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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목)

심우준 11회말 끝내기, 벼랑 끝 KT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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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PO 4차전 LG에 승리, 승부 원점

조선일보

KT 심우준(아래)이 9일 수원에서 열린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4차전 LG전에서 연장 11회말 끝내기 내야안타를 치고 강백호의 축하 음료수 세례를 받고 있다. 이제 승부는 5차전으로 넘어간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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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실수가 곧 패배와 직결될 수 있는 연장.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두 어깨를 짓누르는 긴장감의 무게를 얼마나 잘 버텨내느냐에 희비가 엇갈린다. 9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LG의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4차전. 5-5로 맞선 연장 11회 말 KT가 그 살얼음 승부에서 승리의 기운을 거머쥐었다. 지면 그대로 끝나는 긴장감을 버텨냈다. 선두 타자 강백호가 좌익수 쪽 뜬공을 날렸다. 파울 라인으로 향했던 타구. LG 좌익수 문성주가 달려가 잡으려 했지만 놓쳤다. 문제는 이 공이 파울 라인 밖이었느냐에 있었다. 사실 육안으로도 엄연한 페어 타구였지만 심판은 파울로 선언했다. KT는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다. 그 결과 판정이 뒤집혔다. 2루타. 여기가 승부처였다.

이어 KT 김상수는 고의 볼넷으로 출루했다. 무사 1·2루. 다음 타자 황재균은 희생번트를 댔다. 여기서 LG 수비수들 판단이 어긋났다. 이미 늦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3루로 던지다가 무사 만루 기회를 내줬다. 천금의 기회였지만 분위기는 또 바뀌었다. 다음 타자 배정대와 천성호는 내야 땅볼과 삼진으로 물러났다. 여전히 긴장이 흐르고 2사 만루로 다시 가라앉은 환경. 앞서 2안타를 때린 심우준이 나왔다. LG 투수 정우영이 던진 공을 받아쳐 직선 타구를 날렸다. 공은 정우영이 잡으려 했지만 글러브를 맞고 튀었다. 천천히 구르던 공. LG 유격수 오지환과 2루수 신민재는 사력을 다해 그 공을 잡으려 뛰었다. 그러나 서로 의욕이 앞섰다. 둘 다 잡지 못하고 충돌하면서 오히려 그 공이 데굴데굴 아무도 없는 2루 쪽으로 굴러갔다. 그 사이 3루 주자 김상수가 홈을 밟았다. 4시간 10분 접전 승부를 KT가 6대5 승리로 마감하는 순간이었다. 심우준은 “타석에 서면서 나 자신에게 주인공이 되라고 주문을 걸었다”며 “타구가 글러브 맞고 튀는 걸 보고 무작정 1루만 보고 달렸다”며 기뻐했다. 심우준은 이날 끝내기 안타 포함 4타수 3안타 1도루로 활약했다.

KT는 5-3으로 앞서가던 8회 동점을 허용하고 2사 만루로 한때 역전을 당할 위기에 몰렸다. 경기 막판이라 뒤집히면 만회가 어려운 상황. KT에 패배는 곧 시리즈 탈락, 시즌 마감을 뜻했다. 절체절명 위기에서 등판한 박영현은 공격적 피칭으로 위기를 헤쳐나갔다. 시속 150km대 빠른 직구를 뿌리자 LG 타자들이 힘에서 밀렸다. 박영현은 LG 타자 중 가장 가을 방망이 감이 좋은 신민재를 4구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워 가볍게 위기에서 벗어났다. 박영현은 이에 그치지 않고 9회에도, 그리고 연장 10~11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세 이닝 모두 삼자 범퇴, 퍼펙트로 처리하는 등 이날 상대한 10타자를 공 35개로 요리하며 구원승을 따냈다. 마무리가 본업이지만, 팀이 필요하면 동점에서도 등판한 경우가 많았던 그는 올 시즌 10승2패 25세이브를 기록, 2005년 오승환(삼성) 이후 19년 만에 불펜 승률왕(0.833)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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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3과 3분의 1이닝 퍼펙트 피칭으로 구원승을 따내며 MVP로 선정된 박영현은 “9회가 끝나고 조금 힘들었는데 코치님이 한 이닝만 더 막자고 하셨고, 막상 던져보니 밸런스도 잡히고 공도 좋아져 11회를 앞두고는 내가 계속 던지겠다고 했다”며 “좀 피로하지만 KT는 0%를 100%로 만드는 팀이니까 간절한 마음으로 5차전에서도 던질 수 있도록 몸관리를 잘 하겠다”고 각오를 내비쳤다. 이강철 KT 감독은 경기 후 박영현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표하면서 자신의 투수 운용 실수를 자책했다. 이 감독은 “쿠에바스(4이닝 3실점)에 이어 나온 고영표(3과 3분의 1이닝 1실점)를 8회까지 맡긴 다음 박영현을 내세워 끝냈어야 했다”며 “선수들이 내 미스에도 불구하고 대신 투혼을 발휘해 이길 수 있었다”고 했다. 패장이 된 염경엽 LG 감독은 “이기는 게 중요하니 에르난데스과 3차전 승리의 주역 손주영 모두 5차전에 준비시킬 것”이라며 “정우영이나 패전 투수가 된 백승현도 공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며 불펜 총력전을 예고했다. 양 팀 11일 5차전 선발은 임찬규(LG)와 엄상백(KT)이다.

[수원=강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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