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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9 (목)

이슈 손흥민으로 바라보는 축구세상

손흥민 대폭발→감독은 '선수 탓'…"세트피스 수비 실점? 순간 실수 모두가 놓쳤어" 토트넘 왜 이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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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토트넘이 라이벌전에서 세트피스로 또 울었다.

5개월 전 상황이 반복됐음에도 토트넘을 이끄는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다. 영국 현지에서는 토트넘이 세트피스 훈련, 특히 수비 훈련을 잘 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곧잘 하는 중이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강하게 반박했다.

심지어 주의를 줬음에도 실점했다며 골 먹을 책임을 사실상 선수들에게 떠 넘겼다.

손흥민 소속팀인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는 15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에서 시즌 첫 '북런던 더비'를 치러 라이벌 아스널에 0-1로 패했다.

토트넘 입장에선 단순한 1패가 아니다. 원수 같은 라이벌 아스널과의 최근 5경기에서 1무4패로 한 번도 이기지 못하는 수모를 고스란히 이어가는 치욕적인 패배였다.

손흥민이 멀티골을 넣었던 지난해 9월 아스널 홈구장에서의 2-2 무승부가 유일하다. 성적도 1승 1무 2패(승점 4)로 참혹하다. 이번 시즌 20개팀 중 13위까지 미끄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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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트넘은 공격에 무게를 둔 라인업을 꾸렸다. 전방에 손흥민과 도미니크 솔란케, 브레넌 존슨을 스리톱으로 배치했다. 이어 중원 3명으로 제임스 매디슨과 데얀 쿨루세브스키,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포진했다. 벤탄쿠르 정도만 공수가 모두 가능하다. 쿨루세브스키와 매디슨을 스리톱 뒤에 세운 역삼각형 형태의 중원을 꾸렸다. 아스널과 정면 충돌하겠다는 포스테코글루 감독 의지가 잘 반영됐다.

실제 토트넘은 전반 초반부터 아스널을 밀어붙었다. 전반 5분엔 손흥민과 솔란케의 절묘한 스위치 플레이가 빛을 발해 쿨루세브스키의 왼발 슛이 터졌으나 아스널 골키퍼 다비드 라야에 막혀 땅을 쳤다. 토트넘이 주도권은 잡았으나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그러면서 경기는 북런던 더비 답게 거칠게 흘러갔다. 전반에 토트넘이 5개, 아스널이 2개 등 총 7개의 카드가 나올 정도로 거친 플레이가 속출했다.

결국 위기를 잘 넘긴 아스널이 한 방으로 토트넘을 눌렀다. 토트넘은 하필이면 직전 아스널전에서 문제로 지적됐던 세트피스에 또 당했다. 후반 19분 코너킥 상황에서 아스널 공격수 부카요 사카가 띄운 볼이 골문 먼쪽으로 흘러 토트넘 선수들이 놓치는 사이 웅크리고 있던 수비수 가브리엘 마갈량이스가 훌쩍 뛰어올라 머리로 받아넣었다.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센터백 세르히오 로메로가 버티고 있었지만 마갈랑이스의 움직임을 완전히 포착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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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피스 때 상대 센터백의 헤더를 조심해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마크맨 설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코칭스태프가 세트피스 수비에 게을렀다는 증거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그때서야 부랴부랴 티모 베르너, 윌손 오도베르 등 공격 자원들을 교체투입했으나 위력이 떨어졌다. 상대에 겁 한 번 주지 못하고 한 골 차로 패퇴했다.

토트넘은 지난 시즌에도 아스널과의 홈 경기에서 세트피스 때 허점을 드러내면서 2-3으로 패했다. 3실점 가운데 세트피스 실점이 2개나 됐다. 패배 뒤 손흥민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터트릴 정도였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지난해 여름 지휘봉을 잡은 뒤 압박과 공격 빈도를 높여 기존 역습 위주 토트넘 축구를 바꿔놓았다. 그러나 정작 세트피스 공격과 수비가 모두 허술했고 특히 세트피스 수비가 취약하다.

영국 '스카이스포츠'에 따르면 토트넘은 이번 아스널전 실점으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부임한 지난 시즌 이후 프리미어리그 세트피스 최다 실점 2위가 됐다.

토트넘은 총 18실점을 허용했다. 최다 실점팀으로 강등권을 오가는 노팅엄(23골) 다음으로 많은 실점이었다. 애스턴 빌라(17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15골)를 토트넘이 앞섰다.

