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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 (월)

“이 아이들과 적이 될 수는 없다” 삼성과 의리 지킨 코치…걱정스러운 향후 거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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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시절의 모습. 끝판왕 오승환에게 마무리를 맡기고 있다.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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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치아이 주니치 투수코치, 다쓰나미 감독 사퇴에 "책임 느낀다"

[OSEN=백종인 객원기자] 꽤 오래전 일이다. 그러니까 2011년 겨울이다. SNS에 올라온 일본어 게시물 하나가 화제였다. 내용 중에 이런 얘기 때문이다.

‘내년에도 삼성 라이온즈에서 코치를 하겠습니다. 권유는 거절했어요. 이 아이들을 적으로 돌릴 수는 없네요. (여기서) 성장을 보고 싶은 투수가 있어요. 도와주고 싶은 투수가 있어요. 그래서 남기로 했습니다. 삼성 팬 여러분 조금 더 신세를 지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글을 올린 사람은 오치아이 에이지(55)다. 당시 삼성의 1군 투수코치였다. ‘거절한 권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훗날 알려졌다. KIA 타이거즈였다. 새로 부임한 선동열 감독이 제안했지만, 옮기지 않은 것이다.

선 감독과 오치아이 코치는 각별하다. 주니치 시절 불펜을 함께 지켰다. 마무리와 셋업맨의 위치였다. 그리고 선 감독이 삼성 사령탑으로 부임한 뒤 오치아이를 한국으로 불러 코치를 맡겼다. 그런 인연의 청을 거절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오치아이 코치는 “다른 팀으로 가면 삼성과 적이 된다. 함께 했던 아이(투수)들이 얻어맞는 것을 보고 기뻐해야 한다. 그런 일은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런 그에게 최근 중요한 변수가 생겼다. 거취에 변화가 생길지 모른다는 걱정이다.

그는 현재 주니치 드래곤즈의 1군 투수코치다. 그런데 이틀 전 함께 하던 감독이 사임했다. 다쓰나미 가즈요시가 구단에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이다.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다. 2022~2023년 연속 최하위에, 올해도 하위권으로 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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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삼성의 오키나와 캠프를 찾은 오치아이 코치. 옛 제자 황동재와 만나 포즈를 취했다. OSEN DB


다쓰나미의 퇴진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다. 다만 주변 일이 우려된다. 상당한 규모의 분위기 쇄신이 이뤄질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른다. 여기에는 물론 코칭스태프의 대대적인 개편도 포함될 것이다.

오치아이 코치도 자책하는 코멘트를 남겼다. 다쓰나미가 사퇴 의사를 밝힌 19일 “(감독의) 힘이 될 수 없었던 책임을 느낀다”는 말이 주니치스포츠를 통해 보도됐다.

그는 다쓰나미 체제의 핵심 보직을 맡았다. 지난 2년간은 수석 겸 1군 투수코치로 일했다. 작년 시즌을 마치고는 2군으로 내려갔다. 아무래도 2년 연속 최하위의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는 모양새였다.

그러다가 올 시즌 후반기를 앞두고 컴백했다. 1군 투수코치로 다시 등용된 것이다. “다시 한번 해보자”는 다쓰나미의 청을 거절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감독을 끝까지 돕겠다. 그리고 책임도 같이 지겠다”라는 의지를 보였다는 것이 현지 매체의 보도 내용이다.

이 과정이 안타깝다. 2군에서 육성 담당의 역할을 계속했다면, 쇄신의 칼날을 비껴갈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현재 다쓰나미의 후임 감독으로 거론되는 것이 2군을 맡고 있는 이노우에 가즈키라는 점에서 더 그렇다.

사실 다쓰나미 감독과 오치아이 코치의 관계는 독특하다. 나이가 동갑인 데다, 10년 넘게 주니치에서 동고동락했다. 그러나 절친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말 한마디 건넨 적이 없을 정도로 서먹한 사이였다.

오치아이 본인의 얘기다. “현역 생활을 그만둘 무렵이다. 다쓰나미가 처음으로 말을 걸었던 때가 기억난다. ‘언젠가 내가 감독이 되는 날이 온다면 도와달라’는 얘기였다.” 그리고 15년 후에 실제로 감독과 투수코치로 다시 만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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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팅볼을 던져주는 오치아이. 주니치 시절 최우수 중간 투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OSEN DB


오치아이는 유능한 코치로 평판이 높다. 올해도 팀은 부진하지만, 투수들은 괜찮았다. 특히 최고의 유망주를 키워냈다. 22살짜리 우완 다카하시 히로토다. 평균자책점 1.28로 현재 센트럴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사상 최초의 ‘피홈런 제로’의 기록을 이어갔지만, 며칠 전에 1개를 허용했다.

따라서 주니치 구단이 잡을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다른 팀에서 데려갈 여지도 충분하다. 그러나 문제는 의리를 따지는 성격이다.

삼성 시절 때와 비슷한 고집을 부린다. “내가 어떻게 다른 팀에 가서 주니치와 싸울 수 있겠나. 센트럴리그 팀에는 절대 가지 않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실제로 여러 차례 다른 팀의 제안을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퍼시픽리그 소속인 지바 롯데 마린즈의 1군 투수코치를 3년간(2015~2017) 역임했다.

삼성과는 두 차례 인연을 맺고, 합계 7년간을 일했다. 1기(2010~2012년) 때가 가장 좋았다. 오승환-안지만-정현욱-권혁-권오준 등으로 철벽 불펜을 구축하며 이른바 ‘왕조’를 구가하던 시기다. 한국시리즈 우승도 두 차례 차지했다.

2기(2018~2021년)는 김한수 감독 시절에 시작됐다. 1군 투수코치와 2군 감독으로 각각 2년씩 재임했다. 이때 가르친 제자들이 여럿이다. 그중 하나가 원태인이다. 아직도 스승에 대한 정을 잊지 못한다. “올 2월 오키나와 캠프 때 코치님을 찾아뵈려고 했다. 그런데 부담스럽다면서 피하시더라. ‘지금도 (내가 잘하는 걸) 보고 계시냐’고 여쭙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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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한국시리즈 우승 후 헹가래를 받으며 환호하는 오치아이 코치. OSEN DB


/ goorad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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