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성 전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이 자신의 역할은 정몽규 축구협회 회장에게 홍명보 감독을 추천하면서 끝낸 것으로 판단해 그만뒀다고 밝혔다. 정 전 위원장은 축구대표팀 감독을 찾다가 돌연 사퇴해 의구심을 자아냈다.

정 전 위원장은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어지는 감독 선임 과정 속 너무 체력적으로 힘들고 건강 문제도 있어서 일단 (정몽규) 회장님께 보고드린 이상 내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강 문제와 소임 완수의 판단뿐 아니라 가족들의 걱정도 사퇴를 결심한 이유로 꼽았다.

사퇴 이유를 밝힌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장.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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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전 위원장은 원래 축구협회 대회위원장을 맡았다.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전 대표팀 감독 경질 이후 전력강화위가 꾸려지면서 마이클 뮐러(독일) 위원장의 후임으로 임명됐다. 정 위원장은 전력강화위를 이끌고 의욕적으로 새 사령탑 후보를 물색했다. 정 전 위원장은 첫 회의부터 꾸준히 외국인 대신 국내 감독 선임 필요성을 주장한 위원들을 상대로 졸속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도록 국내외 후보를 모두 들여다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정 전 위원장은 유력 후보였던 제시 마쉬(캐나다 감독 부임)와 헤수스 카사스(이라크 대표팀 잔류) 감독 등과 접촉했으나 이들과 협상은 결렬됐다. 이후 다시 후보를 물색한 정 전 위원장은 구스 포예트, 다비드 바그너, 홍 감독으로 꾸려진 최종 후보군 가운데 홍 감독의 선임을 정몽규 회장에게 추천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던 중 정 전 위원장은 지난 6월 말 돌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후 이임생 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정 전 위원장의 후임을 맡아 프로축구 K리그1 울산 HD를 이끌던 홍명보 감독을 새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홍 감독은 6월 21일 정 전 위원장이 이끌었던 마지막 회의인 제10차 전력강화위 회의에서 위원들로부터 바그너 감독과 함께 가장 많은 7표를 받았다. 정몽규 회장은 "(홍 감독 외) 두 (후보자) 분은 어떻게 면담했는지 (정 전 위원장께) 여쭤보니까, '화상으로 면담했다'는 답변이 와서 '마쉬, 카사스 감독은 직접 가서 만나보셨으니 홍 감독을 정하더라도 3명을 공평하게 보고 추천을 결정하시면 어떻겠냐'고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 전 위원장은 정 회장의 권유대로 현지에서 이들을 만나는 대신 사퇴 의사를 밝혔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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