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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백설공주’ 11년 전 11월 19일 밤.. 그 길어진 한숨 [김재동의 나무와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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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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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재동 객원기자] 2013년 11월 19일 밤은 참으로 길었다.

MBC 금토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이 27일 방송된 12회까지 나열한 사건들을 시간순으로 정리해보자.

수능 다음날인 그날 밤 고정우(변요한 분)는 집에서 친구들과 열기로 한 술파티를 취소하고 연락 안닿는 박다은(한소은 분)을 애닳아 수배하며 집에서 혼자 술을 마셨다.

현구탁(권해효 분)과 엄마 이재희(박미현 분)의 불륜을 목격하고 방황하던 심보영(장하은 분)은 양병무(이태구 분) 신민수(이우제 분), 현건오(이가섭 분)와 합류해 정우네 창고서 술을 마셨다.

최나겸(고보결 분)은 당초 약속된 정우네 집을 찾았다가 정우 혼자 술을 마시고 있는 모습을 보며 박다은을 뒷담화하다 정우에게 쫓겨난다.

창고에선 집에 술을 가지러 현건오가 자리를 비운 사이, 양병무 신민수가 심보영을 성폭행 한다. 뒤늦게 건오가 왔을 땐 충격에 빠진 심보영이 달아나다 계단을 헛디디며 쇼크에 빠진다. 아이들이 히스테리에 빠져들 때 창고를 찾은 최나겸이 “보영이 옮기자”고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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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 현구탁, 심동민(조재윤 분), 양흥수(차순배 분), 신추호(이두일 분)는 또다시 진급에서 누락한 현구탁 위로 술자리를 가진다. 주정이 심해진 심동민을 집에 보낸 직후 아이들의 전화를 받는다.

아이들에게 보영의 유기를 당부한 최나겸은 다시 정우집을 찾는다. 정우는 곯아 떨어져 있고 핸드폰엔 다은에게 보낼 문자메시지가 보인다. 정우집 창고에서 세제 등을 챙겨 창고로 왔을 땐 양흥수 신추호에 의해 보영의 시신이 사라져 있었고 아이들도 귀가한 상태. 혼자서 현장을 정리한다.

한편 창고에서 현구탁은 서장의 호출을 받는다. 국회의원 예영실(배종옥 분)과 함께 하는 자리라니 늦은 밤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현구탁은 뒷수습을 양흥수 신추호에게 맡기고 자리를 떴다.

최나겸이 뒷정리를 마쳤을 때 박다은과 박형식(공정환 분)이 창고에 나타난다. 최나겸은 몰래 숨어 촬영을 시작한다. 이때 박다은이 할머니와 통화하고 그 시간은 11시 반이었다. 박다은이 죽고 박형식이 자리를 뜬 후 최나겸은 박형식이 두고 간 살해도구 몽키스패너를 챙겨 자전거를 타고 박형식 집 대문 앞에 몽키스패너를 놓아둔다.

몽키스패너를 발견하고 겁에 질린 박형식은 용케 박다은을 짝사랑한다는 고정우를 떠올리고 고정우에게 혐의를 돌리기 위해 정우집 대문 앞에 몽키스패너를 버리고 귀가하지만 피묻은 옷을 발견한 예영실에게 추궁 당해 죄를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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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은의 사체만 남은 창고의 짚더미 뒤에서 현수오가 등장한다. 현수오는 심보영과 박다은 사건의 모두를 목격했다. 박다은의 사체는 현수오가 옮긴 것으로 추정된다.

심보영 사체를 폐교에 유기하고 사고까지 내며 다시 창고로 돌아온 신추호와 양흥수가 차에 남겨진 지문을 지울 때 멀리서부터 경찰 차가 달려온다. 두 사람은 서둘러 자리를 벗어났고 경찰들은 사체없는 살인사건의 현장을 마주한다.

당연한 의문이 생긴다. 먼저 심보영의 낙상 흔적은 최나겸에 의해 깨끗이 지워졌다. 하지만 감식반원은 1회에서 정확히 심보영의 낙상 흔적까지를 적시하며 피해자가 둘 이상일 것으로 단정한다.

둘. 경찰은 그 밤이 채 새기 전 정확한 정보를 얻은 양 정우네 창고를 찾아왔다. 신추호·양흥수가 심보영 사체 유기를 마친 직후니 시차도 별로 나지 않는다. 최나겸, 혹은 현건오나 현수오가 신고를 했다면 신고자에 대한 수사도 진행됐을텐데 그 부분은 보여지질 않았다.

물론 사건 자체를 지우려한 최나겸이나 박다은 사체를 옮긴 것으로 추정되는 현수오는 물론, 아버지 현구탁까지 현장에 불러들인 현건오조차 신고할 동기는 없는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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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 심보영의 사체조차 어른 두 사람이 차를 이용해 유기했다. 현장에 남은 현수오가 박다은의 사체를 옮겼다면 어떤 방식을 사용했기에 가능했을까? 비오는 초겨울 밤에.

넷. 최나겸은 예영실과 박형식을 협박하며 고정우가 옛 사건을 잊고 자신과 함께 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말한다. 예영실이 어떻게 도울 지를 정면으로 물어오지만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한다. 최나겸이 예영실에게 진정 요구하는 바는 무엇일까? 예영실이 고정우에게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길 원하는 걸까?

이런 의문들이 남아있어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의 미스테리는 이어진다.

그런 와중 단 한 번의 제대로 된 뉘우침도 없이 적당히 자책하고 위로하며 끝내버리려는 현구탁 캐릭터는 너무 현실적이어서 안쓰러울만큼 경멸스럽다.

/zait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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