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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인터뷰] 장나라 "'굿파트너' 차은경과 닮은점 無 능력 부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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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나라, 라원문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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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장나라(43)가 '2024년 SBS 금토극 시청률 1위' 자리를 차지하며 흥행퀸 면모를 자랑했다. '굿파트너'에서 냉철하지만 따뜻한 '겉바속촉' 베테랑 변호사부터 엄마 차은경까지, 감정의 극단을 오가며 시청자들의 많은 응원과 사랑을 받은 장나라. 자체 최고 시청률은 17.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였다.

기분 좋은 마침표를 찍은 그는 결말과 관련해 "마지막에 이혼 조정으로 끝나 고구마를 안겨준 느낌이다. 내가 생각할 때 차은경이란 캐릭터의 현실적인 대처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자녀가 없었다면 조금 더 사이다스러운 결말을 맞이했을 수 있겠지만 재희란 소중한 존재가 있기 때문에 다소 어려움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작가님은 싸움으로 끝나는 것보다 깨달음으로 끝나는 이야기를 바랐던 것 같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번 작품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더라.

"정말 자랑할 만한 현장이었다. 불성실한 사람 없었고 중간에 늘어지는 거 없이 텐션도 좋았다. 세트 촬영 10번 들어가면 7, 8번은 저녁 먹기 전에 끝났다.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워라밸이 훌륭한 현장이었다. 웃는 얼굴로 최선을 다하는 아름다운 현장이었다. 마지막에 '다시 봄'이란 로펌을 만들면서 마무리가 되지 않나. 작가님이 벌을 주는 것보다 어떻게 해야 이 사람들이 빠르게 자기 삶을 찾아갈까, 추운 겨울을 끝내고 얼른 봄으로 돌아갈 수 있는가에 대한 얘길 하고 싶어 했던 것 같다. 그런 소신이 잘 그려진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운 점이 있나.

"현재 너무나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잘 모르겠지만 드라마 속 케이스들을 겪으면서 느낀 건 마지막 회에 나온 대사와 감정이 맞닿아 있다. 미래에 대한 고민이 있는 한유리에게 '이혼 비혼 결혼 이런 것들이 다 선택을 하고 선택을 잘해내기 위해 노력하고 노력했지만 잘 안 됐을 때 또 다른 선택을 하면 된다'라는 말을 한다. 뭔가 잘못됐다고 느끼는 순간 다시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용기를 가지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구나 느꼈다."



-이혼에 관한 에피소드가 다양하게 나오는데 특별한 인상을 남긴 것이 있나.

"초반 캠핑장 불륜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는다. 양육권과 위자료 20억 가지고 얘기하는데 20억을 받으면 아내가 남편에게 양육권을 넘겨야 하는 상황이었다. 나 또한 한유리처럼 감성적으로 접근했다면 '애 엄마가 20억을 받으면서 애를 포기해?' 그럴 수 있는데 작가님이 현실적으로, 이성적으로 풀어냈다. 20억이 단순히 애들을 포기하는 대가가 아니라 이혼 이후 부인뿐 아니라 아이들의 삶까지 생각했을 때 어떻게 나아가는 게 이상적인가였다. 작가님이 이혼 변호사로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을 제시하고 싶어 하는구나 싶었다. 그리고 내 에피소드는 아니었지만 자기 자식이 아닌데 너무 사랑해서 양육권을 가지려고 재판하는 에피소드를 꼽고 싶다. 평소 눈물이 없는 편인데 보면서 콧물까지 나더라. 그런 상황에 처하기 쉽지 않은데 어떤 마음인지 너무 잘 알겠더라."

-차은경의 감정에 공감했나.

"어떻게 해서 결혼하게 됐냐고 재희가 물어보는 게 있는데 '좋아서 결혼했지'라고 말하면서 '그 사랑이 어찌 됐든 간에 재희가 있게 해 줬잖아'라고 하지 않나. 김지상의 온갖 몹쓸 짓을 겪긴 했지만 김지상을 아빠로 대할 수 있을 정도로 차은경에게 귀한 존재가 재희라고 생각한다. 실제 자녀가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엄마를 빗대어 생각하면 그런 선택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마냥 사이다 선택만 할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김지상은 재희와 시간을 많이 보낸 다정한 아빠고 차은경은 경제적 서포트가 완벽한 엄마다. 이것 또한 육아를 안 해봐서 감히 어떻게 말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만약 재희라면 둘 다 좋을 것 같다. 김지상이 다른 마음을 먹으면서 그 관계가 어그러진 것이지 둘 사이가 좋으면 사실 밸런스가 좋은 게 아닌가 싶다. 보통 엄마, 아빠의 역할과 반전되는데 이런 밸런스도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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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은.

