쿠르 없이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만약 12경기 징계라면 시즌 초반 일정을 거의 다 날리는 셈이다.
우루과이 미드필더 벤탄쿠르는 아르헨티나 명문 클럽 보카 주니어스에서 프로선수로 데뷔해 2017년 여름 이탈리아 세리에A 유벤투스에 합류하면서 유럽에 진출했다. 이후 지난 2022년 1월 겨울 이적시장 때 유벤투스를 떠나 토트넘으로 이적하면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했다.
토트넘에서 2시즌 반 넘게 뛰었지만 벤탄쿠르는 부상으로 인해 많은 경기를 놓치면서 지금까지 71경기만 출전했다.
벤탄쿠르는 지난해 2월 레스터와의 경기에서 왼쪽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입어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부상 정도가 가볍지 않아 오랜 시간 치료와 재활에 매진해야 했고 지난해 10월 말이 돼서야 복귀전을 가질 수 있었다.
교체로 나오며 조금씩 경기 감각을 끌어 올리던 벤탄쿠르는 지난해 11월 리그 13라운드 애스턴 빌라와의 홈경기에서 토트넘 선발 복귀전을 가졌다. 그러나 이날 전반전에 발목을 노린 살인 태클을 당하면서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벤탄쿠르는 처음에 다시 일어나 경기를 끝까지 뛰려고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주저 앉으면서 교체를 요구했다.
부상으로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던 벤탄쿠르는 주전 미드필더인 이브 비수마가 개막전을 앞두고 웃음 가스 흡입으로 구단으로부터 1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아 2024-25시즌 프리미어리그 개막전 레스터 시티 원정 선발로 나섰지만 공중볼 상황에서 뇌진탕을 입어 교체되는 불운이 따랐다.
뇌진탕을 입었을 때 출혈까지 발생하면 팬들에게 충격을 줬던 벤탄쿠르는 다행히 의식을 회복해 지난 3라운드 뉴캐슬 유나이티드 원정에서 교체로 나와 복귀전을 치렀지만 3개월 전 손흥민 인종차별 발언으로 기소돼 장기간 결장 위기에 몰렸다.
한편 벤탄쿠르는 지난 7월 2024 남미축구연맹(CONMEBOL) 코파 아메리카 콜롬비아와의 준결승전 때 관중석을 향해 병을 던지는 모습이 포착돼 A매치 4경기 출장 정지와 1만 6000달러(약 2138만원)의 벌금을 받았다. 벤타쿠르가 징계를 받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제재를 받게 될지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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