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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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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캐슬파크서 1골2도움…결정력도 팀 플레이도 ‘역시 이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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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4일 수원FC와의 경기에서 1골2도움을 올린 전북현대 이승우. 사진 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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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가 최대한 늦게 그라운드에 들어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난 14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전북현대와의 K리그1 홈경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김은중 수원FC 감독은 올 여름 이적시장 기간 중 수원FC에서 전북으로 이적해 적으로 만난 골잡이 이승우에 대해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승우가 문전에서 보여주는 움직임이나 득점력은 우리나라 최고 수준”이라 언급한 그는 “이는 훈련을 통해 절대 키울 수 없는 부분”이라 덧붙여 천재성을 인정했다. 이어 “상대로 만나면 부담스럽고 무서운 부분이 있다”면서 “장점뿐만 아니라 단점도 잘 알고 있는 만큼 승부의 세계에서 냉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승우의 장점을 최대한 봉쇄하면서 단점을 집중 공략해 공격 포인트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발언이었지만, 상황은 김 감독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전북이 2-0으로 앞선 후반 20분 이영재를 대신해 이승우가 그라운드를 밟은 이후 수원FC는 무려 4골을 추가 허용하며 속절없이 무너졌다. 그 중 3골에 이승우가 관여했다.

이승우는 후반 24분 안드리고의 골을 어시스트한 뒤 후반 45분에는 그림 같은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직접 골을 넣었다. 5-0으로 스코어가 벌어진 후반 추가 시간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절묘한 패스로 에르난데스의 쐐기 골을 어시스트했다. 전북 입단 이후 첫 득점을 포함해 3개의 공격 포인트를 한꺼번에 쌓아 올리며 압도적인 6-0 대승에 기여했다.

이승우의 맹활약에 힘입어 전북은 리그 3위 수원FC와의 부담스런 원정경기에서 기분 좋은 승리와 승점 3점을 챙겼다. 올 시즌 8승(9무13패)째를 거두며 시즌 승점을 33점으로 끌어올려 10위로 뛰어올랐다. 여전히 강등권을 벗어나진 못 했지만, 한 경기에 6골을 몰아치는 폭발적인 득점력으로 이후 상황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이승우의 강점은 효과적인 공간 침투와 상대의 집중 견제를 버텨내는 볼 키핑, 그리고 압도적인 골 결정력이다. 이날도 친정팀 수원FC를 상대로 여러 가지 재능들을 버무려 번뜩이는 장면들을 만들어냈다. 상대 문전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듯하다 찬스가 열리면 지능적으로 움직여 공간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정확한 패스 또는 날카로운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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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K리그1 전북현대가 한가위 연휴 첫날인 14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와의 원정경기에서 6-0 대승을 거뒀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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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는 친정팀 수원FC와의 경기에서 숨은 진가를 발휘했다. 개인적인 욕심을 누르고 팀을 앞세우는 플레이 스타일로 공격 리더 역할을 수행했다. 대표적인 예가 에르난데스가 터뜨린 전북의 6번째 골 어시스트다. 속공 상황에서 에르난데스의 패스를 받아 골키퍼와 정면으로 맞서는 찬스를 잡았지만, 이승우는 상대 수비수 두 명의 견제를 뚫고 다시 에르난데스에게 볼을 넘겨 득점을 도왔다. ‘에르난데스가 골 맛을 볼 수 있게 돕겠다’는 의도가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에르난데스는 지난 시즌 인천 유나이티드 소속으로 6골과 5도움을 기록하며 공격진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공격 포인트에 담아낼 수 없는 공격 기여도를 인정 받아 올 시즌을 앞두고 전북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하지만 올 시즌엔 출전 경기 수와 공격 포인트 모두 기대에 못 미친다. 수원FC전을 앞두고 11경기 출전에 1골 2도움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승우의 도움을 받아 올 시즌 12번째 경기에서 2호 골을 신고하며 시즌 막판 자신감을 끌어올렸다.

경기 후 이승우는 “에르난데스가 나에게 좋은 기회를 줬는데, 볼을 받을 때부터 다시 주고 싶었다”면서 “내가 한 골을 더 넣을 수도 있겠지만, 옆에 있는 선수도 골을 넣고 이기면 우리 모두에게 더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전북은 올 시즌 공-수 모두 제대로 된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 하고 있다. 전·현직 국가대표들이 즐비한 공격진의 시즌 득점은 40골로, K리그1 소속 12개 팀 중 7위권이다. 팀 득점 선두 강원(53골)과는 13골 차가 난다. 수비에서는 49실점으로 리그 내 최다 실점 1위다. 공격에서 기대만큼 골을 넣지 못하는데 실점은 많다보니 순위와 승점에서 손해를 보는 상황이 시즌 내내 이어졌다.

이승우가 결정적인 득점 찬스를 동료에게 양보한 건 자신뿐만 아니라 팀 공격진이 함께 살아나야 시즌 막판 강등권 탈출 경쟁에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승우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정의석 올리브크리에이티브 대표는 “이승우는 자신을 강등 탈출의 해결사로 믿고 K리그 최고 수준의 대우로 영입한 전북에 꼭 필요한 역할과 능력을 제공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면서 “득점 랭킹 최상위권에서 경쟁하는 만큼 K리그 득점왕 등 개인적으로도 욕심낼 만한 도전 목표들이 있지만, 당장은 전북의 강등권 탈출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힘을 보탠다는 각오”라고 말했다.

김두현 전북 감독도 이승우의 활약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경기 후 “팀 합류 이후 적응 과정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면서 “매 경기 차츰 출전시간을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우는 “전북현대라는 팀은 한 시즌 내내 치르면서 3~5번 정도 져야 맞는 팀”이라면서 “전북에 새롭게 합류한 만큼 뛰는 시간에 연연하지 않고 이기는데 보탬이 되는 플레이에 전념하겠다. 벤치에 있는 선수들도 (출전 및 득점 기회에) 굶주려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팀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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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K리그1 전북현대가 한가위 연휴 첫날인 14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와의 원정경기에서 6-0 대승을 거뒀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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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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