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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 (수)

결국 성적도, 리모델링도 못 잡은 ‘최악의 6위’… SSG 실패한 시즌, 뼈를 깎을 용기는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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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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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22년 KBO리그 역사에 남을 만한 ‘와이어 투 와이어’ 통합 우승을 차지한 SSG는 이후 쭉 내리막을 걷고 있다. 지난해에는 정규시즌 3위를 기록했으나 플레이오프에서 3연패로 탈락했고, 올해는 정규시즌 6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정규시즌 순위만 놓고 보면 ‘1→3→6’의 내리막이다.

물론 객관적인 전력에서 2022년 수준의 평가를 받은 건 아니다. 그러나 엄연히 지난해 정규시즌 3위 팀이었고, 올해 전력이 확 빠졌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단지 주축 선수들이 한 살씩 나이를 더 먹었다는 점, 그리고 지난해에 비해 특별한 전력 보강 요소가 없었기에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것뿐이었다. 여전히 팀 연봉은 리그 최상위 수준이었고, 내부적으로도 ‘포스트시즌에는 가야 한다’는 목표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올 시즌 부임한 이숭용 SSG 감독은 팀의 리모델링을 천명했다. 주축 선수들의 노쇠화에 대비해 적극적으로 새 얼굴을 실험하며 팀 체질을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성적을 내겠다는 의지였다. 아직 주축 선수들이 정상급 경기력을 낼 수 있는 만큼 ‘리빌딩’과는 조금 다른 개념이었다. 캠프 전까지만 해도 여러 곳에서 새 얼굴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결과는 어쩌면 최악이었다. SSG는 1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2024년 정규시즌 5위 결정전에서 3-4로 역전패하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올해 최종 성적은 6위다. 보기에 따라서는 가장 애매한 순위다. 차라리 확 못했다면 올해 비판은 받겠지만 내년 드래프트 순번이라도 높일 수 있었다. 그런데 최대어를 잡을 수 있는 순번도 아니고, 그렇다고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실질적인 성과를 거둔 것도 아니다. 6위까지 가는 과정에서의 노력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과가 그렇게 됐다. 거기까지 갔다면 무조건 1일 타이브레이커에서 이기고 포스트시즌에 가야 했다. 그게 전부였는데 그러지 못했다.

도돌이표였다. 시즌 중반까지는 그럭저럭 잘 달리다 무더운 여름이 오면 경기력이 축 처지는 패턴이 반복됐다. 이숭용 감독은 올해 8월은 다를 것이라 자신했지만 올해 8월 최악의 성적을 거두며 결국 달라진 것을 성적으로 증명하지 못했다. 9월 대분전으로 막판까지 5위를 놓고 다퉈 마지막 투지가 팬들의 마음속에 들어간 것은 있었으나 결국 시즌이 끝나보니 기대치 미달이었다.

휴식을 통해서 선수들의 경기력을 유지하고, 그 유지되는 경기력에 새로운 선수들을 더하고, 주축 선수들의 안정된 경기력에 경험을 쌓은 새 선수들의 힘을 묶어 시너지 효과를 내보겠다는 게 원래 목표였다. 하지만 시즌 중반 최지훈 박성한의 수비 이닝, 조병현 이로운 노경은 등의 투구 이닝 등이 큰 비판에 휩싸였을 정도로 특별히 다른 관리법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시즌 내내 순위 싸움을 벌였고, 성적이 중요한 상황에서 코칭스태프의 목표는 ‘리모델링을 통한 성적 향상’이라는 기존 목표와 벗어나 ‘성적을 위한 선수 기용’으로 슬그머니 바뀌어갔다. 팬들의 비판이 집중된 부분이었다.

팀이 시즌 중반부터는 아예 대놓고 성적만 보고 달리는 와중에 SSG는 여전히 주축 선수들에게 의존하는 바가 컸고, 시즌이 뒤로 갈수록 점차 새 얼굴들이 설 자리는 좁아졌다. 시즌 초반 여유 있는 성적을 만들지 못한 코칭스태프는 갈수록 쫓겼다. 시즌 전 코칭스태프와 프런트의 합의 속에 가장 큰 그림을 그렸던 조형우 육성 프로젝트가 한 페이지도 넘기지 못한 채 폐기 처분된 게 상징적이다.

조병현 박지환이라는 거물급 신예 선수들을 건졌음에도 불구하고 성적에 매몰되다보니 이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키울 것인지에 대한 철학은 대단히 빈약했다. 조병현은 너무 많은 이닝을 던졌고, 박지환은 뛰어 놀 수 있는 틀을 만들어주지 못했다. 박지환-정준재 논란에서 정준재를 택한 것은, 팀이 당장의 성적을 택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당장 새로운 선수를 기용하는 건 누구나 한다. 그러나 그것을 어떤 틀에서 가꿔 나가고 유지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략도, 공감대도, 설명도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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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5강에 가기 위해 선수 운영폭이 계속해서 좁아졌고, 새 선수들은 벤치를 달구거나 선수들의 부상이 있을 때나 라인업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분명 올해 가능성을 보인 선수들이 여럿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체계가 없었고, 잘 키울 기회를 놓쳤다는 뒷맛을 주는 이유다. 성적과 신예 선수의 조화라는 어려운 임무를 안고 출범한 이숭용 체제였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참신하다'는 느낌이 드는 전략은 없었다. 결과적으로 이는 최종전 선발 라인업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정준재 하나 정도가 새 얼굴이었다.

시즌이 끝난 SSG는 이제 며칠을 쉰 뒤 가을 훈련에 들어간다. 이숭용 감독은 마무리캠프에서 젊은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훈련시키며 내년에 대비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올해 잘못됐던 점에 대한 냉철한 리뷰가 필요하다. 코칭스태프, 그리고 프런트의 공과를 아주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 그런 것에 대한 반성과 매뉴얼화 없이 내년 시즌에 들어간다면 결과는 뻔하다. 프런트도 올해 성적 저하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전체적으로 코칭스태프 못지않게 프런트 또한 경험이 대단히 부족했다는 인상을 주기 충분했다. 이유 없는 실패는 없다. 지금 SSG에 필요한 것은 그 이유를 냉정하게 찾고 뼈를 깎을 용기다. 여론이 잠잠해지길 기다리며 숨어 있으면 내년부터는 암흑기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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