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6 (토)

김판곤, 축협에 작심발언 "국민 설득 잘했다면 이런 사태 안 왔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대한축구협회를 향해 작심 발언을 쏟아낸 김판곤 감독.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프로축구 울산 HD의 김판곤 감독이 최근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과 관련해 공정성 논란에 휩싸인 대한축구협회의 현재 상황에 대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김 감독은 27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하나시티즌과의K리그1 32라운드 원정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내가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전 대표팀 감독을 선임할 때 검증한 부분을 두고 모든 감독을 '검증'해야 한다고들 생각하는데,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2018년 1월 국가대표 감독선임위원장을 맡았다. 이후 축구협회 고위직도 지냈다. 그는 2022년 1월 말레이시아 대표팀 감독으로 옮기면서 축구협회를 떠났다. 김 감독은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을 이끈 벤투 전 대표팀 감독 영입을 주도해 행정가로서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감독은 홍명보 감독이 논란 속에 7월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면서 사령탑 공석이 된 울산의 지휘봉을 이어받았다. 직전까진 말레이시아를 이끌었다.

김 감독은 전력강화위원회와 위원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상황을 아쉬워했다. 그는 "전력강화위원회와 위원장에게 대표팀 운영과 감독 선임·평가 등 모든 권한을 줬을 때 어떤 결과가 나왔나. 가장 강력한 대표팀에 가장 좋은 성적이 나오고, 모두 같은 철학과 시스템에서 공정하게 모두가 공감할 수 있지 않았나"라며 "누가 어느 날 왜 그런 권한을 빼앗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목소릴 높였다.

그러면서 "축구협회 내부에서 누가 왜 이런 결정을 해서 이렇게 대표팀을 어렵게 만들었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또 "정치하시는 분이나, 유튜버나 정말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뭔지 지혜롭게 판단해야 한다. 월드컵에 못 나가면 누가 책임질 거냐?"며 직언하기도 했다. 이어 "벌써 두 경기를 치렀고, 다음 두 경기가 내일모레다. 이런 것에 에너지를 쏟아야지 감독 면박을 주고 힘을 빼고 팀을 와해시킬 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벤투 감독 선임 당시에도 에르베 르나르, 카를로스 케이로스 등 유명 지도자들이 후보로 거론됐다. 김 감독은 "르나르 감독은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 우승했고, 라커룸 리더십이나 선수단 장악, 경기 지배, 인품 등 모든 면에서 최고의 감독이다. 그의 경우엔 내가 어디든지 만나러 가겠다고, '우리나라에 와서 해달라'고 사정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제가 확인한 건 한국행이 그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한국에서 일할 의지가 있는 정도였다. PPT로 전술을 제시해달라는 식의 말은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케이로스도 모든 것이 다 검증된 감독이다. 그런 감독에게 무슨 PPT를 요구하겠나"라며 "'우리나라를 이란처럼 강력하게, 아시아 최고로 만들어달라'고만 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벤투 감독 선임 당시 우리가 더 검증하려 했던 건 중국이나 브라질, 그리스에서 실패한 적이 있기에, 우리가 완전히 원하는 후보가 아니었기 때문"이라며 "국내에서든 외국에서든 대표팀 감독은 최고 레벨의 지도자인데, 'PPT' 같은 것을 요구하는 건 우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사령탑 선임 과정에서 하나의 방향성을 명확히 설정하지 못한 것을 안타까웠다. 또 외부에도 설득력 있게 설명하지 못한 대한축구협회에 쓴소리도 했다. 그는 "내 보기엔 이번 대표팀 감독을 영입할 땐 오합지졸 된 팀을 누가 수습할지, 아래위 없고 선후배가 없어진 상황에서 누가 원팀을 만들지를 찾는 것 같았다"면서 "'이런 목적을 갖고, 이렇게 찾는다'고 국민과 미디어를 설득만 잘했다면 이런 사태는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왜 전력강화위원회 내에서조차 방향 설정이 되지 않고, 누구는 한국인, 누구는 외국인을 뽑아야 할 것 같다고 갈리고 오해가 있나 모르겠다. 간단한 문제에서 오해가 시작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내일모레 (10월 A매치) 대표팀 명단발표다. 감독은 선수를 보고 집중해야 한다. 이 사태를 빨리 수습해야 한다"면서 "잘못된 건 뭐라고 하고, 그다음엔 감독에게 책임지라고 하라. 감독 뽑은 사람에게도 나중에 책임지라고 하면 된다"고 마무리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