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손흥민은 토트넘 홋스퍼에서 충분한 대우도 받지 못한 채 짐만 짊어지고 있다.
최근 손흥민을 향한 지적과 거센 비판이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손흥민이 찬 주장 완장을 빼앗아 다른 선수에게 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손흥민이 현재 침묵하고 있는 데다, 재계약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구단이 연장 옵션까지 발동하지 않을 경우 이번 시즌을 끝으로 토트넘을 떠날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영국 매체 '풋볼 팬캐스트'는 20일(한국시간) "토트넘은 손흥민이 수행하고 있는 주장직을 다른 선수에게 줄 가능성이 있다"면서 "손흥민은 아직 토트넘과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고, 토트넘에서 미래를 이어갈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고 했다.
손흥민의 현재 계약은 이번 시즌, 즉 2025년 6월에 끝난다. 계약 조건 중에는 계약 기간을 1년 더 연장하는 옵션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옵션 발동을 선택하는 건 손흥민이 아닌 토트넘 구단이다.
만약 토트넘이 손흥민의 계약 연장 옵션을 발동한다고 해도 그 선택을 하는 이유가 재계약을 미루고 손흥민과의 동행을 이어가려 하는 것인지, 아니면 손흥민이 자유계약(FA)으로 팀을 떠나는 걸 미연에 방지하고 이적료를 챙기면서 손흥민을 매각하려고 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냉정하게 말하면 토트넘이 손흥민과 다년 재계약을 맺지 않는 이상 손흥민을 처분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손흥민의 계약 기간이 1년도 채 남지 않았지만 토트넘 측에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런 불안감은 커져만 가고 있다.
그렇다고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충분한 대우를 받는지 묻는다면 그렇다고 하기도 힘들다. 대우라는 건 약 200억원에 달하는 연봉이나 추가 수당 등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최근 토트넘은 손흥민을 충분히 보호하지 않고, 오히려 방치하거나 심할 경우 방패처럼 내세우는 모습이다.
시계를 7월로 되돌려보면 토트넘 동료인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우루과이 방송 프로그램에서 손흥민을 인종차별적 발언의 대상으로 삼고도 사태의 심각성을 자각하지 못했을 때도 토트넘은 방관했다. 엔소 페르난데스의 인종차별적 행동 이후 첼시에서 공개적으로 인종차별을 규탄한 것과는 대비되는 대처였다.
토트넘은 손흥민이 벤탄쿠르의 사과를 받고, 글로벌 인권단체가 이 사태를 조명하고, 프리미어리그(PL) 사무국이 나서고 나서야 입장을 발표했다. 심지어 토트넘이 세운 대책은 벤탄쿠르에게 구단 자체적으로 징계를 내리는 게 아닌 내부 교육을 통해 같은 일이 일어나는 걸 방지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손흥민은 토트넘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있지만, 팀의 주장이자 일원으로서 현재 토트넘이 겪고 있는 부진에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다.
토트넘이 개막전에서 레스터 시티를 꺾지 못하자 비난의 화살은 손흥민에게 향했다. 일각에서는 손흥민을 선발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이어진 2라운드에서 손흥민이 멀티골을 뽑아내자 그런 이야기는 전부 사라졌다.
그러나 최근 열린 아스널과의 리그 4라운드 북런던 더비에서 토트넘이 0-1로 패배한 뒤 손흥민이 인터뷰에서 세트피스 수비의 중요성을 강조하자 오히려 손흥민의 경기력과 리더십을 비판하는 목소리만 나왔다.
글로벌 축구 매체 '골닷컴'에 따르면 일부 팬들은 "손흥민은 부끄러운 주장", "경기를 지배한다고 승리하는 건 아니다", "손흥민은 우리의 주장들 중 최악의 주장일 것"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손흥민이 이번 시즌 초반 예상보다 부침을 겪고 있는 건 맞지만, 토트넘의 부진을 손흥민의 탓으로만 보기는 힘들다.
현재 토트넘에서 경기력이 좋지 않은 선수는 손흥민만이 아니다. 브레넌 존슨이나 제임스 매디슨, 티모 베르너 등 다른 공격진도 몸이 올라오지 않았다. 클럽 레코드를 기록하며 토트넘에 입성한 도미니크 솔란케는 아쉬움이 더 크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전술 이야기도 하지 않을 수 없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지난 시즌 초반 호평을 받았던 강도 높은 압박 스타일을 유지하지만 정작 공격 전개에서 날카로움이 부족하고, 상대를 압박하느라 높게 올린 수비라인은 역습에 취약하다. 답답한 공격과 위험한 수비가 반복되는 이유다.
또한 팀에서 가장 골을 잘 넣는 선수인 손흥민을 측면 구석에 두고 상대 수비를 끌어내는 역할을 맡기는 게 과연 옳은 전략인지도 의문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과 1년간 함께 했음에도 불구하고 손흥민을 활용하는 방법을 전혀 모르는 감독처럼 손흥민을 기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토트넘이 부진한 가장 큰 이유로 손흥민의 침묵만 지적하는 게 과연 정당한가 물었을 때 그렇다고 답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 영국 방송사 '스카이 스포츠'는 토트넘의 부진 이유 중 하나로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는 손흥민의 폼(컨디션)을 꼽았는데, 오히려 손흥민 한 명의 선수에게만 의존하는 지금의 토트넘이 더 이상하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게 정상적이다.
이제는 손흥민이 주장 완장을 내려놓을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풋볼 팬캐스트'는 "토트넘은 굴리엘모 비카리오를 전적으로 신뢰한다"면서 "향후 몇 시즌 동안 비카리오에게 주장을 맡기는 걸 계획 중"이라고 설명했다.
선수로서 구단으로부터 보호받지도 못하고, 비판과 비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지난 시즌에는 아시아 선수로 최초의 주장이자 구단의 리빙 레전드이기 때문에 주장 완장을 채웠으면서 한 시즌 만에 주장직 박탈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손흥민의 오늘이다.
이런 상황이 끝나지 않는다면 차라리 토트넘을 떠나 다른 곳에서 더 나은 대우를 받으면서 커리어를 마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 레알 마드리드나 바이에른 뮌헨 수준의 빅클럽은 아니더라도 여전한 클래스를 갖고 있는 손흥민을 원할 만한 유럽 구단들은 충분히 많다.
손흥민이 토트넘의 전설이자 팀 내 입지가 큰 선수라는 점은 맞지만,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면서까지 그 자리를 지킬 이유는 없어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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