아스널과 토트넘의 코칭스태프 구성이 양팀의 차이를 반영한다. 아스널엔 세트피스 전문 코치가 있고, 실제 이날 마갈량이스의 득점 뒤 아르테타 감독이 해당 코치와 포옹했다. 반면 토트넘은 전문적인 세트피스 코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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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5개월 만에 다시 치른 북런던 더비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또 패했다. 이날 아스널은 이상할 만큼 토트넘의 공격을 기다렸다가 받아치는 방식으로 전술을 바꿨다. 한편으론 토트넘이 어떤 카드를 꺼낼지 훤히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수비력 좋은 선수들을 집중 배치해 토트넘의 공세를 꺾은 뒤 후반에 한 방을 노렸고 이게 적중했다.

영국 언론은 북런던 더비를 마친 뒤 이 문제를 일제히 지적했다. 영국 중계채널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 제이미 레드냅은 "토트넘은 코너킥 수비가 취약했고, 아스널은 강했다. 축구에서는 이런 미세한 차이가 승부를 가른다"고 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경기 직후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세트피스 수비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으나 세트피스 수비에 대해 조금 더 고민하고 걱정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자신이 아스널의 세트피스 공격에 대한 방어를 지시했음에도 선수들이 방심했다는 식의 발언을 내놨다. 세트피스 실점이 자신이 아닌 선수들 때문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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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우린 대부분의 세트피스를 잘 처리했지만, 한 순간의 실수가 나오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면서 "아스널은 세트피스에서 매우 위협적인 팀이다. 패스는 정확했고, 마갈량이스는 항상 세트피스에서 위협적이다. 로메로 한 명이 아니라 모두가 그를 놓쳤다. 대가를 치렀다"고 분석했다.

세트피스에 따른 실점이 속출하고 있음에도 자신에 대한 변호를 먼저 했다. 선수들을 야단쳤다고 해도 과언 아니다.

그러더니 세트피스에 신경쓰지 않는다는 비판을 반박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무슨 이유인지 사람들은 내가 세트피스에서 신경 쓰지 않는다고 꽤 오래 전부터 말하고 있다"며 "아니다. 우린 항상 세트피스에 대해 노력한다. 오늘 쓴 맛을 봤다. 이것을 통해 계속 배우고 나아갈 것이다"고 했다.

반면 주장 손흥민은 지난 4월에 이어 한 번 더 세트피스 수비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해 그의 견해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견해가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주목하게 됐다.

손흥민은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우리가 경기를 지배했지만 세트피스로 또 실점했다"며 "지난 시즌과 똑같고 좌절감 느낀다. 팬들도 실망스러웠을 것이다"고 사과했다.

손흥민은 지난 4월 아스널전 패배 뒤 유난히 세트피스 수비 아쉬움을 거론하며 팀의 전술적인 미비점이 있음을 알렸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난 잘못 없다" 견해에 반박한 셈이 됐다. 앞으로도 프리미어리그 강팀들이 토트넘을 세트피스로 공략할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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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은 세트피스 공격에서도 문제점을 드러냈다.

지난 1일 뉴캐슬과의 원정 경기에서 후반전 도중 토트넘 선수들이 프리킥 키커 자리를 두고 다투면서 시간을 보내는 장면이 포착된 게 논쟁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영국 '풋볼 런던' 소속이자 토트넘 전담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알레스데어 골드는 토트넘의 뉴캐슬 원정 경기를 돌아보면서 "후반전에 토트넘이 뉴캐슬 박스 바깥쪽 위험한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었을 때 이상한 순간이 있었다"며 "제임스 매디슨과 페드로 포로 중 누가 프리킥을 차야 할지 정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고 했다.

골드는 이어 "그 상황 전까지 토트넘의 세트피스는 대체로 영리하게 잘 구성되어 있었다. 토트넘의 세트피스 중 다수는 손흥민에게 보내는 짧은 패스였는데, 손흥민은 박스 안으로 달려들어가 끝자락에 있는 다른 선수에게 빠르게 공을 전달했다"며 이전 상황까지는 토트넘의 세트피스가 계획대로 잘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시엔 달랐다. 매디슨이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어내자 손흥민이 키커인 매디슨과 포로에게 공을 전달하기 위해 공을 잡았다.

이 때 미드필더 이브 비수마가 느닷없이 가세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중앙 미드필더 비수마는 토트넘이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자 자신이 프리킥을 차겠다며 공을 가져갔다. 프리킥을 준비하려던 포로는 불만을 터뜨리며 비수마에게 공을 달라고 요구했으나 비수마가 공을 주지 않으려고 하면서 약간의 다툼으로 번졌다. 비수마가 프리킥을 차는 모습은 흔치 않다. 결국 손흥민이 벤치에 소리를 지르며 통제를 요구했고 그 때서야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비수마를 제지했다.

이래저래 세트피스로 혼란스러운 게 토트넘의 현실이다.

사진=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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