"닮은 게 없다.(웃음) 중간중간에 쇼츠나 이런 게 많지 않나. 밸런스 게임 같은 걸 하는데 차은경, 정우진이 나오면 난 무조건 정우진이었다. 차은경처럼 사실을 말하는 사람이지만 정우진처럼 부드럽게 말하는 게 좋다. 대사를 하고도 '아휴' 그럴 때가 있었다. 완벽을 추구하는 것도 차은경과 난 다르다. 난 '완벽하면 얼마나 좋을까?'란 이상을 가진 사람이고 차은경은 완벽하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다. 부럽다."

-시청자 반응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댓글을 여유롭게 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는 없어서 슬쩍슬쩍 보는데 다행히 주변에서 좋은 반응, 나쁜 반응을 많이 말해준다. 초반에 캐릭터를 특이하게 잡았는데 그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준 반응들을 보고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살짝 모험이라고 생각했다. 대본 리딩 때 '이건 좀 모험인데?' 이런 분들도 있었다. 그런데 시청자분들이 편안하게 봐줘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차은경의 톤을 그렇게 설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드라마 대본을 텍스트로만 봤을 때는 (차은경에게서) 차가운 도시 이혼 전문 변호사 이미지가 강했다. 근데 첫 대본 리딩 때 남지현 씨랑 같이 읽다 보니 톤이 부딪치는 게 생기겠더라. 두 사람이 드라마에서 도드라지니 극명한 차이가 필요할 것 같았다. 그래서 톤을 다르게 가야겠다고 생각했고 한유리의 약을 올리려면 어미를 드는 게 약간 좀 킹 받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생각했다.(웃음) 먼지 같이 팔랑팔랑 날아다니는데 잡을 수 없는, 약 오르는 느낌으로 톤을 잡았다."

-파트너 남지현과의 호흡은 어땠나.

"너무 좋았다. 말할 수 없이 좋았다. (남지현 씨를) 보기만 해도 행복했다. 그 친구가 한가운데 굳건하게 있으니 내가 자유롭게 생각하며 차은경을 풀 수 있었다. 그러니 얼마나 예쁘겠나. 복덩이처럼 보였다. 실제로 촬영장에서 '네 얼굴이 복주머니처럼 보여. 너무 예뻐'라고 그랬다. 여여가 주인공인 드라마가 흔하지 않은데, 우리 드라마가 잘 되어서 이런 성향의 작품도 많이 나오길 바랐다. 그냥 '굿파트너'는 그녀가 있었기 때문에 내가 편하게 무언가를 만들 수 있었다. 그녀의 존재 자체가 중요했던 드라마다."

-이번 작품을 통해 호평을 많이 얻었는데 연기에 대한 갈증이 해소됐나.

"연기적으로 갈증이 해소되는 날이 올진 모르겠다. 오지 않을 것 같은데 약간 유별나게 더 신경 쓰이고 괴롭고 그런 때였던 것 같다. 현재도 다르지는 않은데 다행히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기도 하고 내가 생각했던 차은경 연기가 보는 분들이 괜찮을까 했던 지점도 괜찮게 넘어가줘서 다행이다 싶다. 참 감사하다. 요즘 내 부족한 점에 대한 생각이 많은 때였다. 조금 더 모자란 점에 집중되는 시기가 한 4년 정도 된 것 같다. 하면서도 지치더라. 그쪽에 포커스를 맞춰서 생각하다 보니 발전이 더딘 것 같고 방법도 모르겠고. '굿파트너'에서 남지현 씨를 만났는데 너무 멋있는 사람이었다. 건강하고 믿음직스럽고. 말투나 눈빛, 행동, 목소리 톤 높낮이도 한유리라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어떤 말투로, 어떤 식으로 대할지 생각하며 연기했다."



-불륜작을 꽤 소화했는데 그중 최악의 남자를 꼽는다면.

"지상의 결정적 지점은 초반에 차은경이 사라한테 소장을 보내고 통화하는데 '내 사무실에 cctv 달아놨니?'라고 하지 않나. 그 무미건조한 대사를 들었는데 정말 비참하더라. 나를 의심해서 화나는 게 아니라 잘못은 자기가 해놓고 어떻게 하면 저렇게 생각할까 싶더라. 불륜작을 은근히 여러 작품 했는데 김지상이 그중 최고였다. 상상을 하지 못한 캐릭터였다. 'VIP'란 드라마를 했을 때 박성준을 끝내 용서하지 못하고 끝난다. 김지상을 만나니 박성준은 꽤나 괜찮은 것이었다. 지승현 씨가 혼신의 힘을 다했다. 연초에 양규 장군 역으로 너무 사랑받았는데 본인이 모든 걸 다 내려놓더라. 대국민 사과를 보니 마음이 더 죄송스럽더라. (지승현 씨가) 다 던져준 덕분에 드라마가 잘 살았다. 감사하고 죄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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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SBS 연기대상 유력 후보라고들 많이 말한다.

