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뉴스 김환 기자) 이번 시즌 우승에 도전하는 토트넘 홋스퍼와 손흥민이 그나마 우승을 노려볼 만한 대회인 유로파리그 첫 경기를 기분 좋은 승리로 장식했다.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다리에 불편함을 호소해 후반 26분경 교체되어 나오기 전까지 측면에서 맹활약했다. 특히 후반 23분경 도미니크 솔란케의 쐐기골로 연결되는 전매특허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도움까지 올렸다.
무엇보다 이날 토트넘은 전반 7분 만에 선발 출전한 수비수인 라두 드라구신이 어처구니 없는 실책으로 퇴장당하면서 경기 초반부터 어려움을 겪었는데, 대신 공격진의 화력을 앞세워 승리를 거뒀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은 27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라바흐와의 2024-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리그 페이즈 1라운드에서 전반 7분 주전 수비수 드라구신이 퇴장당한 상황에서도 내리 세 골을 꽂아넣으며 3-0 대승을 챙겼다.
유로파리그는 이번 시즌부터 이전처럼 조별리그 형식이 아닌 본선 진출 팀들을 포트로 나눠 무작위로 추첨된 8개팀과 승부를 펼쳐 토너먼트 진출 방식을 가린다. 1위부터 8위까지 토너먼트로 직행하고, 9위부터 24위는 토너먼트 진출권을 두고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강팀들은 약팀을 상대로는 무조건 승점 3점을 따내야 토너먼트 진출이 수월하다.
토트넘은 카라바흐전 승리로 승점 3점은 물론 득실차까지 3으로 벌리면서 큰 이득을 봤다. 리그 페이즈 1라운드가 끝난 현재 토트넘은 아약스(네덜란드), FCSB(루마니아), 그리고 라치오(이탈리아)에 이어 4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금의 순위를 유지한다면 토너먼트 직행이 가능하다.
토트넘이 카라바흐를 얕보지 않고 주전급 선수들을 대거 선발 출격시킨 덕에 거둘 수 있었던 승리였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을 비롯해 솔란케, 브레넌 존슨, 이브 비수마, 파페사르, 미키 판더펜, 굴리엘모 비카리오 등 프리미어리그(PL) 경기에서 선발로 내세우는 선수들을 이번 경기에서도 주전으로 기용했다.
하지만 퇴장이라는 변수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토트넘은 전반 7분 만에 드라구신이 동료의 패스를 받는 과정에서 실수를 범해 카라바흐의 최전방 공격수 주닝요에게 공을 내준 뒤 주닝요를 저지하다 레드카드를 받으면서 수적 열세에 처했다.
다행히 이른 시간 존슨의 선제골이 터지면서 그나마 한숨 돌렸다. 상대의 실책을 놓치지 않은 비수마가 공을 낚아채 솔란케에게 패스했고, 이어 솔란케의 패스를 받은 존슨이 침착한 슈팅으로 카라바흐의 골망을 갈랐다.
토트넘은 드라구신이 없는 상황에서도 공격적인 경기 운영 방식을 유지했다. 루카스 베리발 대신 데스티니 우도기를 투입, 벤 데이비스를 센터백으로 돌리는 식으로 수비라인을 안정화한 뒤 라인을 높게 끌어올려 높은 위치에서부터 상대를 압박했다.
뒷공간을 크게 노출한 탓에 전반 38분 주닝요에게 슈팅을 얻어맞는 등 위험한 장면이 없지는 않았다. 전반전 막바지에도 주닝요와 패트릭 안드라데에게 슈팅을 허용했지만 수비진의 빠른 복귀와 비카리오의 선방 덕에 실점 없이 전반전을 1-0으로 마칠 수 있었다.
토트넘의 공격적인 경기 운영은 후반전 초반에도 효과를 봤다. 후반 7분 얻어낸 코너킥에서 상대 골키퍼가 공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틈을 타 사르가 이를 강력한 슈팅으로 연결, 팀의 두 번째 골을 터트렸다.
후반전에도 카라바흐에 추격을 허용할 뻔한 장면이 여럿 있었다. 대표적으로 후반 14분 판더펜이 페널티 지역에서 상대에게 파울을 범해 페널티킥을 내준 장면이었다. 다행히 토트넘은 카라바흐의 페널티킥 키커 투랄 바이라모프의 슈팅이 위로 크게 벗어나면서 위기를 넘겼다.
드라구신이 너무 이른 시간에 퇴장당한 탓에 토트넘 선수들은 후반전 중반부터 체력이 바닥나기 시작했다. 게다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선수들에게 높은 위치서부터 압박을 지시해 스프린트를 시도하는 상황이 많았던 탓에 선수들은 빠르게 지쳐갔다.
카라바흐는 이를 노려 후반 16분 주비르의 헤더와 후반 22분 주닝요의 슈팅으로 토트넘을 위협했지만 골 결정력이 따르지 않았다. 하지만 토트넘이 위협을 느끼기에는 충분한 공격이었다.
카라바흐의 맥을 끊는 토트넘의 세 번째 골은 손흥민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후반 23분 손흥민이 페널티 지역 바깥쪽에서 공을 잡은 뒤 자신의 전매특허인 감아차기 슛을 쐈다. 손흥민의 슈팅이 크게 감기지 않은 탓에 카라바흐 골키퍼가 쳐낼 수 있었지만, 세컨드볼을 따내기 위해 쇄도하던 솔란케가 시도한 마무리는 막지 못했다.
그러나 솔란케의 득점이 나온 직후 손흥민이 쓰러졌다. 직전 상황에서 쏜 슛이 다리에 부담을 준 모양이었다. 손흥민은 그라운드에 주저앉자마자 토트넘 벤치에 교체 신호를 보냈고, 왼팔에 감겨 있던 주장 완장을 풀었다. 로드리고 벤탄쿠르와 교체되어 나간 손흥민 대신 골키퍼 비카리오가 주장 완장을 찼다.
경기가 3-0으로 마무리된 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이 내게 조금 피로하다고 했지만, 아직 의료진과 추가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다"며 다행히 손흥민이 큰 부상을 당한 건 아니라고 말했다.
다만 손흥민의 나이가 32세인 데다, 시즌 내내 웬만한 경기에 선발 출전하면서 국가대표팀 경기 일정까지 소화하기 위해 장거리 이동을 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제는 토트넘 구단 차원에서 손흥민의 체력을 신경 쓸 필요가 있어 보인다.
손흥민이 피로가 쌓인 몸을 이끌고도 유로파리그 첫 경기부터 선발로 나선 이유는 분명하다. 토트넘은 현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함께 이번 시즌 유로파리그에서 우승할 수 있는 유력한 후보로 여겨지고 있다. 토트넘에서 우승을 차지해 팀의 레전드로 남고 싶은 손흥민은 유로파리그 우승을 위해 뛴 것이다.
손흥민을 포함한 주전 선수들의 헌신으로 첫 승을 따낸 토트넘은 페렌츠바로시(헝가리), AZ 알크마르(네덜란드) 등을 상대로 유로파리그 연승을 기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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