"욕심은 저 멀리 보내놨다. 상 욕심은 멀리 보낸 지 오래다. 개인적인 욕심은 작품 할 때마다 작품이 잘 되거나 연기 호평을 받아서 다음에 뭔가 다른 걸 시도해 볼 수 있는 작품이 들어왔으면 이게 가장 큰 목표이자 욕심이다. 상은 좋은데 계속 생각하면 집착할 것 같다. 그럼 생활의 질이 떨어질 것 같아서 멀리 보내고 제일 큰 목표는 조금 더 재미난 대본 들어오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엄격한 편인 것 같다.

"스스로에 대한 엄격함은 모든 일을 하는 분들이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난 시청자분들에게 보이는 직업이니 잘 보여주고 싶고, 잘하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정체되어 있는 것 같을 때, 저번과 다른 게 없다고 느낄 때 괴롭더라. 그 이상을 보여주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될 때 힘들다. 그리고 내가 조금 더 키가 크고 성숙한 느낌의 외모를 가졌다면, 조금만 더 예뻤다면 이런 생각을 한다. 장르물을 좋아하는데 데뷔하고 나서 한동안 얼굴이 장르물에 가까이 가기 어렵더라. 접근성이 떨어지더라. 지금은 좀 덜하지 않나. 나이에 맞게 들어가고 있어서 이젠 다양한 작품을 해도 큰 무리가 없지 않을까 싶다. 많이 써줬으면 좋겠다."

-악역에 대한 욕심도 있나.



"쓰는 분이 모험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동안 해왔던 캐릭터들의 공통점이 있을 것이고, 생김새에서 풍겨 나오는 것도 있을 것이고, 피지컬 때문에 그럴 수 있겠지만 안 그럴 것 같이 생긴 애가 그랬을 때 재밌을 수 있다. 권장은 하는데 잘 쓰지는 않더라."

-올해로 데뷔 24년 차인데 자신만의 연기 노하우가 있다면.

"일을 하다 보니 인간 장나라와 연기자 장나라는 밸런스를 맞추는 게 아니라 아예 분리해야 한다는 걸 느꼈다. 뚝 떨어져 있어야 연기가 잘 되더라. 그리고 내 실제 삶에 고민이 없어야 연기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더라. 그래야 촬영이 끝나고도 이 감정을 집에 가지고 가지 않는다. 결혼 생활이 행복하니 나 스스로의 감정에 빠지지 않고 안정적이고 편해지니 온전히 연기에 집중할 수 있고 더 재밌다. 내가 사는 게 평안해야 뭘 하는구나 느꼈다."

-남편의 반응은.



"남편은 촬영하는 사람이다 보니 평소엔 감수성이 예민하고 감성적인 사람인데 영상물이나 사진물을 볼 때 깐깐하게 보는 편이다. 연기를 볼 때도 더하거나 덜 할 때 얘기를 많이 한다. 단정 지어서 말하지 않는데 생각할 거리들을 많이 던진다. 사진을 남편에게 보내는 이유는 단 하나다. '예쁘다'란 말을 듣기 위해서인데 진짜 한 바가지 메시지가 온다. 보정하면 안 될 것 같다고 하고.. 그것도 성에 안 차서 전화가 온다. 마냥 감성적으로만 봐주지는 않는다.(웃음) 근데 마찬가지인 게 둘이 영화 보고 TV 보고 그럴 때도 난 배우들 연기만 보고, 신랑은 촬영이나 미장센을 보고 있다. 직업병은 어쩔 수 없구나 싶다."

-흥행에 대한 부담감은 시간이 흐를수록 느나.

"부담 정도가 아니라 같이 노력해 준 분들에게 내가 모자라서 그런 건가란 죄책감도 많이 들고 큰돈을 쓴 것인데 믿고 봐 준 분들에게도 죄송하고 그런다. 물론 나 혼자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서 열심히 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굿파트너' 역시 되게 치열하게 고민했다. 특히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연기 스타일이기도 한데 감정 표현을 잘게 쪼개서 하는 것이다. 이번엔 그런 걸 극대화시켰다."



-어느새 40대가 됐다. 동안의 아이콘도 세월을 실감하는 순간이 있나.

"나이에 맞게 몸도 적당히 잘 늙어가고 있다. 지금도 엄마랑 만나면 뽀뽀를 한다. 근데 엄마가 바닥에 누워있으면 뽀뽀하기가 꺼려진다. 허리를 숙여야 하는데 일어나면 무릎에서 소리가 많이 나더라. 그럴 때 나이가 들었구나 느낀다. 가꾸려고도 노력한다. '어떻게 하면 아름답게 늙을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고 노력한다. 체력 같은 경우는 일을 무리 없이 소화하기 위해, 언젠가 내게 액션이 주어지면 잘하기 위해 필라테스와 복싱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굿파트너'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은.

"작가님이 진짜 팅커벨 같다. 내가 살면서 만난 사람 중 제일 말랐다. 마지막 회 방송할 때 모였는데 거의 없어져서 옷만 남아있더라. 본업을 하면서 이것까지 하려니 시즌2를 얘기하기가 쉽지 않더라. 작가님이 하고 싶은 대로 했으면,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제발 작가님이 살 좀 찌길 바란다.(웃음)"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황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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